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 부부 초청 만찬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한화갑 민주당 전대표가 악수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대통령 입장에 전원 기립박수…할말은 하면서 화기했던 3달만의 집들이
만찬장 헤드테이블에는 노 대통령 내외와 김태식 국회부의장, 한화갑·김상현·김원기 고문 부부가 자리를 함께했다. 과거처럼 일방적으로 대통령의 말을 듣는 딱딱한 자리가 아닌, 의원들도 할말을 거침없이 하면서도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저녁 6시30분에 시작한 만찬은 예정시간(1시간30분)보다 40분 초과돼 8시40분에야 끝났다.
이날 만찬은 노 대통령으로서는 일종의 소속당 의원들에 대한 3달만의 첫 집들이였다. 이 자리에는 민주당 의원 101명 가운데 86명이 참석했고 해외 출장과 와병, 선약 등으로 15명이 불참했다.
노 대통령은 권양숙 여사와 함께 건물 입구에서 입장하는 한명한명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대통령 내외가 만찬장에 입장하자 참석자들은 전부 기립박수로 맞았다.
박상천 최고위원은 "대통령 내외분의 건강과 성공적인 국정수행을 소망한다"며 건배를 제의했고, 이어 김상현 고문은 "내가 대통령 내외분을 모시고, 또 지도부와 사모님을 모시고 건배를 제의하는 것은 내 생애 처음"이라며 "내가 아내와 44년간 살았는데 이 순간 아내가 나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해 만찬장에 웃음이 터져나왔다. 김성호 의원은 "부부동반이지만 저는 마누라가 없어서 어머님을 모시고 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처음부터 "오늘 면전에서 (나와) 맞닥뜨렸을 때 꼭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몇말씀 듣겠다"고 말했고, 식사 후 유재건·송영길·설훈·정장선·김태홍·허운나·김성호·배기운·박병석 의원 등 모두 9명이 노 대통령에게 건의와 당부의 말을 했다.
관행과 달리 이날 만찬은 언론에 모두 공개됐다. 인사말, 건배, 식사 이후 의원들이 노 대통령에게 하고싶은 말을 비교적 솔직하게 말했고, 나중에 노 대통령이 일괄 답변했다.
"중국·러시아를 방문 할 때에는 양국 국회의원 친선협회 회장 정도는 모시고 갈 수 있게 해달라"는 유재건 의원의 건의에 노 대통령은 "같이 가도록 조치될 것"이라고 답했다. 허운나 의원은 "오늘 올 때 감격과 기쁨 보다는 무거운 마음이 들었다, 가고싶지 않다는 마음도 들었다"면서 "대통령과 우리가 생각이 같고 우리와 같이 가는지 모르겠다, 좀더 같이 한방향으로 가서 자주 도와주고 대화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허 의원 이야기를 듣고 내가 편안하게 해도 대통령이 어려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좀더 지켜봐달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