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호중공업, 잇따른 인명사고

27일 관리자 동원해 농성장 강제해산…노조 집회 갖고 부분파업

등록 2003.04.30 11:07수정 2003.05.01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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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인명사고로 말썽을 빚고 있는 현대삼호중공업이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하는 농성조합원에 대해 강제해산에 나서 노사 충돌이 우려되고 있다.

현대삼호중공업은 지난 27일 새벽 3시경 관리자 2백여명을 동원, 30여명의 농성 조합원들을 강제 해산시켰다. 노조는 지난 23일부터 확대간부와 대의원 등 60여명이 본관 7층 사장실을 점거하고 근골격계 문제와 비정규직의 처우개선을 담은 특별단체교섭을 요구해왔었다.

a 28일 삼호중공업 노조는 농성장 강제해산에 항의집회를 갖고 시한부 부분파업을 단행했다.

28일 삼호중공업 노조는 농성장 강제해산에 항의집회를 갖고 시한부 부분파업을 단행했다. ⓒ 이국언

이날 강제해산 과정에서 노사 충돌로 인해 박현수씨 등 조합원 5∼6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측은 또 차량을 이용해 20여명의 조합원들을 1명씩 격리시켜 목포 하당과 북항 등지로 강제로 끌고가 내려준 것으로 알려져 조합원들의 비난을 사고 있다.

죽음의 행렬, 한달 사이 2명 사망, 1명 뇌사상태

현대삼호중공업에서는 지난달 26일부터 한달 사이에 2명의 노동자가 사망하고 1명이 뇌사상태에 빠지는 등 잇달아 인명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 22일 오전 11시경에는 도장 1부 하청노동자 이동관(49)씨가 무게 328㎏의 파이프 압착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이번 사고는 노조가 잇따른 사고에 대한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발생한 것이어서 파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지난 3월 26일에는 고소차 압착사고로 건조1부 하청노동자 김재원(37)씨가 사망했으며 12일에도 도장1부 하청노동자 문용인(32)씨가 고소차에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문씨는 현재 광주기독병원에서 사경을 헤매고 있다.


a 조합원 500여명이 본관건물까지 항의행진을 갖기도 했다.

조합원 500여명이 본관건물까지 항의행진을 갖기도 했다. ⓒ 이국언

문용인씨와 22일 숨진 이씨는 모두 이 회사 하청업체 'KMSC' 소속이다. 'KMSC'는 삼호중공업 이외에도 대우, 삼성, 현대중공업 등 조선업체에서 특수도장을 맡고 있는 외주업체다. 고소차는 그 동안 1인이 작업해 왔으나 구체적 안전기준이 마련되지 않은데다 장비 노후화로 늘 안전문제가 지적돼 왔었다.

삼호중공업 노조는 28일 600여명의 조합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항의집회를 갖고 사장실이 있는 본관건물까지 항의행진을 벌였다. 또 이날 오후부터 4시간 부분파업에 돌입해 일부 생산라인이 중지되는 등 삼호중공업 사태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생산량 뽑아내지 못하면 버티지 못해", 특별단체교섭 요구


노조 심종섭 지회장은 "연이은 사고는 우연이 결코 아니다"며 "생산량을 뽑아내지 못하면 버티지 못하게 하는 현장통제에서 비롯된 사고"라고 주장했다.

그는 "외주업체 안전점검이 관리자가 말 한마디 하고 서명하는 식으로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하청업체 근로자들에 대한 설문지 조사를 하고 있지만 작성자는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협박하고 있어 그 마저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현대삼호중공업은 한라 부도전 1만여명에 달하던 근로자가 6천여명으로 줄어든 상태다. 또 이중 60%에 이르는 근로자가 하청업체 등 비정규직이다.

노조는 현재 ▲중대재해와 관련된 KMSC 해체 ▲근골격계 질환 대책 ▲비정규직 처우개선 ▲노조 안전교육에 외주업체 참여보장 등을 요구하며 사측과의 특별단체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a 노조는 "사고는 예견 된 일"이라며 특별단체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사고는 예견 된 일"이라며 특별단체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 이국언

이와 관련해 현대삼호중공업은 25일 사내 홍보물을 통해 일련의 사고에 대한 안전대책을 발표했다.

회사는 23일 안전문제를 전담할 '안전환경부'를 대표이사 직속기관으로 배치하는 조직변경을 결정하는 한편 작업표준서 전면 개정과 안전보건 교육 강화를 담은 '안전보건 종합관리대책'을 마련해 재발방지에 최선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회사·노동청, "사태 악화되나" 대책 마련에 부심

회사측은 "조직변경은 일회성 안전정책으로 책임을 모면하기 위함이 아니다"며 "시설투자가 필요하다면 과감히 도입하고 외주업체 안전문제도 함께 개선해 가겠다"고 밝혔다.

안전환경부 김태혁 부장은 "안전보건 문제는 심리적 영향이 크게 작용한다"며 "노조에 의해 중지된 아침조회나 체조가 관례대로 지켜져 안전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조도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삼호중공업 재해에 대해 관계당국이 사태를 너무 안이하게 대처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노동부는 28일 광주지방노동청에 인명사고가 빈발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현대삼호중공업에 대한 특별산업안전감독 지시를 내렸다. 광주지방노동청에서는 그 동안 노사가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다는 이유로 개입을 미뤄왔었다.

이우룡 광주지방노동청장은 "안전감독에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노사가 근골격계 등으로 긴강 관계에 있어 시기를 선택하는 중이었다"며 "노사가 다투고 있는 가운데 특별감독에 들어가면 어느 한쪽을 편 들어주는 상황이 돼 시기선택에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위법사실이 확인된 것은 없지만 향후 하청업체 선정과정에 산업안전부분을 강화할 수 있도록 권고할 생각이다"며 "산업안전은 노사가 같이 지혜를 모아야 하는 만큼 근로자들의 협조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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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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