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소설]고주몽 86

등록 2003.05.13 18:03수정 2003.05.13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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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제대로 잘 찾아봐! 땅도 좀 파보란 말이야!"

이곳저곳을 한참 동안 뒤지던 유리 패거리의 뒤로 몽둥이가 날아들었다.


"아이쿠!"

머리를 잡고 나뒹구는 유리의 시야로 바우 패거리들이 보였다.

"뭐야 이 녀석...... 그때 그 호민이 시킨 일이냐?"

"아니야. 네놈들이 제대로 일을 하지 않는다며 마가께서 시킨 일이다."

바우 패거리는 많은 보수만 제시되면 상대를 가리지 않고 일을 하곤 했다. 이번에는 제대로 수금을 해오지 않은 유리 패거리들을 혼내달라는 부탁을 저여로부터 받은 터였다.


"일단 여기다가 꽁꽁 묶어둬라. 지금까지 받은 빚을 모두 갚아 주겠다."

유리와 그의 패거리들은 끓어 앉혀진 채로 집 가에 서 있는 소나무에 꽁꽁 묶여 버렸다.


"자, 어디부터 손을 봐줄까?"

보기만 해도 섬뜩한 몽둥이를 든 바우가 능글능글 웃으며 유리의 몸을 발로 툭툭 걷어찼다. 유리는 뒤로 묶인 손을 꼭 쥐었고 그때 뒤쪽에 있던 돌 조각 하나가 유리의 손에 의해 툭 떨어졌다. 그 안에 손이 닿은 유리는 예리한 금속의 감촉을 느낄 수 있었다. 분명 그것은 칼이었다.

"우욱!"

악에 받혀 마구 욕을 지껄이던 옥지의 머리위로 바우의 몽둥이가 내려 꽂혔다. 어이없게도 몽둥이는 뚝 하고 부러져 버렸다.

"뭐야, 이 자식...... 머릿속이 돌로 꽉 차 있나? 야, 다른 몽둥이 좀 줘봐!"

유리는 그 틈을 타 칼로 손목에 묶인 밧줄을 잘라내기 시작했다. 칼은 의외로 날카로워 유리의 손에 상처를 냈지만 유리는 아픔을 느낄 틈조차 없었다.

"너 이 자식 머리를 아예 박살내 주마."

바우가 몽둥이를 높이 쳐드는 순간 유리가 몸을 날림과 동시에 피가 튀었다.

"커헉!"

바우는 허벅지를 감싸쥐고 쓰러졌고 유리는 다음 상대를 향해 칼을 휘둘렀다. 순식간에 상황은 역전되어 바우 패거리는 부상자들을 들쳐업고 허둥지둥 도망치기 시작했다. 유리는 묶인 자기 패거리들을 풀어주었다.

"역시 형님이시구려! 그런데 칼은 어디서 난 것이오?"

구추의 말에 유리도 궁금하다는 듯 칼을 살펴보았다. 칼은 부러져 있는 상태였으며 너저분한 손잡이와 칼날에 낀 녹이 오랜 세월을 얘기해 주고 있었다.

"녹이 끼었는데도 잘 드는 것을 보니 보통물건은 아닌 듯 하오."

도조의 말에 유리는 퍼뜩 정신이 들었다.

"그래! 이거야말로 아버지가 남긴 증표임에 틀림없다! 분명 나머지 부분도 가지고 계실 것이야!"

어차피 마가인 저여와 대립하게 되었으니 유리 패거리가 동부여에 오래 머물러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옥지, 구추, 도조도 자의반 타의반으로 유리를 따라 동부여를 떠나 고구려로 갈 것을 결정했다.

"하지만 그 전에 할 일이 있지. 저여의 집으로 가자."

옥지, 구추, 도조는 깜짝 놀랐지만 일단 하기로 마음을 먹으면 거침없는 유리의 성격을 아는지라 그대로 따라나설 수밖에 없었다. 저여의 집에 도착한 유리는 문을 박차고 들어가 닥치는 대로 때려부수기 시작했다. 저여의 하인들이 이를 막으려 나섰지만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마가는 어디 있냐?"

"입궐해서 아직 돌아오시지 않았습니다."

저여의 하인이 벌벌 떨며 대답하자 유리는 한층 더 소란을 피우며 저여가 집을 쑥밭으로 만들었다.

"더러운 벼슬아치인 마가에게 일러라. 고구려왕의 아들 유리가 왔다 갔노라고!"

유리와 옥지, 구추, 도조는 보무도 씩씩하게 난장판이 된 저여의 집을 빠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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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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