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5월19일 전북지역시민단체 대표들의 문용주교육감 면담자리최인
19일 오전 10시 15분쯤, 전라북도 교육청 교육감실에서는 개인인권보호와 NEIS 철폐를 위한 전북시민사회단체연석회의 대표자들의 교육감 면담이 시작됐다. 첨예한 사안을 가지고 만난 양측이기에 처음부터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문용주 교육감은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안에 대한 교육감의 의견을 묻는 질문에 "교육행정가로서 내 소신은 보건 영역만 제외하고 NEIS를 시행하는 것이다" 라고 잘라 말했다.
이같은 교육감의 발언에 대해 전교조전북지부 이항근 지부장은 즉각, "그렇다면 인권침해 문제로 교무, 학사, 보건 등 3개 영역을 제외시키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안을 공식으로 거부한다는 얘기인가"라고 되묻자 그것은 교육부총리가 최종 결정할 일이고 자신은 단지, 교육행정가로서의 자신의 소신을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음 일정을 핑계로 면담을 일방적으로 끝내려고 일어섰다.
이 과정에서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이 교육감의 의중을 되묻는 질문이 오갔고 서로의 입장을 알리기 위해 고성이 오가기 시작했다. 시민단체 대표자들의 얘기에 점차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던 문용주 교육감은, 갑자기 함께 자리했던 전라북도 학교운영위원협의회 강승규 회장을 향해, "앞으로 전라북도 학교운영위원협의회 명칭을 쓰지 말라"며 "학운협 명칭을 계속 사용하면 소송을 걸겠다"고 덧붙였다.
"조심해 당신, 정말"
강승규 회장이 즉각 교육감의 말투가 그게 뭐냐고 따지자, 문용주 교육감은 강 회장을 향해 고함과 함께 "뭐야? 뭐야?"를 연발하며 흥분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급기야, 문 교육감은 강승규 회장에게, "조심해 당신, 정말. 당신은 전북학운협 회장이 아니야, 이 문제를 정식으로 소송걸거야, 당신말야, 전북학운협 이름 팔아먹지마"라는 막말을 서슴지 않았다.
"조폭 수준의 발언, 막가자는 것인가?"
이같은 문용주 교육감의 언행을 보고들은 전북지역 교육관련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은 교육감이 거의 '조폭 수준'의 말을 사용했다며 황당해 했다.
특히, 교육감이 대화 내용과 전혀 상관없는 얘기를 꺼내 활발한 교육활동을 펴고 있는 교육단체 대표에게 근거도 없이 모욕적인 발언을 한 것에 대해 묵과할 수 없다며 교육감 퇴진운동까지 불사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제의 전라북도 학교운영위원협의회는?
전라북도 학교운영위원협의회는 도내 각급 학교 운영위원회의 활발한 활동을 돕기 위해 전북지역 학교운영위원과 지역 학운협 대표, 교사, 도의회 의원, 지역의 명망 있는 교육활동가들로 구성돼 있다.
회장은 전주우석대학교 교육학과 강승규 교수가 맡고 있다. 전북학운협은 지난달 전주지역 중학교 교복 공동 구매 입찰을 성공리에 이끌었으며, 올해초 정읍 K초등학교 교장 비리 연루 문제를 비롯해 지난해말 전주 W중학교 교장의 비민주적인 학교운영에 문제를 끝까지 파헤쳐, 학교장에 대한 징계와 교장전보조치를 이끌어 내는 등 수년 전부터 꾸준하게 교육활동을 펼쳐온 단체이다.
"교육청에 비협조적인 교육단체는 소송 대상인가?"
한마디로, 전북지역에서 가장 활발한 교육활동을 펼쳐 오면서 전라북도 교육청을 비롯해 교육당국에는 눈엣가시로 비쳐져 왔었다.
강승규 회장은, "교육감의 언행이 거의 조폭적 수준에 도달해 무례하기 짝이 없었다"며 "평소에 문용주 교육감에 대해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오늘은 황당한 일까지 당해 무척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또, "전라북도 학교운영위원협의회가 마치 회원도 없이 몇몇 교육활동가들이 모여 사사건건 교육청이 하는 일에 시비나 거는 것처럼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라고 강조하면서, "대가 없이, 교육청에 의해 묵살당하고 외면당하는 교육 주체들의 어려움을 도와주고 교육현장의 문제를 시민과 함께 고민하는 교육단체에 대해 그같은 발언을 한 것은 교육행정가로서의 자질이 의심스럽다" 라고 말했다.
"문용주 교육감, 공식 사과해라"
전북교육연대와 전북학운협,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전북·전주지부, 전주YWCA 등 전북지역 14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개인인권보호와 NEIS철폐를 위한 전북시민사회단체 연석회의는 곧바로 "문용주 교육감의 인권의식 부재를 개탄한다"는 성명을 내고, 시민사회단체 대표들과 대화 도중, 공인으로서 적절치 못한 언어를 구사한데 대해 교육감의 자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에 대한 공식 사과를 촉구했다.
NEIS 철폐를 위한 전북시민사회단체 연석회의는 또, 내일부터 도교육청 앞에서 NEIS 철폐를 위한 집회를 매일 열기로 했으며,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 결정을 무시한 교육부와 문용주 교육감을 상대로 강력한 투쟁을 벌여 나간다는 입장이다.
문용주 교육감은 이같은 일이 발생한 후 전라북도 교육청 기자실에 내려와서 "전교조 전북지부장과 일부 교육단체 대표들이 찾아와서 NEIS와 관련한 얘기를 나눴으며 그런 과정에 일부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다만 자신은 교육감 입장에서 국가인권위의 권고 결정에 대해 입장을 표명할 위치에 있는게 아니다" 라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CBS전북방송 "생방송 사람과 사람" 제작진은 교육감의 발언에 대한 당사자들의 입장을 듣기위해 교육감을 비롯해 현장에 있었던 관계자들에게 생방송 인터뷰를 요청을 했으나 교육감은 사전에 인터뷰 예약이 안돼 있어 시간상 어렵다는 입장을 도교육청 공보관을 통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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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1988~2014)와 프레시안(2018~2021) 두군데 언론사에서 30여년 기자생활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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