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후 앞 뒤 출입문 자동으로 잠겨
객실 내에는 소화기도, 망치도 없었다"

[인터뷰] '탈선 사고' 호남선 탑승객 손성국씨

등록 2003.05.30 21:04수정 2003.06.03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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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떠올리기도 싫습니다. 죽는 줄 알았어요. 다행히 불이 객실 내로 옮겨 붙지 않았고, 다들 침착하고 질서 있게 대피해 큰 사고가 나지 않은 거죠. 또 서대전역으로 들어오면서 열차가 속도를 줄인 상태였기도 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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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30일 오후 대전 중구 오류동 부근에서 탈선한 서울발 목포행 새마을호.

30일 오후 대전 중구 오류동 부근에서 탈선한 서울발 목포행 새마을호. ⓒ 정세연

충대병원 응급실에서 힘겹게 말문을 연 손성국(남.36.인천)씨. 서울지하철 승무원으로 근무하는 그는 일을 마치고 아내와 아이들이 있는 목포 집으로 가는 길에 사고를 당했다.

30일 오후 1시44분경 서울에서 목포로 가던 새마을호 열차 123호(기관사 손상훈.38)가 대전시 오류동 계룡육교 부근에서 탈선하는 사고가 발생, 손씨는 을지병원으로 후송됐으나 충대병원으로 옮겨 진료를 받고 있는 중이었다.

손씨는 사고 당시 '쿵' 소리와 함께 열차가 위로 들리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 객실 내 연기가 스며들었다며 상황을 진술했다.

"사고 직후 다들 침착하자고 큰 소리로 얘기했어요. 그리고 문을 열려고 했더니 사고 후 자동으로 앞 뒤 출입문이 잠겨버린 상태라 장정 여럿이 열려고 해도 열려야 말이죠. 소화기나 망치도 객실 내에는 없고 열차 사이에 있는데, 도리가 없더라구요. 강화유리라 잘 깨지지도 않는 걸 어렵게 깨부수고 아이들부터 대피를 시켰죠."

아이들부터 대피를 시키고 거의 마지막 차례로 손씨가 열차에서 나올 때는 이미 매캐한 연기가 객실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고 한다. 지하철 승무원으로 근무하는 손씨는 평소 안전사고에 대비한 훈련을 받아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었지만 엄습하는 두려움을 떨쳐버릴 수는 없었다고.

a 탈선사고로 심하게 부서진 새마을호 열차

탈선사고로 심하게 부서진 새마을호 열차 ⓒ 정세연

승객들이 전원 대피한 후 구급대원들이 도착했고, 허리와 오른쪽 다리에 통증을 느껴 을지병원으로 후송됐던 손씨는 현재 충대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손씨는 마지막으로 병원측의 소홀한 태도를 지적했다.

"비록 경미한 부상이기는 하지만 연로한 분들이 많고, 대부분 허리나 다리 등에 통증을 느껴 정밀검사가 필요한데도 바빠서 그런지 대충 해서 돌려보내는 것 같아 실망스러웠습니다.


인명사고가 없어 천만다행이기는 하지만 부상자들을 좀 더 적극적으로 돌봐줬으면 하고요, 마지막으로 열차 객실 내에 소화기를 꼭 비치해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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