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석
'2003춘천국제마임축제'의 마지막 날인 지난 1일, 고슴도치 섬 야외 무대에서 그가 웃고 있다. 단정치 못한 머리, 큰 키에 마른 몸, 그의 입가에 웃음이 떠날 줄을 모르듯 관객도 우스꽝스런 그의 몸짓에 웃음을 참지 못한다.
저글링쇼(갖가지 도구를 이용한 공연)를 마친 저글러 김현철(36)씨는 온통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고슴도치 섬 호숫가에서 시원한 바람에 몸을 맡긴 그와 마주 앉았다.
그는 87년 연극배우로 출발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연극 배우가 그렇듯 경제적인 문제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밥보다 라면을 더 많이 먹었어요. 밥보다 막걸리를 더 많이 마셨어요. 그나마도 실컷 먹지도 못했죠. 게다가 연극은 여럿이 함께 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구성원들의 호흡이 대단히 중요한데 그게 잘 안됐어요. 제가 의도하는 대로 하기도 힘들고.
그런데 마임은 혼자 하는데다 말도 없는데 관객을 끌어당기는 흡인력이 대단한 거예요. 마임과 연극은 사실 많이 다르지 않아요. 둘 다 한번 빠져들면 헤어나오기 힘들죠."
그는 마임은 기교가 아닌 '상상'이라고 말한다. 보고 즐기라는 것. 때문에 상상력이 풍부한 아이들은 공연을 본 뒤 쉽게 따라한다고 한다.
90년 초 마임을 배우기 시작한 그는 두 달에 한 두 번 동충 서커스단을 찾아가 여러 가지를 배웠다. 그리고 피에로 분장을 하고 관객에게 다가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