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죽으면 그것이 행복"

<인터뷰> 이번 사면 대상에서 제외된 문정현 신부

등록 2003.04.30 17:34수정 2003.04.30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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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현 신부
문정현 신부
노무현 정부의 양심수에 대한 첫 사면조치에 인권단체들의 실망이 크다. 전체 양심수 중에 오직 기결수 13명에 대해서만 사면이 이뤄졌고 미결수 32명과 병역거부 양심수 1132명이 모두 제외되었기 때문이다. 결국 전체 양심수의 '1%'만이 이번 첫 특사로 빛을 본 것뿐이다.

이런 가운데 전북지역에서도 반미운동에 앞장서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문정현 신부가 이번 사면대상에서도 제외된 것이 뒤늦게 알려졌다. 문 신부를 직접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 문 신부님, 요즘은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나의 동생 문규현 신부와 세 분의 성직자들이 하고 있는 '새만금 갯벌 살리기 3보1배'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날마다 눈물바람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사람이 할 일이 못되는 것을 지금 하고 있잖아요. 아침에 눈뜨면 달려가 3보1배를 카메라에 담고 쉬는 시간이면 수행자들 다리도 주무르고 그러다 밤이면 집에 와서 촬영한 것을 동영상으로 편집해 올립니다.

- 이번 사면복권 대상자에서도 신부님이 제외되었는데요?
원래 나에 대한 재판도 내 활동을 제약하기 위한 정치재판으로 이뤄진 거라 사면에는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석기씨는 나오길 바랬는데....아들의 석방을 간절히 바라는 노모가 안타깝습니다.

지난 주 천주교인권위원회로부터 검찰에서 '반성의 기미가 없다'는 이유로 제외됐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것은 내가 반미관련 운동들과 집회를 주도하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인데 선별처리 하지 않겠다는 말을 스스로 부정하는 꼴이라 생각합니다.

- 신부님 어떤 사건으로 재판을 받았었죠?
96년 통일축전 논의를 위해 바르샤바를 방문, 북측 대표를 만난 일이 있습니다. 당시 검사가 기소하지 않던 것을 4년이나 지난 2000년 4월에 난데없이 기소를 한 거죠. 2000년 당시는 내가 소파(SOFA, 한미상호방위조약) 개정운동과 매향리 폭격장 폐쇄 운동에 한참 전념하고 있을 때였죠. 또 98년 군산미군기지에서 매주 수요일 오후 2시에 집회를 하는데 미군 헌병 한 명이 나에게 손을 맞았다고 폭행죄로 기소를 했더군요. 지난 2002년 4월 재판부는 내게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습니다.

- 인권단체들은 "이번 사면도 역시 생색내기와 정치적 쑈에 불과하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사면을 얘기하기에 앞서 양심수를 만들어내는 국가보안법을 먼저 없애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국가보안법은 죽은 법입니다. 수구보수세력들이 이를 부여잡고 있는 것이죠. 국가보안법을 이름만 바꿔 유지하는 대체입법 얘기도 있는 것으로 아는데요. 이름만 바꾼 체 여전히 국민들의 목소리를 막으려는 것이죠. 국가보안법은 대체입법 없이 완전히 없애야 합니다. 노무현 정부가 이것을 해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 집행유예 상태로 있는 것이 신부님의 반미운동 활동에 제약이 되지 않을까요?
개념치 않고 살고 있습니다. 잡혀가면 감옥에서 싸우죠 뭐. 나는 변하지 않고 끝까지 남는 자가 되고 싶습니다. 그러다 길 위에서 죽으면 그걸로 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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