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그리스>, 밀도감과 자신감이 넘친다

6월 29일까지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에서

등록 2003.06.16 00:11수정 2003.06.16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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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뮤지컬컴퍼니

존 트라볼타 - 올리비아 뉴튼존의 동명 영화와 정우성 - 고소영의 'Summer Nights' 패러디 CF로도 널리 알려진 뮤지컬 <그리스>의 한국판 공연은 제대로였다.

수 차례의 프리뷰 공연(2003.5.20-6.1 폴리미디어씨어터)을 거쳐 보완하고 다듬은 때문인지 이번 메인 무대 공연 <그리스>에는 밀도감과 자신감이 넘쳤다. 종래의 국내 공연들은 극의 단절감이 문제로 지적되곤 했는데 <그리스>는 딴 생각할 틈을 절대 주지 않는다.


무엇보다 <그리스>에는 젊음이 있어서 좋았다. 그 젊음들은 정말 잘 놀았다. 춤추고, 노래하고, 사랑하고, 고뇌하고, 갈망하고…. 청춘의 고민은 있었으되 제대로 발산하지 못했던 나에게 극은 더 없는 대리만족이 되었다.

잘생긴 남녀배우들을 보고 있는 즐거움도 쏠쏠했다. <그리스>는 신인배우들을 대거 기용했는데 대니 역의 엄기준, 두디 역의 오만석은 같은 남자가 보고있기에도 가슴이 뛰게 만들었고, 샌디 역의 김소현은 스타성이 부족함(단신, 그리 이쁘지 않은 외모)에도 뛰어난 성량과 볼수록 끌리는 매력으로 사로잡았다.(김선경에 이어 그녀의 팬이 되기로 했다.) 또 리조 역의 정영주는 익히 소문은 들었지만 정말 훌륭한 뮤지컬 배우였다. 그리고 홍! 록! 기! 그가 뮤지컬계로 진출한 걸 진심으로 환영하는 바이다. 기타 모든 배우들, 하나하나 정말 혼신을 다해주었다. 모두 기억하고 있다.

<그리스>가 재밌고 칭찬하고 싶은 이유는 바로 이 전원 플레이가 눈에 띈다는 점이다. 기존 뮤지컬들은 주연급 배우들에 의존하는 바가 커 나머지 등장인물들은 소진되고 마는 아쉬움이 있었는데 <그리스>는 중극장 무대를 활용한 관객과의 밀착성을 적극 활용하면서 배우 하나 하나를 관객의 뇌리에 확실히 남기고자 노력한다. 때문에 관객은 주연만 바라보지 않게 되면서 다양한 재미를 캐치하게 된다.

<그리스>는 경제성이 잘 살아있는 작품인 것이다. 쓸데없는 군더더기를 없애고 오로지 관객과의 호흡을 위해 혼신을 다한다. 그러나 문제는 관객에 있다. 소극적인 한국 관객들은 즐거우면서도 박수에 인색하다. 남 눈치보며 끙끙댄다. 관객이 함께 해줄 때 뮤지컬 배우들은 더 힘이 나 흥을 낸다는 것, 그것이 더 즐거운 뮤지컬을 만든다는 걸 잘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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