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질라

교장단과 전교조는 서로 동반자로 인식해야

등록 2003.04.25 16:38수정 2003.06.24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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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예산에 있는 한 초등학교 교장의 자살 사건을 계기로 본격화되기 시작한 전교조와 교장단 사이의 갈등이 갈 데까지 간 듯하다. 처음에는 서로에게 책임을 돌리기에 급급하더니, 이제는 사생결단을 각오한 벼랑 끝 전술로 내달으면서 자칫하면 교장과 교사간의 대립이라는 한국교육역사상 초유의 사건으로 비화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해결의 실마리를 찾으려는 노력 없어

교육현장에서, 그것도 일선 책임자와 관련된 이런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했다면, 서로의 잘잘못을 떠나 교육 가족 모두가 이를 자성의 계기로 삼아야 마땅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원단체들이 이번 사건을 아전인수 격으로 악용하려고만 드는 모습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급기야 다음달 11일 전국 초ㆍ중ㆍ고 교장 1만 3천여 명은 전교조의 비교육적 행위를 규탄하는 결의대회를 개최키로 하였다. 그동안 학교현장에서 일방적으로 전교조 측에 당하고만 있었던 설움들을 한꺼번에 쏟아놓겠다는 것이다. 이에 뒤질세라 전교조 측에서는 이미 지난 19일에 전국대의원 대회를 개최하고 보수수구 세력에 맞서 강력히 투쟁해나갈 것을 선언하였다.

서로를 이해하고 교육 발전과 학생들을 위해서라도 갈등 해결의 실마리를 찾으려고 안간힘을 다해 노력하는 모습들이 참다운 교육자의 모습일텐데 이런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양 진영이 이런 식으로 기 싸움을 벌이는 동안 우리 교육은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모르긴 하지만 학생들을 볼모로 삼는 '교육파업'이라도 벌어지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서로를 동반자로 인식하지 못하는 교장단과 전교조

지금 교장단과 전교조는 일반적인 노동현장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개의 경우 노동현장에서는 노조에서 장외 투쟁을 벌이면 사측에서는 일단 이들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려고 노력한다. 서로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서고 있기는 하지만 어떻든 노사는 서로 간에 협력을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공생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반면 지금 교장단에서는 전교조 측에서 투쟁을 선언하자 이에 맞불작전이라도 펼치듯 전교조의 투쟁에 버금가는 투쟁을 벌이려 하고 있다. 전교조가 거리로 나서니 교장단도 거리로 나서겠다고 하는 것은 전교조와 맞서겠다는 원래의 생각과는 무관하게 스스로 비난받을 일을 자초하는 행동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이런 실력행사는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할 뿐더러 서로간의 갈등만 확산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전교조 역시 이 점에서는 교장단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진정으로 참교육을 표방하는 교원단체라면, 고인에게 어떤 잘못이 있었다고 생각하더라도 일단은 망자의 죽음 앞에 겸손하게 애도하는 마음으로 참회의 눈물을 흘렸어야 옳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인지상정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하지 않은 것은 분명 전교조의 잘못이며, 더 큰 화를 자초한 원인이라 판단된다. 어쩌면 전교조가 이렇게 대처하게 된 것은 처음부터 교장단을 참교육 실현을 위한 동반자로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교육부총리의 중재자 역할 기대

교장단과 전교조가 대치하는 가운데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어느 측에 서서 누구를 지지해야 할 것인지 쉽게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자칫하면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여간 불안해하는 것이 아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런 가운데 윤 교육부총리가 교총과의 간담회를 시작으로 각 단체별로 의견을 들을 계획이라는 것이다. 교육부총리의 중재자로서의 역할에 기대를 걸어 본다. 우선 급한 것은 서로간의 과격한 실력행사를 잠재우는 일이다. 그리고 이것이 하루아침에 불거진 문제가 아니고 수년간 누적된 문제인 만큼 신중에 신중을 더해 이 문제에 접근해야 할 것이다.

이제 협상 테이블이 준비되었으니 모두 함께 테이블에 둘러앉는 일만 남았다. 교장단과 전교조가 서로를 위한 동반자라는 생각으로 이 자리로 나아왔으면하고 바란다. 교육부로서는 한번에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해서도 안 될 것이며, 양측의 주장을 무조건적으로 수용만 해서도 안 될 것이다.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고, 또다시 이러한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곪아 터질 것들은 과감하게 고치고 보완하여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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