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랍연극제가 열리고 있는 국립극장 '하늘극장'. 날씨가 잔뜩 흐리다.김상욱
오락가락한 비에 하늘만 바라봐
하늘은 잔뜩 찌푸려있었다. 마치 조금만 건드리기만 해도 비가 쏟아지기 시작할 것처럼. '아니, 공연을 좀 일찍 시작하지, 저녁 8시에야 하다니!' 아니나다를까, 공연을 15분 앞두고서는 다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과연 볼 수나 있는걸까?
지붕을 새로 설치해서 비를 맞을 염려는 없을 거라고 했다. 그러면 만약에 비라도 내리면 배우들은 비를 맞고라도 공연을 하겠다는 것인가? 날씨가 그만큼 애매한 날이었다. 그러나 거짓말처럼 공연이 시작되자 빗방울은 다시 멈췄다. 그리고 공연내내 빗방울은 떨어지지 않았다.(공연이 끝나자마자 정말 기다렸다는 듯이 빗방울은 다시 떨어졌다)
천륜(天倫)은 다 어디로 갔는가?
하루종일 하늘을 바라보며 비가 오나 안오나를 살핀게 아깝지 않을만큼 공연은 매우 훌륭했다. 2시간 10분이라는 짧지않은 시간이었지만 전혀 지루함을 못 느꼈다. 그만큼 배우들의 연기는 탄탄했고 스토리 자체가 흥미진진했다.
왕가의 비극적인 몰락을 그리고 있는 '아가멤논家의 비극' 은 바로 집안 이야기이다. 질투에 사로잡힌 모녀, 딸자식을 제물로 바치는 아버지, 복수심에 불타는 사촌. 핏줄을 나눴다는 가족들이 서로를 죽여가는 과정이 사실적이다. 심리묘사가 그만큼 뛰어나서 공감을 불러일으킬 정도이다.
카드빚 때문에 어머니와 할머니를 죽인 사건을 며칠전 신문에서 봤던 기억이 났다. 천륜을 어기는 인간은 신이 용서하지 않는다는 대사가 있었다. 요즘 납치다, 유괴다 가뜩이나 사회가 혼란스럽다. 우리가 하늘을 두려워하며 지켜왔던 '천륜'은 과연 다 어디로 가 버렸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