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끊임없는 전쟁을 원한다

<서평> 김민웅 목사의 신간 <밀실의 제국>

등록 2003.04.29 11:44수정 2003.04.29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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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최근 출간된 김민웅 목사의 <밀실의 제국>

최근 출간된 김민웅 목사의 <밀실의 제국> ⓒ 오마이뉴스

미국이라는 거대한 '제국'의 전쟁은 어떻게 이뤄질까?

세계 최대의 경제력을 바탕으로 미군의 무기는 가장 최신형이고 강력하다. 그러나 미국의 전쟁 능력은 단지 이것으로부터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인 병사와 무기 외에 전쟁을 가장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시스템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 시스템은 일단 작동한 이상 한개의 전쟁을 끝내면 또 다른 전쟁을 찾을 수밖에 없는 내적 논리를 가지고 있다.

재미 언론인 김민웅 목사의 <밀실의 제국-전쟁 국가 미국의 수호 메커니늠>(한겨레신문사)은 미국의 끊임없는 전쟁과 그것을 뒷받침 하는 메커니즘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책이다.

미국 역사상 '미국이 위험이 처해있다'는 구호가 나오지 않은 적은 없었다. 이는 미국의 전쟁전략의 기본 논리였다. '현존하는 위험'에 대한 군사적 대응은 미 제국이 추구하는 전쟁정책의 핵심적 출발점이다.

더구나 조지 부시 행정부 이후 미국은 현존하는 위험뿐만 아니라 '장래에 위협을 줄 가능성이 있는 세력'에 대한 '예방공격' '선제공격'을 주장하면서 제국수호 메커니즘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작동하고 있다.

이는 한편으로 끊임없는 국방비 증대로 이어져 밀접한 이해관계를 맺고 있는 군산복합체에 활기를 제공하면서 미국 경제를 '펜타곤 자본주의' 세력이 이끌도록 만들었다.


이들은 월남전 패배로 위축되기도 했지만 1980년 로널드 레이건이 집권하면서 재등장했고 현 부시 행정부에서 미국을 좌지우지하게 됐다.

'제국' 수호 메커니즘의 촉수는 미 중앙정보국(CIA)을 비롯한 각종 정보, 보안 기구들이다. 이들은 과거 이란, 과테말라, 월남, 한국 등에 친미정권을 민족주의 세력을 압살하고 친미정권을 세우는 공작을 벌여왔다.


여기에 지난 1991년 이른바 걸프전에서 보여졌듯이 철저한 언론통제로 대중의 눈을 가린다.

예를 들어 미군의 피해상황과 관련해 부상자의 모습이나 사망 군인의 현장보도는 철저히 통제하고 사망 군인의 장례식은 부각시켜 애도 분위기를 연출해 국민사이에 '애국적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이런 미 언론의 보도태도는 이번 이라크 침공 때도 예외없이 나타났다.

여기에 '저명한 학자'라고 불리우는 이데올로그들이 '제국의 사제'로 전쟁의 정당성을 부여한다. <문명충돌론>을 쓴 새뮤얼 헌팅턴 등과 같은 자들이 대표적이다.

헌팅턴이 쓴 책의 일관된 요지는 미국으로 상징되는 자유주의적 가치를 어떻게 수호할 것인가이다. 그의 책은 강력한 군사주의적 전문집단의 능력에 의존하지 않고서는 자유주의적 가치와 세계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으로 귀결된다.

그렇다고 '제국'이 모든 전쟁에 직접 나서는 것도 아니다. 몇백만 몇천만 달러의 돈이면 제 3세계의 친미주의자들은 반미 세력과 알아서 싸운다. '제국'의 이해를 기키기 위해 '대리전'을 치러줄 자들은 어디에서나 쉽게 찾을 수 있다.

<밀실의 제국>은 단지 미국의 전쟁 체계만을 다루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해외에 살고 있지만 항상 조국의 운명에 절절한 관심을 기울여왔던 저자의 초점은 결국 한반도로 향한다.

부시 정권이 들어서고 난 뒤 부쩍 강화된 한반도 위기의 본질은 결국 '제국'이 북한 정권 붕괴하른 목표를 포기하지 않으면서 북한의 일방적인 항복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위해 '동북아시아 집단 안전보장 체제'를 바탕으로 한 영세중립화를 목표로 제시한다.

이 책에서 자세하게 언급된 것은 아니지만 눈에 띄는 부분이 있다.

미국이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항상 주장해왔던 다자구조의 위험성을 언급한 곳이다.

상상도 하고 싶지 않지만, 코소보와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보다시피, 한반도 비핵화를 명분으로, 또는 핵무장 해제를 명분으로 선제공격을 한 후 미국이 주도하는 '유엔 안보리 관할구조 속에서' 일종의 공동관리 체제를 내걸고 다른 열강에게도 기회를 주겠다는 식으로 접근하면, 사태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 (309쪽)

실로 중국의 괄목할 만한 국가역량 제고는 미국으로서는 시간이 없다고 여길만한 상황을 만들고 있고, 미국의 CIA는 2015년 내지 2030년을 중국이 미국을 추월할 수도 있는 시점으로 상정하고 있을 정도다. 따라서 그렇게 되기 전에 중국의 기세를 일정하게 꺾든지, 아니면 한반도 지역에서 미국의 일정한 기득권을 인정하는 완충지대를 형성하는 담합에 합의하든지 하는 여러 갈래의 선택치가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326쪽)

저자의 말대로 상상도 하고 싶지 않은 말이지만, 일본은 조선을, 미국은 필리핀을 챙기기로 약속했던 과거 가쓰라-태프트 밀약의 재판을 완전 배제할 수 없는 것도 현실이다.

밀실의 제국

김민웅 지음,
한겨레출판,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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