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소설]고주몽 98

등록 2003.05.26 17:44수정 2003.05.26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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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자를 없앤다니요. 그러면 무사할 수 있을 것 같습니까?"

오간이 식은땀을 흘리며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지만 비류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쥐도 새도 모르게 암살해 버린다면 될 것 아니오? 얘기가 길어져 봐야 좋을 것이 없소. 당장 일을 시행하시오. 단, 이 일은 아무도 모르게 실행해야 하오. 심지어는 왕비마마에게도 알려서는 아니 될 일이오. 아시겠소?"

마려가 굳은 얼굴로 비류를 만류했다.

"아니 될 일입니다. 그러한 일을 저지른다면 당연히 누구를 의심하겠습니까? 저는 못 들은 것으로 하겠습니다."

오간과 온조도 이에 동조하는 듯 아무 말이 없었다. 비류는 화를 내며 등을 돌려 어디론가 가 버리며 소리쳤다.

"정 그러하다면 나 혼자서라도 방도를 마련하겠소!"


얼마 후 태자에 대한 흉흉한 소문이 떠돌기 시작했다. 유리는 주몽의 친아들이 아니며 따라서 주몽이 성급하게 유리를 태자로 책봉한 것은 아무런 명분도 없다는 소문이었다. 이 소문이 주몽의 귀에 들어가자 소동이 일어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어떤 자가 감히 이런 발칙한 소문을 퍼트린단 말이오! 태자를 이리로 들라 이르시오!"


주몽으로서는 자신보다는 태후인 예주를 모욕하는 소문이라 여겨 불쾌하기 그지없었다. 유리가 여러 신하들과 시종들을 데리고 들어오자 주몽은 국정을 완전히 맡긴 후 처음으로 이에 대해 관여하는 말을 했다.

"태자는 요즘 저자거리에 나도는 흉흉한 소문을 들었는가?"

주몽의 귀에까지 들어온 소문을 유리라고 해서 듣지 못했을 까닭이 없었다. 하지만 유리는 태연하기 그지없었다.

"저도 그러한 얘기를 들었습니다만 과히 신경 쓰실 일은 아니라고 보옵니다."

"어찌하여 그렇게 생각하느냐?"

주몽으로서는 유리의 담담한 태도가 의아하기만 했다.

"누군가 악의적으로 퍼트린 말일수도 있으며 백성들의 실없는 말장난일 수도 있사온데 어떠한 경우라도 이를 국법으로 다스린다는 것은 사람의 입을 억지로 막는 것이라 생각되옵니다. 그렇게 되면 더욱 악랄한 소문이 몰래 퍼질 것이옵고 이를 그대로 두면 어차피 사실이 아니기에 사라질 것이옵니다."

주몽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태자의 소견이 내 소견보다 훨씬 넓구나. 이 일은 태자가 알아서 처리하도록 하라."

오히려 이러한 일이 소문으로 퍼져 나라에서 유리에 대한 신망이 커지게 되었다. 유리가 주몽을 만나러 올 때 데리고 온 신하들과 시종들의 입을 통해 퍼진 소문이었다. 이는 전적으로 을소의 충고에 따른 것이었다.

"소문이란 퍼지는 소문만큼 그에 반대하는 소문도 빠르게 퍼지는 것입니다. 태자님께서는 이를 유념해 주십시오."

비류로서는 이렇게 날이 갈수록 유리의 입지가 견고해지자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더구나 비류와 온조와 마주친 유리는 이런 말까지 남겼다.

"쓸데없이 혀를 놀리면 어떻게 되리라는 것은 잘 알 것이오. 그대들은 목을 잘 씻고 때를 기다리기 바라오."

침착하던 온조마저도 유리의 협박이나 다름없는 말에 불안해하기 시작했다.

"태자는 그 소문을 우리가 꾸민 짓으로 알고 있습니다. 태자가 천자가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자명하지 않습니까?"

오간과 마려도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두 왕자의 측근인 자신들도 무사하지 못할 것은 뻔한 일이었다. 비류가 침통한 표정으로 말했다.

"역시 내가 예전에 말한 일을 시행할 수밖에 없소."

오간이 마침내 결심을 굳혔다는 듯이 낮은 목소리로 비류에게 얘기했다.

"내 주위에 몸이 날랜 자들이 서넛 있습니다. 이들로 태자의 침소를 습격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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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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