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동자'란 말, 쓰려면 공평하게 써라

등록 2003.05.21 00:24수정 2003.05.21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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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동자'
얼마전에 사회적 이슈가 되었던 버스승객 기사 폭행 사건의 '난동자'와 5.18 한총련 시위의 '난동자', 이 '질서를 어지럽히며 함부로 행동함'이라는 사전적 의미의 난동자라는 표현은 금세 우리에게 같은 의미를 가져다 주었다.

한총련의 5.18시위가 노무현 대통령의 판단처럼 난동자라고 인정하고 2003년 뜻깊은 5.18을 전후로 한 몇가지 일을 살펴보자.

먼저 추징금을 천억원 넘게 내지 않은 5.18의 책임자 전두환 전 대통령의 '궁핍한' 생활이 있다. 일반사범 같은 경우엔 추징금을 내지 않으면 사면이 될 가능성이 거의 없는데 벌써 오래전에 사면이 되어 자유로운 활동을 하는 전 대통령의 모습. 어린 손자, 손녀가 수십억원의 재산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궁핍하게 살아간다고 항변하는 전 대통령의 모습. 이런 모습에 국민들은 과연 법이 엄격하게 집행된다고 판단을 할까? 노무현 대통령은 이런 전두환 전 대통령의 모습에 대해서 어떠한 생각을 할까! 법질서를 지키지 않는 난동자라는 생각을 할까, 아니면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깍듯이 해야 한다고 생각을 할까 궁금하다.

얼마전 한나라당에서는 대통령을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내란,외환죄를 제외하면 대통령은 면책특권을 받는 것이 우리 헌법인데 헌법을 무시하고 대통령을 고소하겠다고 하는 야당의 모습을 보면서 혼란에 휩싸인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런 한나라당의 행동에 대해서 어떠한 생각을 할까! 헌법을 무시하는 난동자라는 표현을 쓸까, 아니면 실용주의 외교노선을 극찬하고 있는 한나라당에 감사하며 그냥 애교로 넘길까 궁금하다.

또한, 연일 전 금융감독위원장의 체포, 월드컵 휘장 로비사건, 나라종금 사건 등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질서를 어지럽히고 함부로 하는 행동들이 나오고 있다.

이번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 한마디에 한총련은 또다시 난동자로 바뀌었다. 개혁적 장관은 대통령에 충성을 맹세하며 기자회견과 유감성명을 발표하며 엄벌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한다. 언론은 한총련의 '굴욕적 외교'라는 시위 이유는 비중있게 보도치 않으며 한총련의 성의있는 항변도 그들이 '난동자'이므로 색안경을 끼고 바라본다. 그리고 연일 사설과 기사를 통해서 엄벌해야 한다고 선도하고 있다.

이왕 난동자라고 발언한 이상 앞으로 법을 무시하는 모든 이에게도 형평성있게 난동자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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