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리
첫 번째 위기
호주에 온 지 1달이 조금 넘었을 때였다. 친구의 소개로 잠시 캠시에 있는 주택에 머물고 있었다. 캠시는 한국인이 정착한 첫번째 지역으로 아직도 한국인 상가가 눈에 많이 띄었다. 토요일 킹스크로스에 있는 호텔 레스토랑에서 일을 마치고 여느 때와 다름없이 집으로 향했다.
캠시는 저소득층이 많고, 이주민이 특히 많아 우범지대로 통했다. 대신 집 값이 싼 편이라 시티 내에 머물 가격으로 독방을 사용할 수 있었다. 다만, 저녁이 되면 인적이 드물어 역에서 집까지 가는 길이 무서웠다. 그래서 늦은 시간에는 주인 오빠가 마중을 나와주곤 했는데, 오늘따라 전화를 받지 않는다.
사람들도 드문드문 보이고, 아직 6시가 넘지 않아 혼자 길을 걷고 있었다. 앞에서 젊은 외국계 청년이 다가왔다. 5달러를 들고 웃으며 내게 다가와 전화를 걸려고 하니 잔돈으로 바꿔 달라고 했다.
그래서 난 다이어리를 꺼내고 동전을 꺼내려는 순간. 그 청년은 강도로 돌변했다. 내 다이어리를 뺏고, 나를 밀친 후 달아났다. 바닥에 떨어진 동전을 바라보며 주저앉아 울고 말았다. "help me!"라고 소리쳐 보았지만, 아무 소용없었다.
나중에 자가용 한 대가 내게 오더니, 좀 전에 있던 상황을 다 보았다고 한다. 그 분은 호주에 정착한 한인으로 노래방을 경영하고 있다고 하신다. 경찰에 신고하라면서 자기가 목격자가 되어 주겠다고 한다. 경찰에 신고한 지 5분이 안 되어 경찰관이 와서 다친 곳은 없냐고 물어본 후 조심해서 다니라고 충고해주었다.
다이어리에는 일주일간의 아르바이트비와 밀린 집세가 들어 있었고, 한국에서 떠날 때 할머니가 주신 한국 돈…. 그리고 내 대학생활이 빼곡이 적힌 글들이 있었다. 주인 오빠는 집세를 깎아주고 밥값도 안 받으셨다. 그 후 걱정이 되시는지 역까지 늘 마중나와 주셨다. 아직도 고마운 주인 오빠에게 갑작스럽게 집을 떠나 실망감을 준 듯해 미안한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