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특검보 "'DJ 기소 시사'라니... 그게 뭡니까"

동아일보 보도에 "기사를 위한 기사 아니냐" 항의

등록 2003.06.12 08:00수정 2003.06.13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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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수정 : 13일 새벽 1시]

a 김종훈 특검보는 12일 '통치행위'에 대한 법 원칙을 개인적인 견해로 발언해 논란이 일고 있다.

김종훈 특검보는 12일 '통치행위'에 대한 법 원칙을 개인적인 견해로 발언해 논란이 일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동아일보가 12일 밤 동아닷컴과 종이신문 초판의 머릿기사를 통해 'DJ 기소방침 시사', <"통치행위 여부 법원서 판단" 특검, 실정법위반자 모두 기소방침 시사> 등으로 내보내자 특검팀에 비상이 걸렸다.

이날 오전에 있었던 브리핑을 동아일보가 확대해석했다면서 브리핑 당사자였던 김종훈 특검보는 "D일보(동아일보 지칭)에서 봤는데, (제목이) 'DJ 기소 방침시사'로 나갔는데 기사를 위한 기사 아니냐"고 펄쩍뛰었다.

이런 소동이 왜 일어났을까?

우선 문제가 된 동아일보 기사를 보자.

'대북 송금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송두환(宋斗煥) 특별검사팀은 12일 정치권 일각에서 특검 수사가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에게까지 미치는 것에 반발하며 제기하고 있는 통치행위론과 관련해 “통치행위 여부에 대한 최종 판단은 법원이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실정법 위반 관련자들을 모두 기소할 방침임을 시사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특검팀이 통치행위론에 대해 공식적으로 의견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검팀 관계자는 이날 “통치행위론이란 말은 부적절하며 사법심사를 자제한다는 말은 있다”며 “이는 국가를 위한 행위일 경우 실정법에 위반되더라도 사법부가 이를 면책해 주는 것이 이론적 근거”라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면책 여부는 기소를 통해 법원이 판단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특검팀이 당시 통치권자였던 김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위법 사실이 드러날 경우 원칙대로 기소한 뒤 법원의 판단을 받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김종훈 특보가 이날 오전 어떤 브리핑을 했길래 'DJ 기소 시사'로까지 발전했을까? 김특보는 '개인적 견해'임을 전제로 이렇게 말했었다.

"'통치행위'에 관해 여러 학설이 있다. '통치행위'란 말은 부적절하다. '사법자제'설의 입장에서 보면 국가적 이익에 관련된 국가 행위에 대해 책임을 가지고 법원에서 '어떻게 처벌하느냐, 형사적 책임을 면해준다'는 내용에서 출발한 것이다. '사법자제'라는 것도 '국가기밀사항이니 왈가왈부하지 말라'는 의미가 아니라, 실정법 위반 사항에 대해 책임을 물을지 여부를 법원이 판단하는 것이다."

김종훈 특검보는 '국가적 이익에 관련된 국가 행위'에 대한 실정법 위반 사항에 대해 책임을 물을지 여부를 '법원이 판단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고 이것은 일부 기자들에게 'DJ를 포함해 일단은 다 기소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게했다.

결국 동아닷컴 보도를 통해 'DJ 기소 시사'로까지 일파만파 해석이 확대되자 김종훈 특검보는 깊은 우려를 나타내며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오후 5시경 기자실 간사에게 전화로 입장을 우선 전해왔다.

김 특검보는 "오전 브피핑 때 '통치행위론' 부분에 대한 것은 단지 학설 등에 대한 일반적인 설명이었을 뿐 절대 DJ 기소 등과 관련한 것이 아니다"면서 "D일보에서 봤는데, (제목이) 'DJ 기소 방침시사'로 나갔는데 기사를 위한 기사 아니냐"고 반론했다.

이어 "이렇게 하면 앞으로 브리핑 때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없다"면서 "또 오전 설명을 'DJ 사법처리 전 단계' 등으로 기사를 쓰는 것도 말이 안된다"고 덧붙였다.

이후 김 특검보는 10분 후 인터넷 상으로 올라온 기사를 프린트해서 직접 특검기사실을 찾아왔다.

"(나는) 일반론을 이야기했고, DJ 조사 여부는 말하지 않았다. 방법에 있어서도, 또 혐의가 확정돼야 (처리여부가) 나오는 것 아니냐. 그 결과를 놓고 판단하는 것이기에 (특검팀에선) 토론한 바 없는 것이다.

A, B, C, D설 등이 있는데, 이런 것을 검토한 것 일뿐이다. 여러 가능성 중 하나만을 뽑아서 올려놓으면 뭡니까! 민감한 문제이고 한데…. (기사로) 쓰는 것은 뭐라고 할 수 없지만, 그러면 반론을 꼭 넣어달라."

김 특검보는 "이건 아무 것(DJ 조사 논의)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기사가 나가면 세상사람들이 오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면서 "최소한 이건 아니지 않냐, 도대체 '사법처리 검토'가 뭡니까"라고 항의했다.

오전 브리핑에서도 김 특검보는 "또 말꼬리 잡혀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 같다"면서 "(지금까지 한 말은) 개인적인 견해다"고 거듭 말하기도 했다.

특히 김 특검보는 "내일 모레면 6.15 3주년으로 (특검팀은) 가치를 훼손하지 말아야 하는 것에 생각을 같이 한다"면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조사나 사법처리 여부 등에 관해 언급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해 큰 의미를 부여하지 말아달라고 해명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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