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여름 호주 떠나기 전에 (before)공응경
문제는 같이 룸메이트인 인도네이시아 여자였다. 심심하면 안 들어 왔다. 안 들어오는 것까지는 좋은데 내 물건을 맘대로 가져가곤 했다. 설상가상으로 어느 날 밤 12시 너머 내 룸메이트의 친구가 들어왔다. 짐을 풀고 나에게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은 채 방에서 잔다고 하지 않는가? 황당해서 미리 나에게 허락을 받아야 하지 않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 룸메이트의 친구는 주인아저씨한테 얘기했으니 여기서 묵겠다고 했다. 게다가 내가 영어가 서툴러서인지 무시하는 것 같았고, 한국인이 어쩌구 저쩌구 비꼬아서 얘기하였다. 다른 건 몰라도 국적을 가지고 뭐라고 하는 것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정말 참을 수가 없어, 이사를 가기로 결심하고 친구와 돈을 모아 시내 새로 지은 아파트에 들어가기로 하였다. 6개월 랜트를 받아서 누구에게 쉐어를 할 것이며, 주차장은 누구에게 대여할 것인지, 많은 생각을 하고 기다렸건만, 랜트의 기회는 화교들에게 넘어갔다.
결국 시내 중심가 아파트에 쉐어로 들어갔다. 일주일에 100달러가 넘는 비용이지만 그래도 일하는 곳이랑 가깝고, 아파트 내에 스터디룸, 수영장, 당구장 같은 부대시설을 마음껏 이용할 수 있어 그런대로 지낼 만 했다.
하지만 남과 같이 산다는 것이 어디 그리 쉬운가? 더욱이 국적이 다른 친구들과 함께 지낸다는 것은 많은 것을 양보하고 이해해야 했다. 같이 쉐어하는 일본 여자는 어느 날 여행을 간다고 짐을 챙기더니 나타나지 않았다. 혼자 방을 쓸 경우 쉐어 비가 비싸졌고, 이런 경우 주인은 다른 쉐어하는 사람을 찾기까지 난처했다. 문화가 다른 친구들과 살다보면 정말 작은 일로 싸우기가 쉬웠다. 냉장고에 음식 넣어둔 위치가 바뀐걸 가지고 확대해석하며 서로 말 한마디 않고 지낸 경우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