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소설]고주몽 73

등록 2003.04.24 18:01수정 2003.04.24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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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옥저의 군장 미유흘은 읍루의 추장에게 매년 공물을 바치겠다는 조건으로 병사를 빌렸지만 그 뒤를 걱정하고 있었다. 장사들도 늑대를 몰아내려고 호랑이를 부른 격이 아니냐며 미유흘을 추궁하곤 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오. 저들이 억지를 부려 우리를 침노했는데 순순히 이 땅을 내어줄 수는 없소."


아니나 다를까, 읍루의 추장이 사람을 보내어 미유흘에게 이렇게 전했다.

"간밤에 고구려군을 크게 혼내줬으나 쫓아내진 못했다. 아무래도 매년 공물을 바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니 너희들의 영토를 갈라줬으면 한다."

미유흘은 이조차도 들어 줄 수밖에 없었다. 일단 시급한 불은 끄고 다음은 그때 가서 대응해 나가겠다는 생각이었다. 이를 두고 언 발에 오줌누기라고 누군가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읍루는 다시 고구려 진지를 습격할 계획을 세우고선 만반의 준비를 갖춘 채 몰래 숨어 들어갔다. 그리고선 단숨에 고구려 진지를 습격하기 시작했다.

"엥? 뭐냐?"

고구려의 진지에는 병사들 대신 허수아비만 서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읍루의 용사들은 그 정도에 당황해 하진 않았다.


"뭐냐! 이 녀석들! 잔꾀 부리지 말고 우리랑 싸우자!"

고구려군의 속임수에 독이 오를 대로 올라 고함을 지르는 읍루의 병사들 위로 불화살이 쏟아졌다. 읍루의 병사들은 온몸에 돼지기름을 바른데다가 여기저기에 세워놓은 마른 풀로 엮은 허수아비에 붙은 불도 더해져 삽시간에 불덩이로 변해갔다. 이리저리 도망치던 읍루의 병사들은 매복해 있던 고구려군의 창칼아래 목숨을 잃어 갔다.


이윽고 해가 뜬 뒤 벌어진 광경은 참혹했다. 여기저기서 시체타는 냄새가 코를 찔렀고 처참하게 죽은 읍루 병사들의 시체가 도처에 깔려 있었다. 읍루 병사들은 한 사람도 살아서 돌아가지 못했다.

"과연 협부 장군의 화계가 맞아 떨어졌구려!"

부위염의 칭찬에 협부는 과장된 투로 어깨를 으쓱거려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미유흘은 스스로의 몸을 결박해 부위염에게 항복해 왔다. 부위염은 먼저 주자아의 행방부터 물었다.

"이제 와서 어찌 거짓을 아뢰오리까. 맹세코 그런 자는 여기 오지도 않았고 왔다는 얘기도 들은 바 없습니다."

주몽에게로 포박되어온 미유흘은 같은 주장을 되풀이했고 주몽은 그에게 사신을 함부로 죽인 죄를 물어 먼 곳으로 추방해 버렸다.

드러나는 음모

날로 강성해하는 고구려를 보며 부여의 태자 대소는 근심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그럼에도 어찌된 셈인지 금와왕은 사신을 보내어 고구려와 화친을 맺었고 그 틈을 타 고구려는 북옥저를 쳐서 그 땅을 취해 버렸다. 모두 대소로서는 기가 막힌 일들뿐이었다. 대소의 측근인 저여는 고구려 사신만 왔다 가면 뭐가 좋은 지 헤헤거렸고 그 꼬락서니를 보다못한 대소는 몰래 사람을 시켜 저여의 집을 감시하게 했다. 아니나다를까 저여는 고구려 사신으로부터 뇌물을 받는 일을 즐기고 있었다.

"이 늙은이가 제 정신이 있는 게냐!"

대소는 머리끝가지 화가 치밀어 올라 당장 저여의 집으로 찾아갔다.

"무슨 일이시옵니까?"

대소의 낯빛이 좋지 않은 것을 보고선 저여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몰라서 묻는게요? 그간 폐하 몰래 얼마나 많은 뇌물을 받아먹은 게요?"

저여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시치미를 딱 땠다.

"태자저하 신은 무슨 말인지 도통......"

"내가 모를 줄 아시오? 지금 몸에 걸치고 있는 수달피도 고구려 사신에게 받은 것이 아니오! 당장 폐하와 다른 대신들에게 모든 사실을 고하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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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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