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핵국민행동 경과보고 중인 강재윤씨황윤길 제공
사회자는 오늘의 집회가 지역 연대 자리인 만큼 원래 핵폐기장 반대 투쟁의 선구자격인 굴업도와 안면도의 주민들도 초청하여 발언을 들으려고 했으나, 굴업도와 안면도의 주민들이 "죄송하여 못 가겠다. 전국적으로 핵폐기장을 못 짓게 막았어야 했는데, '우리 굴업도만 안 된다, 우리 안면도만 안 된다'고 해서 지금 또 이런 상황을 만든 것 같아 죄송하다"고 고사했다고 밝혔다.
첫번째 지역 연대 발언에 나선 울진 핵폐기장반대대책위 집행위원장인 황윤길씨는 "2월 4일의 핵폐기장 후보지 선정은 김대중 정권이 임기 종료를 며칠 앞두고 행한 반민주적 폭거"라고 정의하고 "명분도, 정당성도, 합리성도 없다"고 외쳤다.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한반도와 세계의 반핵평화를 지키고 후손들의 미래를 위한 반핵운동"이라고 말하며 핵폐기장 후보지 선정은 노무현 정권에게 결정적인 책임이 있고 실패한 정권이 되지 않으려면 당장 핵폐기장 추진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산업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주)가 검은 돈을 뿌리며 지역을 분열시키는 부도덕한 핵폐기장 유치 활동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과기부장관 직인이 찍힌 공문과 산업자원부 장관 직인이 찍힌 공문을 통해 두 차례나 정부가 공식적으로 울진에는 핵폐기장을 들여놓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나, 약속을 저버렸다"면서, 울진 뿐 아니라 나머지 세 지역도 지형과 지질 면에서 문제가 많은 지역인데 졸속 지정했다고 설명하며 네 지역이 똘똘 뭉쳐 연대해야 이번 투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황윤길씨는 "단결하면 이깁니다!"라고 외치고 단상에서 내려갔다.
두번째 지역연대 발언자는 고창 핵폐기장건설반대 대책위원회 정책실장인 박정용씨였다. 박씨는 "한국수력원자력주식회사는 '한수원'이라는 명함이 아니라 돈 3만원을 들고 고창에 나타났다"면서, "이렇게 돈을 주고 엄지손가락을 사서 서명을 받아낸 것이, 내용도 모르고 지장을 찍은 1만5000명들"이었지만, 이제는 군민의 98%가 핵폐기장을 반대하고 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씨는 계속해서 한수원의 행태를 폭로했다. "핵폐기장이 무엇인지 알게 되어 반대하는 사람들을 한수원은 관광을 보내주며 회유하고 있다. 대덕 연구 단지, 영광 원자력발전소로 관광버스에 태워 보내고 있다. 또 잔디밭 위에 아이들이 뛰노는 일본의 로카쇼무라 핵폐기장 사진을 보여주며 사람들을 기만하고 있다. 그러나 고창 사람들은 이제 핵폐기장이 자손 만대에 위험함을 알았다."
지역의 소외감이 자칫하면 지원금을 받고 핵물질 반입마저 용납하는 상황으로 가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에 대해, "전북 도지사가 익산에는 양성자 가속기라는 첨단 시설을 들여놓을 테니, 대신 고창이 핵폐기장을 받으라고 하고 있다. 지역이 낙후되었으니 고창 너희가 전북을 위해 희생하라고 협박하고 있다. 그러나 고창에는 대규모 반대 궐기 집회가 일어났고 상경 집회도 수천 명이 참가했다. 우리는 다시 대규모 집회를 열 것이고, 도청도 점거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 | "고창의 상황이 정말로 급박하다" | | | 고창 대책위 박정용씨 인터뷰 | | | | 고창 대책위원회에서 활동하는 박정용씨(34)는 핵발전소 유치 활동을 하고 있는 30명과 땅을 팔고 떠나려고 하는 몇 명을 빼놓고 고창 지역주민 대다수와 군의회와 군수 등은 모두 강경하게 핵폐기장을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록 군수도 반대 의견을 피력하고 군의회가 전원 찬성으로 핵폐기물 반입 금지를 선언했지만 지역 상황은 정말로 급박하다고 한다. 전북대 총장과 교수 몇 명이 핵폐기장은 완전하게 안전하다고 거짓말을 하면서 핵폐기장을 받아야 한다고 거짓말을 하고 있고, 강현욱 도지사도 고창이 희생해서 전북을 살리라고 협박하고 있다고.
"전북 도지사 집무실에 유리고형화(핵폐기물의 부피를 20%로 줄이는 기술) 핵폐기물을 갖다 놓았다고 (그만큼 핵폐기물이 안전하다고) 선전되었습니다. 확인을 하기 위해 반대대책위에서 찾아갔더니 치워버렸더군요. 진짜 핵폐기물이 아니라 핵폐기물 모형이었죠. 만일 진짜 핵폐기물이었다면 방사성물질관리법 위반이고, 가짜 핵폐기물이었다면 사기죄입니다. 전북대 총장이 핵폐기장 안전하다는 설명회를 열어서 반대대책위에서 설명회 장소에 갔더니, 도지사는 자리를 피하고 총장은 주민들을 보자 핵폐기장이 안전하지 않다고 다시 말을 바꾸었습니다."
그러나 다행히 고창은 양성자가속기사업을 아예 받을 불씨조차 만들지 않았기 때문에, 만일 양성자가속기사업과 방사성폐기물사업을 연계해도 반대투쟁이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지금은 핵폐기장 반대 활동에만 매진하고 있다고 한다. 범고창군민대책위원회 홈페이지에도 들러 달라고 부탁했다. http://www.negohyang.org / 김나희 | | | | |
세번째 지역 연대 발언자인 영광 대책위의 김용국씨는 "우리들은 거지새끼가 아니다. 돈 3천억원 줄 테니 죽음의 쓰레기를 받으라고 하면 받을 것이라고 (정부가) 대단한 착각들을 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또 언론에서 거의 다루어지지 않음을 안타까워했다. "우리는 계속 투쟁해왔다. 국회에서 교섭을 위해 뛰어다녔고 김 교무는 35일째 단식 중이며 대규모 집회를 연이어 열었다. 이렇듯 중요한 사안이지만, 언론에는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 옛날 군부독재 때 안기부에서 언론을 통제하듯 언론을 통제하는 것이다."
또한 정부의 어느 부서도 핵폐기물 정책에 견제할 능력이 없다면서 "어느 지역에 핵폐기장이 들어서도 미래가 파괴되고, 수송하다 사고가 날 수 있고, 임해지역에 방사성 물질이 누출되는 사고가 날 수 있는데, 왜 이런 위험성에 대해 책임지는 부서는 없는가"하고 질문했다.
이어 이번 핵폐기장 후보지 선정 용역을 담당한 동명기술 공단이 전혀 전문성 없는 곳임을 설명하였다.
"동명기술공단은 도로, 집 같은 것을 건설하는 일을 하는 곳이다. 47개 임해지역의 지질과 해양을 모두 어떻게 조사했다는 것인가. 수십억원을 불법으로 핵폐기장 유치 활동에 쏟아붓고, 용역 비용은 단 3억원이었다. 이러한 용역 결과로 어떻게 안전성을 믿을 수 있는가."
영광 출신인 자신은 서울에 와서 전기가 정말로 낭비되고 있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영국은 우리 나라의 2-3배의 GNP인 나라인데, 우리나라가 영국을 일인당 전기소비량에서 능가했다. 한수원이 전기를 펑펑 쓰게 권장해 놓고, 전기가 모자라니까 또 지어야 한다고, 한 줌도 안되는 핵산업계 사람들이 전국민을 우민화하고 있다."
또한 영광에 핵발전소가 들어와서 지역발전이 된 것은 완전한 허구라고 단언했다. 그리고 양성자가속기를 만들려는 것은 결국 핵무장을 위한 첫걸음이라고 밝혔다.
"양성자가속기를 만들고, 다음 단계로 재처리 시설을 만들고, 그 다음에는 고속 증식로를 만들려는 겁니다. 일단 양성자가속기가 들어선 지역은 핵 천국, 즈그들의 천국이 됩니다."
김씨는 마지막으로 김성근 교무의 건강을 기원하며 내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