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기반공사의 눈물겨운 여론조작 노력

라디오프로 새만금 여론조사 몰표... 조직적 개입 의혹

등록 2003.05.31 10:24수정 2003.05.31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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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농업기반공사 홈페이지(http://www.karico.co.kr)를 들어가 보았을 때 받았던 인상을 잊을 수 없다. ‘바닷물의 소금 때문에 갯벌에는 미생물의 숫자가 적을 수밖에 없고, 따라서 갯벌의 수질정화능력은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오히려 새만금을 막음으로써, 사람들에게 우리가 얼마나 환경을 오염시키는지 직접 눈으로 보여줌으로써 경각심을 일으켜, 더 큰 재앙을 사전에 막는 것도 환경을 지키는 좋은 전략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이상 최수(전라북도 농림수산국장)의 글에서)

같은 부조리하고 황당한 논리가 메인 화면에 버젓이 올라와 있었고, 자유게시판에는 새만금사업에 반대하는 글은 모조리 삭제하는 '만행'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들에게 여론은 조작이나 통제를 가해야 할 대상인 것이다.

새만금 사업 추진 95%의 찬성?
새만금 사업 추진 95%의 찬성?김나희
KBS 1라디오에서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 6시30분부터 8시5분까지 진행하는 프로그램‘안녕하십니까? 정관용입니다’(http://www.kbs.co.kr/1radio/hellojung/)에서는 5월 31일에 방송할 <네티즌 시사 포럼>의 주제 ‘새만금 간척사업 강행이냐, 중단이냐?’를 놓고 자체적인 네티즌 투표를 마련했다. 26일 월요일부터 찬반 투표를 시작했는데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이제껏 지난 투표의 총 참여자 수가 수백 정도의 수준이었던 상황과 비교해, 27일 오전에만 삼천여 건의 새만금 사업 찬성 투표가 이루어졌던 것이다.

타당성이 전혀 없을 정도로 한 쪽으로 치우친 결과가 나왔다.

5월 27일 이 프로그램의 운영자는 상황에 대한 설명을 올렸다.“이번 주 네티즌 폴에서 찬성의견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해 오늘 오전 제작진이 컴퓨터를 추적한 결과, 새만금 간척사업과 관련된 모 기관에서 편법적으로 클릭수를 올린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라디오 프로그램 제작진의 설명
라디오 프로그램 제작진의 설명김나희
그리고 방송 전날인 30일에 다시 한 번 운영자의 설명이 올라왔다. “이번 주 네티즌 투표결과는 부득이한 사정으로 방송에서 공개하지 않습니다. 이점 투표를 해주신 많은 애청자분들께 양해의 말씀 드립니다. 26일 월요일부터 한 네티즌 투표를 둘째날인 화요일 오전에만 "계속해야 한다"는 의견이 3천여 건에 육박했습니다. 이에 제작진에서는 이상한 점을 느껴 인터넷 관리팀에 문의해 알아본 결과, 새만금 사업을 추진하는 기관에서 일방적으로 투표수를 높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컴퓨터 네트워크마다 고유한 주소, 즉 IP가 있기 마련인데, 이 주소가 211.241.10.xxx로, 농업기반공사의 주소였습니다.”

31일의 방송에서는 ‘새만금 사업, 현지에서는 이렇게 생각합니다’의 소주제로 강현욱 전북도지사와 '새만금사업을 반대하는 부안주민들'의 신형록 전 대표가 의견을 밝혔고 청취자들이 전화연결로 찬반 주장을 폈으며 세민환경연구소의 홍욱희 박사와 서울대 해양학과의 고철환 교수가 각각 찬반 전문가의 소견을 제시했다.


방송 말미에 진행자는 비정상적인 인터넷 투표 결과와 그에 대한 제작진의 입장을 밝혔다.

“아마 들어와 보신 청취자 분들, 저희 사이트에 들어와 보신 분들은 이상하다 싶으셨을 텐데, 월요일부터 예고했는데, 화요일 오전에만 계속 해야 한다 이런 의견이 3000여건을 육박했습니다. 압도적이었요. 저희 제작진이 뭔가 이상하다 느껴서 KBS 인터넷 관리팀에 문의를 했습니다. 그래서 자세히 알아보니까 새만금 사업을 추진하는 기관, 바로 농업기반공사입니다, 바로 이곳에서 일방적으로 투표수를 높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컴퓨터 네트워크마다 고유한 주소가 있어요. 아이피라고 하는데, 그 주소 211.241.10.253 이겁니다, 농업기반공사의 주소였습니다. 이거 엄밀히 따져서 불법행위는 아닙니다마는 일반 시민과 청취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여론조사를 의도적으로 왜곡하고 호도했다는 점에서 방송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해치는 그런 행위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희가 그래서 농업기반공사 측에 경고 메일을 보냈는데, 바로 이튿날인 수요일 농업기반공사 쪽에서 저희 인터넷 팀을 방문해가지고 뭐 자료를 전달하면서 공정한 방송을 해달라 주문했다고 합니다. 과연 공정한 방송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참 의심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는데요.

그래서 지난 일주일 동안의 투표결과는 방송을 통해서 공개할 수 없게 됐습니다. 물론 조직적인 것인지 몇몇 분들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자성의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현재 저희가 택하고 있는 방식에서는 이런 일이 재발할 여지가 있습니다만, 일일이 로그인을 해야만 투표하도록 하는 방법을 택하면 청취자 여러분의 의사표시가 부자연스러워질 수가 있어서 일단은 지금의 방식으로 계속합니다. 다만 앞으로도 어떤 사안이든지 이런 식의 여론조작이 발생한다면 저희 제작진이 어떠한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마땅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말씀을 드려두겠습니다.”

꼬리가 길면 잡힌다

농업기반공사의 여론조작 의혹은 계속 제기되어 왔던 것이다. 지난 3월 10일에서 3월 13일까지 중앙일보 사이트에서 진행된 ‘새만금 간척사업 계속해야 하나’ 토론에서도 초반에는 ‘중지시킬 이유 없어(찬성)’보다 ‘새로운 대안 마련해야(반대)’가 우세했으나 갑자기 찬성이 늘어났으며, 다음 사이트에 개설된 ‘새만금 갯벌보존 대 간척’ 토론방에 개설된 여론조사에서도 22일 저녁까지 공사 반대의견이 앞섰으나, 22일 오후 7시 정도부터 2∼3시간 만에 갑자기 ‘찬성’ 의견이 폭주해 결과가 뒤집어졌다.

공기업은 무엇을 하는 곳인가? 국민의 세금으로 여론 조작에 힘쓰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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