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무협소설> 전사의 후예 138

찌를 때와 후려칠 때 (3)

등록 2003.05.21 13:55수정 2003.05.21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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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이족(東夷族)인 황제(黃帝) 공손헌원(公孫軒轅)이 저술한 이것은 소문(素問)과 영추(靈樞) 각각 팔십일 편씩 총 일백육십이 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것은 음양오행(陰陽五行)을 바탕으로 하여 오장육부(五臟六腑)와 경락(經絡)을 통한 기혈(氣血)의 순행으로 생명 활동을 유지해 나간다는 기본 원리부터, 질병에 대한 설명, 진단 방법, 치료 원칙, 양생(養生), 해부, 생리, 경락, 침구(針灸) 치료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것들이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이것 이외에도 희귀본인 신농본초경(神農本草經)도 있다고 한다. 전설처럼 전해지는 삼황(三皇)인 복희(伏義), 황제(黃帝) 신농(神農) 가운데 신농이 저술하였다 알려진 것이다.

역시 동이족이며 성이 강(姜)씨인 신농은 인신우수(人身牛首)의 용모를 하고 있는데 백성에게 경작을 가르치고 불의 사용법을 전수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신농이 염제(炎帝)라 불리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신농본초경에는 삼백육십오 가지 약재에 대한 분류와 설명이 기록되어 있는데 식물은 물론 동물성과 광물성 약재가 망라되어 있고, 이것을 다시 상, 중, 하품으로 분류하여 놓은 의서이다.

이것 이외에도 제법 명성 깨나 날리던 의원들조차 평생 한번도 보지 못한 의서들이 수두룩하다 하였다.


이 서고는 무천의방 소속 의원이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따라서 이곳에 들어만 가면 의술이 일취월장한다하여 매년 의원을 뽑는 관문이 열릴 때면 무한을 제외한 곳에는 의원이 없어 환자들이 속절없이 죽어갈 지경이라고 하였다.

관문에 도전하기 위하여 천하 각지에서 조금이라도 솜씨 좋다 소문난 의원은 모두가 모여들기 때문이었다.


사실인지는 모르겠으나 방주만이 열람할 수 있는 의서 가운데에는 편작과 더불어 전설적인 신의로 전해지는 화타(華陀)의 청낭서(靑囊書) 필사본도 있다고 하였다.

이것을 익히기만 하면 화타와 버금갈 의술을 지니게 될 것이다. 하여 방주가 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기에 무천의방 소속 의원 치고 평범한 의원은 단 하나도 없다고 하였다.

이러한 무천의방에 유일하게 없는 것이 있다면 늘 화타와 비견되는 편작이 저술한 의서라 하였다.

제목이라도 알려진 의사라면 모두 다 구했으나 이것만은 황금 백만 냥이라는 어마어마한 현상금이 붙어 있지만 아직까지 구하지 못했다고 한다.

아무튼 그런 곳의 방주 후보가 되었다고 하니 얼떨떨하지 않으면 이상할 것이다. 사실 무천의방에 몸담는 것만도 일천 대 일이라는 엄청난 관문을 돌파하여야 가능한 일이다.

무슨 소리인고 하니 의원 천 명이 왔을 때 겨우 하나가 든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통과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관문인 셈이다. 이런 판이니 장일정으로서는 방주 후보라는 말이 왠지 가당치 않게 들린 것이다.

"하핫! 그렇습니다. 소화타께서는 무천의방의 차기 방주 후보로 지목되셨습니다."
"누, 누가 소생을…?"

"하핫! 황도 무천장주가 강력하게 추천하였고, 본성에서 소화타의 중원 행적을 따라 면밀히 조사한 끝에 결정된 것입니다."
"예에……?"

"하핫! 소화타께서 황도에서 어의조차 고개를 흔들었던 소년을 살리신 것은 이미 인구(人口)에 회자(膾炙)되는 이야기이지요. 이외에도 수많은 환자들을 구해주셨으니 마땅한 일입니다."
"아, 아닙니다. 소생이 어찌… 무천의방에 발을 들여놓는 것만으로도 영광일텐데 방주라니요? 가당치 않은 말씀이십니다."

말은 이렇게 하였지만 사실 장일정은 이 세상 그 어느 누구도 자신의 의술을 능가할 수 없을 것이라 자부하고 있었다.

하긴 사부가 누구이던가!

탕약에 있어서 천하제일인이었던 북의와 침구에 있어서 천하제일인이라 일컬어지던 남의가 공동 사부이다. 뿐만 아니라 천뢰도로 가는 동안 호옥접으로부터 부술(剖術)까지 전수 받았다.

보통의 의원들은 이 가운데 하나를 그것도 어렴풋이 알뿐이다. 그렇기에 때로는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범하기도 한다.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기 때문이다. 마치 만두의 겉은 눈에 보이니 알겠는데 속에 무엇이 들었는지 모르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장일정은 달랐다. 안과 밖 모두를 알기에 실수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수준인 것이다.

'좋아, 그곳에 가면 그걸 익힐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 그리고, 어차피 할 일도 없었으니 내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한번 알아보자. 흐음! 이 기회에 왜문과 유대문에 대해서도 알아봐야지. 그리고 그곳에 가면 어쩌면 사부님의 원수가 누구인지도 알아 낼 수 있을지도 몰라…'

장일정은 의술을 전수해주는 대신 왜문과 유대문을 없애달라고 하였던 남의와 사부를 떠올리고는 잠시 입술을 깨물었다.

장일정이 상해 무천장주와 함께 무한으로 출발한 것은 다음 날 아침이었다. 그가 탄 마차는 일백여 정의수호대원들의 엄중한 호위 속에서 관도를 따라 천천히 북상하고 있었다.

차기 무천의방의 방주가 될지도 모르는 주요인물이 타고 있기에 특급 경호가 따라붙은 것이다.


천뢰도를 떠나 신선도로 향했던 장일정은 자신이 보통 사람과 달리 오른 쪽에 심장이 달려 있는 우흉심(右胸心)인지라 무공을 익힐 수 없는 몸이라는 말에 절망하였다.

하긴 천신만고 끝에 간신히 제련한 북명신단이 졸지에 화중지병(畵中之餠 :그림의 떡)이 되었으니 안 그러면 이상하였을 것이다. 그것의 의미는 사숙의 원수인 왜문과 유대문을 칠 수 없다는 것과 일맥상통하기도 하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공을 이용한 진기요상법까지 익히고 싶은 욕심이 좌절되었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었다.

며칠 동안이나 괴로워하던 그는 모종의 결심을 하고 신선도를 떠났다. 갈 때는 셋이 갔으나 올 때는 둘만 왔다. 험난한 파도 때문에 반광노조가 동행한 것이다.

'휴우! 할아버지는 지금쯤 가시고 계시겠지?'

덜컹거리는 마차에 앉아 멍한 표정으로 밖을 살피던 장일정은 나직이 한숨을 쉬었다. 그런 그의 표정은 결코 밝지 않았다.

반광노조가 치가 떨릴 정도로 험난한 파도를 뚫고 다시 신선도로 돌아가고 있었기 때문이었고, 흉중에 심각한 고민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만년설련실은 극음(極陰)의 성질을 지녔고, 만년뇌혈곤의 내단은 극양(極陽)의 기운을 띄고 있다. 이것으로 제련된 북명신단은 음과 양이 조화된 천고의 영단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이것은 사내를 위해 제련된 영단이다. 다시 말해 사내가 복용한다 생각하고 조제된 것이다. 따라서 이것을 호옥접이 복용한다면 아마도 기대치 이하의 효과밖에 보지 못할 것이다.

어쩌면 그녀가 북명신단을 복용한다 하더라도 절정고수가 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다.

그녀에게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될 수도 있다.

어떤 형태의 부작용이 생길지 아직은 확신할 수 없지만 그래도 몇 가지 추측 가는 것은 있었다.

우선은 전신에 시커먼 털이 돋는 것이다. 그래서 종래에는 털북숭이처럼 보이게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여인만이 지닌 능력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 다시 말해 수태와 출산 능력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음성이 굵어지고 목젖도 튀어나오게 될지도 모른다. 대신 가슴은 들어가고 허리는 굵어지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내의 성징(性徵)을 지니게 되며 점차 새로운 성기가 생겨나게 될 수도 있다. 다시 말해 음과 양을 한 몸에 모두 지닌 음양인(陰陽人)이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생각만 해도 치가 떨릴 부작용이었다.

그렇기에 북명신단은 제련된 상태로 보관 중이다.

현재 그것을 지니고 있는 사람은 호옥접이었다. 장일정이 신선도를 떠나면서 그녀에게 맡겼던 것이다.

무공이라곤 전혀 모르는 사람이 그런 영단을 지녔다는 소문이라도 나면 쥐도 새로 모르게 목숨을 잃는 것은 물론 영단까지 빼앗길 것이라는 반광노조의 조언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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