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순안공항.임미정
4월 8일 아침
오늘 우리는 오후 1시 비행기로 평양에 갈 것이다. 지난 2주 동안 방북 준비 및 학교강의 등으로 제대로 수면을 취하지 못했는데, 1시간의 시차도 한 몫하여 모처럼 느긋하게 아침 나절을 보낼 수 있었다.
그러나 다시 짐을 싸고 나니 벌써 피곤해진다. 나는 이번에 큰 가방 2개를 가져 왔는데, 연주 드레스 3벌과 한복, 거기에 각각 맞는 구두 등, 항상 연미복 하나면 만사 해결되는 남자들에 비해 여자 연주자는 얼마나 많은 준비물을 챙겨야 하는지 모른다.
호텔에서 다같이 아침식사를 하였다. LA에서 오신 두영균 선생님은 이번에 내가 처음으로 만나는 성악가이시다. 테너이시고 LA에서 20년을 사셨다고 한다. 지휘자인 이준무 선생님은 재미예술단의 단장이시고, 그동안 미국에서 많은 북한 곡을 연주하셨다.
90년부터 이 축전에 참가하셨다. 첼로의 이동우 선생님은 필자와 함께 울산대학교에 재직하는,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라셔서 영어가 훨씬 편한 분이다. 지난해 작고하신 우리나라의 원로 음악인 전봉초 선생님의 사위이다.
그리고 어제 밤 우리를 안내해준 Mr.원은 조상이 청나라 때 중국에 이주한 심양 출신의 교포이다. 현재는 북경에서 여행사를 운영한다. Mr.원을 제외한 우리 네명이 예술단으로, 그리고 LA에서 오신 옥순경 할머님과 뉴욕에서 오신 전군준 박사님이 후원단으로 같이 여행하신다.
오전 10시쯤 북경공항에 도착한 우리는 단체로 입국하는 인도네시아, 몽골 예술단원들과 함께 체크인을 하게 되었는데, 그분들의 악기 및 의상들 때문에 무척 혼잡하였다. 또 내 가방에서 무엇인가 X-ray에 걸린다고 가방을 다 풀어보여야 했다. 헤어스프레이가 범인이었다.
이렇게 무거운 가방을 들고 내리고 하는 일은 연주여행을 할 때 가장 신경 쓰이는 일 중의 하나이다. 팔의 근육이 피곤해지고 예민함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다행히 연주는 개막식 이후가 될 테니까 적어도 이틀은 쉴 수 있겠지….
고려항공에 탑승했는데 남자 승무원이 같이 가신 후원단의 어르신들을 부른다. 앞의 비즈니스석 두 자리가 비었으니 편히 그쪽에 앉으시란다. 전박사님과 옥여사님이 그쪽에 자리잡으셨다.
지금 우리가 탄 비행기는 JS2151 고려항공이다. 예전엔 조선 민항이라 불렀다고 한다. 비행기안의 여승무원들은 동그란 얼굴의 미인들이다. 차가운 세련미가 아니라 느낌이 따뜻한…. 살짝 사진을 찍었는데 더 이상은 하지 말라고 웃으면서 주의를 준다. 신문과 잡지를 나누어주고…. 로동신문이다.
대충 훑어보니 항상 나오는 김정일 위원장의 동정 이외에 전쟁 이야기, 유엔 이야기, 전염병에 대한 뉴스, 발암 물질을 줄이는 튀기법(튀김법) 등이 소개되어 있다. 또 축전 준비가 막바지에 이른다는 기사도 있다. 각국 대표단이 도착하는 대로 공항에서 찍은 사진이 로동신문에 나올 것이다.
기내에서는 사탕도 나누어 준다. 나는 이 사탕을 좋아한다. 어렸을 때 먹던 사탕맛이 나기 때문이다. 매번 갈 때 마다 많이 사와서 친구들에게 나누어 주곤 했는데 이번에도 그럴 것이다.
점심은 기내식으로 하였다. 딸기 사이다, 룡성 맥주 등이 대접되었고 주요리는 치킨 카레밥이다. 또 샐러드와 계란부침, 소시지도 있고 빵과 케이크도 있다. 한가지 깨달은 것은 북한의 음식은 먹어보아야 안다는 것이다. 색깔이 화려하지 않아 언뜻 보기엔 맛이 없을 것 같은데 먹어보면 꽤나 맛스럽다. 특히 고려 호텔의 음식은 두고두고 기억이 나는 음식들이었는데 벌써부터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