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무협소설> 전사의 후예 143

조두혹계두(鳥頭或鷄頭) (2)

등록 2003.05.27 13:39수정 2003.05.27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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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객들은 무림의 정의를 수호하겠다고 하였던 무림천자성의 이러한 조치가 옳지 않다고 성토하였다. 그런 그들이 더욱 핏대를 세우는 부분은 북선무곡 즉, 주석교에 대한 이야기였다.

지난 수십 년 간 서로를 잡아먹지 못하여 안달을 하던 주석교와 선무곡의 관계는 최근 들어 상당한 진전을 보이고 있었다.


한때는 주석교에서 전대 선무곡주인 철혈냉심을 시해하기 위한 살수를 급파하기도 했었다. 그리고 선무곡과 주석교의 경계에서는 심심지 않게 도발행위가 있곤 하였다.

이럴 때마다 일촉즉발의 순간들이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를 기점으로 둘 사이의 관계는 급속도로 부드러워진 것이다.

그 결과 꿈에도 상상할 수 없던 고독서생 금정일과 대중존자의 역사적인 회동이 있기도 하였다. 이 일이 있은 직후 대중존자는 전 무림에 평화를 위해 헌신한 사람으로 소문이 자자해졌다.

전 같으면 선무곡이 하는 일이라면 무조건 반대하면 적대시하던 주석교였다.

그런데 최근 두 소녀가 마차에 치어죽은 사건을 계기로 선무곡도들이 무림천자성에 분타 지위 협정서를 수정해달라는 요구를 하자 선무곡과 같은 목소리를 내기까지 하였다.


이러한 상황이었기에 그동안 막혀 있던 상호 교류의 물꼬가 막 트이려하고 있었다. 이는 선무곡 사람들의 오랜 염원이기도 하였다.

지금은 나뉘어 있지만 원래 한 핏줄이니 언젠가는 다시 하나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찌되었건 이런 상황에 무림천자성에서 내린 조치는 화기애애하던 분위기에 찬 물을 끼얹는 행위나 다름없는 행위였다. 덕분에 선무곡은 심각한 상황으로 돌변하게 되었다.

만일 무림천자성이 무력(武力)으로 주석교를 핍박한다면 주석교 역시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선무곡은 졸지에 전장(戰場)이 되어버리고 마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주석교에서 매우 고무적인 발표를 하였다. 만일의 경우라도 선무곡을 공격하지는 않겠다는 것이 그것이다. 지금은 갈려있지만 한 핏줄인 동족이기에 공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무림천자성에 대한 반감을 지니고 있던 선무곡 사람들은 주석교의 이러한 발표가 있기 전부터 무림천자성이 공격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대부분의 곡도들이 이것을 바라기에 현 곡주인 대중존자는 물론 차기 곡주로 내정된 일흔서생까지도 한 목소리를 냈다.

전쟁이 벌어지면 아무 죄도 없는 사람까지 희생될 것이 뻔하다. 그 희생자는 누가 될지 아무도 모르는 노릇이다.

자신이 될 수도 있고, 가족이나 친지일 수도 있다. 누가 있어 자기 주변에 불행한 일이 발생되기를 바라겠는가!

하여 전쟁을 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를 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대 의견도 있었다. 곡주 선출 과정에서 탈락한 청죽수사를 편들던 사람들 가운데 일부의 목소리였다.

이들 가운데에는 오각수 도날두와 대화하면서 선무곡은 무림의 독립된 문파가 아니라 무림천자성의 휘하 문파일 뿐이라는 망언(妄言)을 내뱉은 자가 있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무림천자성이 바란다면 선무곡이 주석교와 일전(一戰)을 불사하여야 할 것이라고까지 하였다.

그것이야말로 전통적인 우호관계로 맺어진 혈맹인 무림천자성의 은혜에 보답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그야말로 정신이 나가도 한참 나간 사람이었다.

주석교와 선무곡이 전쟁을 벌이면 누가 죽겠는가?

전쟁터로 내몰린 선무곡 제자들은 물론 수 없이 많은 무고한 양민들 또한 비명횡사하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직 무림천자성을 위해 일전을 불사해야 한다 한 것이다.

사람들은 그의 말이 전해지자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사람을 위해 자신의 부모형제를 죽여야 한다 우기는 놈이라 하였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이 사람을 가리켜 오래 전 왜문과 병탄 될 때 동족을 배반한 이완용(李完用)이나 송병준(宋秉峻)과 버금갈 개새끼라는 말을 서슴지 않았다.

혹자는 개만도 못한 인간 말종이라면서 돌로 쳐죽여야 하며, 구족(九族)을 멸(滅)해도 시원치 않을 놈이라고도 하였다.

어찌되었건 자타가 공인하던 선무곡과 무림천자성의 동맹관계에 작은 균열이 생기기 시작하였다. 부쩍 무림천자성의 의사와 반하는 의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이 그 증거였다.

이는 최근 들어 선무곡 사람들의 의식이 빠른 속도로 깨어가고 있었기에 빚어진 결과이다. 그동안 삼의(三醫)의 농간에 의하여 왜곡되어 있던 진실의 한 자락을 보고야 만 것이다.

그동안은 방조선과 금동아, 그리고 이중앙 이렇게 삼의가 내뱉는 말이라면 팥으로 메주를 쑨대도 믿었다. 똑똑하니 오죽 잘 알겠는가 싶어 맹신(盲信)한 것이다.

그런데 수십 년간 그들에 의하여 세뇌 아닌 세뇌를 당해 무지몽매한 상태에 빠져 있던 선무곡 사람들의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진 것이다.

예를 들어 배내문(拜柰門)의 문주 열혈군자(熱血君子) 차배수(車培樹)를 보는 시각이 바뀐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무림천자성의 개[犬]인 방조선과 금동아, 그리고 이중앙은 열혈군자 차배수가 문주가 된 이후 개인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하여 무자비한 철권통치를 하는 사람으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래서 선무곡 사람들은 차배수가 삼두육비(三頭六臂)쯤 되는 괴물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실은 그것과는 사뭇 달랐다.

실상 차배수가 독선적인 면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가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서였다.

그는 배내문 문주에 취임한 이후 무림천자성과 공공연하게 적대시하는 월빙보나 신궁 가다피가 이끄는 구룡마문, 그리고 죽립광괴가 단주로 있는 북해신마단 등과 활발한 교류를 하였다.

이것은 더 이상 무림천자성의 영향을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성장해 나가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시였다.

과거의 배내문은 무림천자성에 땔감을 공급하는 것으로 문파를 유지하였다. 무림천자성이 철광석을 제련하려면 이것을 용융시킬 막강한 화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배내문이 울창한 수림으로 뒤덮인 곳에 있기에 땔감을 공급하였던 것이다.

덕분에 배내문의 수뇌부들은 막강한 부를 축적할 수 있었다. 적지 않은 부정을 저지른 덕택이다.

문주가 된 차배수는 기득권 층이라 할 수 있는 수뇌부를 대대적으로 혁파하려 하였다. 그들이 이익의 대부분을 가져가기에 하위 제자들의 생활이 궁핍지경에 처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이익을 공평하게 재분배하려 한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수십 년 동안이나 똘똘 뭉쳐 부를 축적한 장로와 호법들의 세력이 결코 만만하지 않았고, 그들에 동조하는 세력 또한 만만치 않았던 것이다. 이들을 제압하려니 자연 철권통치를 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런 참에 무림천자성에서 은밀한 공작을 시도하였다. 배내문의 기득권 층에게 접근한 무림천자성은 뒤를 봐줄 터이니 차배수의 문주 자리를 박탈하도록 하라 하였다. 그러면 전과 같은 조건으로 교역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자신들의 이익에 반하기 때문에 저지른 일이지만 언제나 그러하듯 무림천자성으로서는 겉으로 드러내놓고 공작을 할 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이것을 아는 사람들은 극히 드물었다.

곧 수뇌부들의 회동이 있었고, 이날 이후 배내문의 제자들 가운데 일부가 문주를 탄핵한다는 성명을 발표하였다. 그들은 울창한 숲에서 땔감을 직접 생산하는 제자들이었다.

무지몽매한 제자들로 하여금 부화뇌동(附和雷同)하도록 한 것이다. 이것을 뒤집어 보면 성명을 발표한 제자들은 이적행위(利敵行爲)를 한 것이나 다름없는 일일 것이다

어찌되었건 제자들의 반대에 봉착한 차배수는 제자들이 원치 않는다면 문주 자리를 내놓겠다고 하고는 물러났다. 무림천자성의 공작이 제대로 효과를 본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잠시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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