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 동안 글 쓰기를 놓았습니다. 처음에는 마지막 정리를 앞둔 공부와 날선 신경 때문이었고, 정리를 마치고 한숨을 돌렸을 때는 오직 한 가지 일을 위해 다 내팽개쳐 둔 생활을 돌아보아야 했습니다.
시간이 길어지면서 그만큼 잘된 준비를 해서 기사를 올려야 한다는 강박, 그러나 한편으로 생활인으로 사는 벅참,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녹이 슬어가는 머리와 손끝 때문에 점점 더 돌아오기가 힘들더군요.
공부가 되었든 뭐가 되었든 하루라도 손을 놓으면 그만큼 무뎌진다는 무서운 깨달음을 가슴에 새기게 되었지요.
미루고 미루다 드디어 오늘 결심을 하고 피로한 몸을 책상 앞에 앉혀 두었습니다. 너무 오랫동안 쉬어 감각을 잃었기에 한국어로 된 최신 기사들부터 검색을 했지요. 이 걸로는 기사를 쓸 수도 없고 쓰지도 않습니다만, 빠른 시간 안에 돌아가는 사정을 간파하기에는 좋은 방법이지요.
기사를 읽으면서, 쓰고 싶은 몇몇 아이템들도 찾았고, 상황이 무르익기를 기다렸던 아이템들에 대한 정보도 얻었지요.
한 교민정보 사이트에서 기사들을 읽어보던 중에 한켠에 있는 인도네시아 음악 듣기에서 제가 좋아하는 노래가 하나가 눈에 띄더군요. 한국의 어느 노래방에서 인도네시아 노래가 나오는 걸 보고 감동해서 한 시간 동안 내처 불렀던 노래들 중의 하나였습니다.
원래 오늘 제가 기사로 올려야지 생각했던 아이템은 다른 것이었습니다만, 인도네시아 노래 이야기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저는 마음이 움직이는, 내켜하는 주제를 주로 글을 씁니다. 오늘 제 마음을 움직이게 하고, 오랫동안 녹슨 손끝을 자판으로 끌고가 이야기를 끌어낸 것은 바로 이 노래였으니까요.
인도네시아의 창을 처음 시작할 때는 전문성을 살린 정확하고 건조한 정보 형식의 글을 쓸 생각이었지만, 다양한 시선으로 다양한 것을 보는 것, 그것도 인도네시아를 알리고 싶었던 바람과 어울리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 창 너머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 속에 노래만큼 그 모습을 친근하게 다가오게 하는 것도 없을 겁니다.
| | | Terlanjur Sayang - Memes | | | 나는 아직도 사랑 곁에 머물고 있네 | | | | #
Segala cintaku yang kau jala 당신이 낚아올린 내 모든 사랑
Membawa dirikupun percaya 나또한 그 사랑을 믿게 되었어요.
Memberikan hatiku Hanya kepada dirimu selamanya Sampai kapan juga 내 마음 오직 당신에게만 주었어요. 영원토록 언제까지나.
Menjaga sgala rasamu Agar dirimu selalu merasa Akan cinta kita 우리 사랑을 항상 느낄 수 있도록 당신의 모든 느낌을 지켜나가요.
##
Apakah diriku yang bersalah 내가 잘못한 건가요?
Hingga pisah di depan mata 그래서 이렇게 이별을 마주하게 된 건가요?
Tetapi diriku masih Tetap cinta kamu kasih selamanya Sampai kapan jua 하지만, 나는 아직도 여전히 당신을 사랑해요. 언제까지나 영원토록
Menjaga cinta kita 우리 사랑을 지켜야 해요.
Agar tetap di tempatnya sehingga Takkan sampai punah 계속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도록, 사라지지 않도록
###
Seribu ragu yang kian menyerang 수많은 노래들이 흘러옵니다.
Tapi diriku terlanjur sayang 하지만, 나는 그런 노래들을 듣지 못해요.
Walau arah mata angin melawan 바람이 내게 불어올지라도
Tapi ku bertahan dan kuberjalan 나는 버티고 있을 거에요.
Santun berkata kaupun menanyakan 당신은 부드러운 말로 내게 물어요.
Mengapa cinta dipertahankan 왜 이 사랑을 버티려고 하느냐고.
Tetapi haruskah dipertanyakan 하지만, 오히려 내가 물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Bila kuterlanjur kuterlanjur sayang 아직도 내가 이렇게 사랑 곁에 머물러 있는데.. (사랑을 지켜야 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요?)
일반 정보보다 더 하기 어려운 게 노래 번역인 것 같아요. 아직 그 감성을 다 느끼기엔 부족함이 많은 것 같습니다. 위의 가사는 제가 느낌들을 살리는 선에서 의역한 것입니다. 틀렸을 수도 있구요. 교민들이 꽤 보시는 것으로 아는데, 좋은 번역이 있다면 올려 주세요. | | | | |
오늘 제가 처음으로 소개하는 인도네시아 노래는 원제목이 "Terlanjur sayang"입니다. 사실 원어에 따른 제목은 제가 위에서 붙인 것과는 다르지만, 노래의 가사 흐름을 따른 제목을 잡아 봤습니다.
이 노래는 3부분으로 되어 있습니다.
첫번째 부분은 사랑의 시작과 환희, 맹세라고 할 수 있겠죠. 자신에게 다가온 사랑에 마음을 열고 사랑하게 되면서 언제까지나 영원히 사랑할 것이라는 맹세를 합니다. 그리고 당신 또한 그 마음 변함없기를 바라죠.
두번째 부분은 사랑의 변질과 그로 인한 슬픔, 그러한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어떻게든 사랑이 부서지는 모습을 보고 싶어하지 않죠. 영화 <동감>에서 그런 대사가 나옵니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너무나 바보같은 질문 같지만, 그 질문을 던지는 사람에게는 정말 너무나 이해가 안 되는 상황입니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나? 내가 뭘 잘못한 걸까? 고치면 될 거다. 다시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사랑의 환상에서 빠져나오는 것, 변해버린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은 너무나 힘듭니다. 그러면서 힘든 와중에도 변하지 않는 자신의 마음에 더 굳고 깊은 사랑을 맹세하게 되죠. 그리고 이 사랑을 지키게 해달라고,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되게 할 수는 없다고 이 노래는 말합니다.
세번째 부분은 이제 어느 정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사랑을 바라보는 시선이 보입니다. 사랑하는 이가 할 수 있는 가장 잔혹함은 거친 대응이 아닐 겁니다. 아주 부드럽고 차분하지만, 변해버린 마음을 분명히 말할 때일 겁니다.
나는 이렇게 슬픔으로 목이 메는데, 나는 세상 어느 것에도 눈을 돌릴 수가 없는데, 나는 말 한 마디 당신을 마주 대하는 한 순간도 힘겨운데, 왜 어리석게 사랑을 고집하냐는 너무나 사랑하는 그 사람의 평온함은 가슴을 무너지게 하지요.
아름다운 멜로디 만으로도 인도네시아어를 모르신다 하더라도 가사의 느낌을 살려서 들려주는 노래입니다. 우리가 잘 모르는 제 3국의 노래들은 어떨지 모르겠다는, 혹은 아주 낯설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특히 발라드 음악에서 인도네시아 노래들은 정말 가슴을 울리는 멜로디와 귀를 뜨이게 하는 명곡들이 꽤 있습니다.
현지에 나가 있는 교민들도 무척 좋아하는 경우가 많지요. 한 음 한 음을 신경쓴 아름다운 곡들에 새로운 인도네시아에 대한 느낌을 가지게 되실지도 모릅니다.
가사만 하더라도 그 내용과 시어와 같은 아름다움에 감동이 되지만, 그까지는 안 되더라도 꽤 좋은 느낌을 가지실 수 있을 겁니다.
노래 파일이 없어서 이 노래를 들을 수 있는 사이트를 아래편에 알려드리겠습니다.
http://www.inkinet.net 에서 왼쪽편을 보시면 "인도네시아 대중음악에 빠져 보신 적 있으세요?"라는 코너가 있습니다. 거기서 클릭해서 들어보시면 됩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