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바다 복지관 직원이 노 대통령께 드리는 편지

등록 2003.05.13 08:38수정 2003.05.13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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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30일부터 진행되고 있는 "에바다 문제 해결을 위한 대통령께 편지보내기"가 막바지에 이르렀다. 아직 많은 수는 아니지만 그 담긴 내용은 에바다 해결을 위한 간절함이 넘치고 있다.

에바다복지회 이사회가 주관한 이번 행사는 지난 4월 10일 에바다 학교의 학생인 박미애 학생의 "대통령 아저씨, 에바다 해결해 주세요"라는 편지에서 출발한다. 두 주간에 걸쳐 진행되고 있는 '대통령께 편지보내기'에 대통령께 보내진 편지중 에바다 복지회의 동의하에 두 편의 편지를 공개한다...<필자 주>


에바다장애인복지관 직원 권명희씨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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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철용

노무현 대통령님께

안녕하세요?
오월의 싱그러움이 유난히도 아름다운 에바다장애인복지관 직원 권명희입니다.

올해의 오월은 유난히도 초록의 물결이 눈부시고 맑습니다. 아마도 아이들이 웃음소리가 함께 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희 복지관에서 에바다학교 학생들과 생활 한지도 한달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표정도 점점 맑아지고 또한 선생님들도 한결 기운차게 생활하시는 것 같아 저 또한 마음이 가볍습니다.


아마도 조금은 짐을 던 것 같아서 입니다. 수업을 하지도 받지도 못하던 상황에서 열악한 환경이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생활하는 학교선생님들과 아이들을 보면서 복지관 한 켠을 비워 준다는 것에 대한 나눔의 기쁨이 아닐까 합니다.

대통령 각하


저희들은 너무도 약한 자로써 할 수 있는 최선의 것들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정말 보잘것 없는 마음들이 모여서 하나 하나 정상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 힘으로는 역부족인 것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조금만 더 민중의 아픔과 그들의 고민에 대해서 생각해 주세요.

김대중 대통령과의 약속을 믿고 저희 에바다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은 얼마나 희망에 부풀어 있었는지 모릅니다. 대통령과의 약속이었으니까요. 저는 생각합니다. 약속을 잊은 것이 아니라 조금 늦어질 뿐이라고 그 약속을 대통령께서 지켜 주실거라구요.

그래서 우리 아이들이 약속의 소중함을 저버리지 않게 도와주세요. 저희 에바다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의 소망을 져버리지 마시길 다시 한번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너무나 예쁘고 아름다운 복지관에 한번 방문해 주시면 더욱 감사하겠습니다.

2003년 5월 12일
권명희 올림


이소연씨의 편지

노무현 대통령님께...

이 편지가 정말로 당신의 손에 닿게 될지는 의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편지를 쓰기로 결정한 것은 이 한 통의 편지의 위력을 믿기 때문입니다.

이 땅에는 정말로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너무나 다양한 모습으로 말입니다. 그래서 관심을 갖게 되고 한 번 더 바라봅니다. 저와는 다르기 때문에 말입니다.

전 편안히 사무실에 앉아 제가 듣고 싶은 음악을 들으며 제가 하고 싶고 원하던 일을 하고 있습니다. 당신도 편안히 어딘가에서 당신이 원하던 일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전 아무런 투쟁 없이 이렇게 편안함을 맛봅니다. 앞선 분들의 수고덕에 말이죠. 가끔씩 정말로 감사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 뿐입니다.
하지만 전 생각합니다. 나도 작은 수고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입니다.

지금 전 이 편지를 쓰면서 제가 그것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그 마음을 끝없이 사모할 것이라고 나지막이 다짐했습니다.

용기가 생기고 만족한 마음이 듭니다. 또 당신을 생각하며 당신도 이 보다 더 아름다운 마음의 주인공이 되기를 원해봅니다.

대통령께서는 아름다운 수고를 해주실 분이다. 힘겨운 투쟁을 하고 있는 장애우들의 편에 서 주십시요. 전 현실적인 생각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조시 W 부시는 하나님이 자신의 편이라고 말했지만 그것은 현실이 아닙니다.

하지만 전 대통령이 장애우의 편이라는 현실적인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편안하시고 건강하시길...

2003.5.10

이소연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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