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오페라 공연에 있어서 연출가의 역할이 중요해져만 가고 있다.
그 동안 오페라가수나 지휘자의 그늘에 가려 오페라에서 연출가의 가치는 주목을 받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국내 오페라시장에 팽배해 있는 오페라 연출에 대한 그릇된 인식은 현저히 낮은 수준의 오페라 공연을 생산해 내는데 한 몫 차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에 새롭게 시도된 대형 야외 오페라 <투란도트> 공연에 연출가로 참가하게된 영화감독 출신 장예모 감독(이미 그는 중국 자금성에서 열린 투란도트 공연을 연출한 바있다).
영화 감독이 오페라 공연 연출에 참가하게 된 의미도 같은 맥락에서 찾아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모두가 흥행을 위한 하나의 기획이지만 역으로 생각해 보면 흥행을 위해서는 새로운 형식의 연출이 필요하다는 뜻도 된다.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는 오페라 작품은 그리 많지 않다. 수 많은 오페라 작곡가들이 위대한 작품을 많이 남겼지만 그 중에 일반 대중에게 사랑받는 작품은 손에 꼽을 만하다. 오페라 공연을 올릴 때 관객에게 사랑받는 작품들만 올리는 건 아니어서 오페라라고 하면 우선 딱딱하고 지루하다는 생각부터 하게 되는 일이 생긴다.
게다가 일반 대중에게 사랑받는 오페라 작품의 경우도 작품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한 세기에 가까운 오랜 시간동안 같은 작품을 공연하다 보니 그 한계가 막바지에 이르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없다. 이런 상황에 이르자 지금 전 세계는 오페라 연출자의 능력에 모든 기대를 걸고있다.
이미 가수들의 수준이나 오케스트라 그리고 합창단 등 오페라를 구성하는 기본적인 다른 요소들은 충분한 역할을 해내고 있으므로 연출의 다양한 변화는 어찌보면 오페라 공연에 있어서 마지막 희망일지도 모른다.
국내 오페라 시장을 들여다보자.
아직까지 제대로 오페라 연출을 공부한 사람이 드물다보니 대충 줄거리를 이해하는 정도의 수준으로 오페라 작품에 임하는 경우를 흔히 본다.
기본적인 줄거리 파악으로는 결코 오페라 연출이 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행위들은 계속 되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가수가 부르는 아리아의 가사가 전달하는 의미와 오페라 전체 맥락에서 바라보는 가사의 의미, 작곡자의 의도 등을 파악하지 못한다면 진정한 연출이 나올 수가 없다.
이런 전문 오페라 연출가의 부재는 오페라 선진국들로부터 연출가들을 수입해 공연을 올려야하는 현상을 초래하게 된다.
어차피 오페라라고 하는 장르가 우리 것이 아니어서 우리가 완벽한 오페라를 연출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본다. 하지만 언제까지 연출가들을 해외에서 수입해 공연을 올릴 수만은 없는 것이다.
가령, 우리가 그들의 오페라는 완벽하게 재연하지 못한다 할지라도 우리의 창작 오페라는 완벽을 추구할 수 있지 않을까?
연출 뿐만 아니라 다른 오페라 구성요소 조차도 아주 열악한 조건 속에 있는 것이 현실이지만, 이런 세계적 흐름을 이해하고 어느 곳에다 촛점을 맞추며 세계 시장을 향해 나가야 할지 그 방향을 정한다면 조금이라도 더 빠른 시간안에 국내 오페라시장은 세계에서 인정 받는 무대가 될 수 있을것이다.
오페라 연출가의 가치는 앞으로 세계 오페라 시장의 승패를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
많은 학생들이 이 전문 분야에 과감히 도전하여 훌륭한 오페라 연출가가 하나 둘씩 배출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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