얼마 전 저녁을 먹다가 필자를 긴장시킨 뉴스가 있었다. 내용인 즉, “대학평가제도를 강화해 경쟁력 없는 대학을 퇴출시킨다”는 교육부 발표였다. 순간 우리 대학(안동대)은 그 범주에 속하지 않나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봤다.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우리 대학은 아니다”였다.
위와 같은 결론을 내린 근거는 지금까지 우리 대학을 지탱해온 ‘국립대’라는 타이틀 하나 때문이었다. 이는 우리 대학 발전의 비전이 있어서도 아니고 구성원으로서의 자신감도 아니었다. 단지 신분을 보장받은 나라의 일꾼들처럼 우리 대학 역시 교육부의 보살핌(?)을 받고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위와 같은 작은 기대도 이젠 물거품이 될 것 같다. 교육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립대특별법에서는 대학의 자율역량을 바탕으로 경쟁력 강화를 공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안에는 회계제도를 대학회계로 통합하고, 대학자체 수익사업을 통한 재정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국립대의 수익용 기본자산을 늘려 국고의 재정지원을 줄이고 대학 스스로 수익사업을 통해 재정을 늘려 책임운영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지역에 잘 나가는 기업이 있어 대학발전기금도 기대하기 힘든 실정일 뿐더러 이렇다할 수익모델도, 동문들의 기부금도 없는 현실에서 우리 대학에겐 ‘빚 좋은 개살구’일 뿐이다. 그렇다면 유일한 수입처는 학생들의 등록금일텐데 매년 대학발전의 명분으로 오르고 있는 등록금은 아마 폭등할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위와 같은 정책을 ‘대학의 자치와 자율’이라는 명분아래 공교육을 경쟁과 시장논리만으로 바라보는 교육부가 있다는 것이다. 또 그들은 국립대가 존재하는 한 재정지원이라는 칼자루를 쥐고 대학교육과 정책을 좌지우지 할 것도 잊어서는 안된다.
지난 9일 참여정부 교육정책의 기본방향을 알 수 있는 교육부 업무보고가 있었다. 내용에는 ‘교육주체의 참여와 자율을 통한 참여교육’바탕으로 ‘교수회의 합법화’, ‘국립대의 총장선출 방식 자율’등 각 대학의 자치와 자율을 중심에 뒀다. 하지만 이 역시 대학개혁이라는 모양새만 갖췄지 내실은 없다.
교수회 합법화, 총장선출방식 자율화는 누구보다 변화와 개혁이 요구되는 기득권 세력인 교수들에게 그 정당성을 더해 주고 있다. 대학 운영에 있어 정작 중요한 학생, 직원, 학부모, 지역민 등 다양한 참여 보장은 빼놓은 채 말이다.
이처럼 실제 교육현장의 근본적인 문제인식 결여와 제도적 개혁장치 부재가 지속되는 한 아무리 좋은 제도를 갖다 놓는다 해도 그 실효성은 미지수다. 또 하나 참여정부는 지방대학의 육성을 ‘재정지원’ 확대라는 단편적인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역의 발전과 정치·사회·경제·문화·교육 부문의 사회 인프라의 균형 있는 지원과 육성이 요구된다.
이렇게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 교육정책 속에 우리 대학은 자구책을 강구하고 발전적인 대안을 찾아서 실천하는 것이 급선무다. 지금과 같은 무사안일한 구성원들의 자세와 대학 어르신들(?)의 교육철학이 없이는 언제 ‘퇴출’이 눈앞에 와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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