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사 전날 안 의사는 하얼빈 남쪽 쑹화강 강둑을 거닐며 계획을 가다듬고 마음의 평정을 얻었다. 멀리 보이는 것이 쑹화강 철교다.박도
그 날로부터 한 세기가 흘렀다. 하지만 뤼순 감옥 죄수 묘역에 묻혀 있는 안 의사의 유해는 여태 찾지 못했고, 고국으로 반장도 못하고 있다.
아직도 우리나라의 국권이 제대로 회복되지 못했음인가? 아니면 살아있는 사람들이 안 의사를 추모하는 마음이 부족함인가?
나는 하얼빈 역 플랫폼을 떠나면서, 아직도 안 의사의 유언이 제대로 실현되지 못함에 무척 마음이 아렸다.
아울러 안중근 의사는 조국의 광복 제단에 목숨을 바쳐 침략의 원흉을 단죄했으나 끝내 국권을 잃어버린 점이었다. 이는 당시 우리나라의 힘이 너무나 허약했고, 지도층에는 강대국에 빌붙었던 매국노가 많았기 때문으로 나그네의 발걸음을 무겁게 했다.
나라의 힘이 없고 지도층이 부패 무능하면 외침을 받게 되나 보다. 지난날의 역사만 그런 게 아니고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게다.
안 의사가 뤼순 감옥에서 남겼다는〈대한국인 안응칠 소회〉란 글은 한 세기가 지난 지금도 가슴 뭉클한 감동과 아울러 새겨들을 말씀으로 음미해 볼 만하다.
하늘이 사람을 내어 세상이 모두 형제가 되었다. 각각 자유를 지켜 삶을 좋아하고 죽음을 싫어하는 것은 누구나 가진 떳떳한 정이다. 오늘날 세상 사람들은 이 시대를 으레 문명한 시대라 일컫지마는 나는 그렇지 않은 것을 탄식한다.
무릇 문명이란 것은, 동서양의 잘난 사람 못난 사람 남녀노소를 물을 것 없이 각각 천부의 성품을 지키고 도덕을 숭상하여 서로 다투는 마음이 없이 제 땅에서 편안히 생업을 즐기면서 같이 태평을 누리는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