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소설]고주몽 88

등록 2003.05.15 17:57수정 2003.05.15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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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유리는 술로 인해 어지러워진 머리를 뒤흔들면서 밖을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

"여봐라! 게 누구 있거든 시원한 물 한잔만 떠오너라!"


잠시 후 소조와 하인들이 물을 가지고 들어섰다. 유리는 단숨에 물을 들이킨 후 소조에게 말했다.

"오늘 당장 입궐할 생각이니 준비를 해주시오."

소조가 비웃음을 머금으며 유리에게 물어 보았다.

"그 전에 어제 얘기한 증표를 좀 보여주시겠습니까?"

유리는 품속을 더듬다가 칼이 없어진 것을 알고 크게 놀라 방안 이곳 저곳을 뒤지기 시작했다. 급기야는 옥지, 구추, 도조를 모조리 깨워 방안을 샅샅이 뒤지기에 이르렀다. 그 모양새를 비웃으며 보고있던 소조는 차갑게 쏘아붙였다.


"지금 뭐 하는 겁니까? 증표가 없다면 무엇으로 증명하실 겁니까?"

유리는 소조의 표정을 보고선 그제야 자신이 당한 것을 알아차렸다.


"너...... 너 이 자식! 네가 저지른 일이구나!"

소조는 안색을 싹 바꾸며 유리를 윽박질렀다.

"뭐야! 어린놈에게 오냐오냐 해줬더니 막말에다가 거짓으로 날 속이려 해? 얘들아! 저놈들을 죽지 않을 정도로 다뤄줘라!"

소조의 하인들이 방안으로 뛰어들자 옥지는 머리로 이를 들이받아 버렸다. 순식간에 코피가 나고 머리에 혹이 난 하인들이 나뒹굴기 시작했다. 이런 싸움질에는 이골이 난 유리 일행이라 아무리 간밤의 숙취가 남아있다고 해도 쉽게 당할 리 만무했다. 소조가 소리쳤다.

"이런! 칼을 가져 오라!"

하지만 그때쯤 이미 유리 일행은 옷을 손에 쥔 채 줄행랑을 놓은 뒤였다.

한편 저여는 아침 일찍 입궐하여 주몽을 배알한 후 유리가 고구려에 왔음을 알렸다.

"그렇소? 그렇다면 어서 입궐시키지 않고 뭐 하는 거요?"

"그게 일이 참 어렵게 됐습니다. 왕비마마의 측근인 소조가 그들을 속여 자기 집으로 데려간 후 증표를 훔쳐 버렸습니다. 지금쯤 그의 집에 갇혀 있을 것입니다."

주몽은 기가 막히다는 듯 이맛살을 찌푸렸다. 월군녀의 귀에 이 사실이 들어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자명한 일이었다. 한편으로 주몽은 자신이 해위를 용서하고 동태를 살피게끔 한 득이 이제야 돌아옴을 느끼고서는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잘 알겠소. 그쪽에 사람을 보내어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살펴 봐주기 바라오."

해위가 물러나자 주몽은 시종을 불러 일렀다.

"당장 소조를 들라 이르라."

한 참 뒤 무슨 영문인지 모르는 소조가 주몽의 앞에 부복했다.

"공은 소노부의 욕살로서 너무나 오랫동안 있었소. 그러니 이젠 다른 일을 할 때도 됐지 않았소? 요즘 북옥저 부근의 읍루가 수상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하니 당장 그리로 가시오. 조금도 지체해선 아니 되오."

소조는 속으로 깜짝 놀랐지만 천자의 명을 거역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하필 이럴 때 북옥저로 가게 되다니!'

소조는 유리의 일을 마무리짓지 못하고 먼 임지로 떠나게 된 것을 한스럽게 여겼지만 이 일에 해위의 배신이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소조의 집으로 사람을 보낸 해위는 유리 일행이 도망쳤다는 얘기를 듣고서 일이 복잡해졌음을 깨달았다.

"이런! 어디서 그들을 찾는단 말인가!"

잠시 고민하던 해위는 순간 묘안이 떠올랐다. 그럴싸한 핑계를 대고 주인이 없는 소조의 집을 뒤져 칼을 찾아낸 해위는 주몽을 찾아갔다.

"폐하, 이미 왕자님은 몸을 피한 후였고 이 증표만 찾아내었습니다."

주몽은 증표를 보고 기뻐하며 깊숙한 곳에 숨겨놓았던 나머지 반쪽의 칼을 꺼내어 맞춰보았다. 두 조각은 어김없이 맞아 떨어졌다.

"수고 하셨소! 그런데 그를 어디서 찾는단 말이오?"

기쁨과 탄식이 교차하는 주몽의 모습을 보며 해위는 자신이 생각한 바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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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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