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참전군인, 50년만에 무공훈장 되찾아

등록 2003.06.23 13:33수정 2003.06.23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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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당시 포로로 잡혀 갖은 협박과 회유에도 불구하고 인민군에 남기를 끝까지 거부하고 대한민국의 품으로 돌아온 나를 잊지않고 무공훈장으로 보답해준 국가와 군에 감사드립니다."

당시 입은 상처로 귀가 들리지 않는다는 권옹
당시 입은 상처로 귀가 들리지 않는다는 권옹조수일
6월23일(월) 비가 내리는 가운데도 부산의 향토사단인 육군53사단 연병장에서 열린 6.25참전용사 무공훈장 수여식에 참석, 그토록 그리던 훈장을 가슴에 단 권수석(73,부산시 기장군 기장읍)할아버지.

1948년 우연히 본 신문기사에서 육군 모집공고를 보고 까까머리 고등학교 2학년을 중퇴, 18살의 나이로 자원입대한 권옹은 경기도 부평에서 훈련을 받은 후 육군 8사단 10연대 창설요원으로 군생활을 시작하였다.

"당시 복싱을 배웠지. 동네에서 싸움에 휘말려 몇 사람 손을 봐줬는데 그 중에 형님 친구가 있었던 거야. 형님이 알면 크게 혼날까봐 친구집에 피해있는데 신문에 육군을 모집한다는 거야. 그래서 뒤도 안돌아보고 입대를 하게됐지"라며 당시 사연을 웃으며 털어놓았다.

6·25발발과 함께 50년 12월에는 압록강까지 북진을 하였다가 인해전술을 앞세운 중공군의 기세에 밀려 눈물을 머금고 후퇴를 하였다.

"그때는 만주까지 올라가는 줄 알고 모두들 들떠 있었지. 그런데 중공군이 워낙 많이 밀려오는 통에 미군 부대가 후퇴하면서 일순간에 전세가 불리해졌어."

다시 전열을 정비하고 이듬해 2월 강원도 횡성지구 전투에서 중공군과 교전중 그의 인생에서 가장 큰 고비를 맞았다. 한창 싸우다가 파편을 맞아 정신을 잃고 쓰러져 의식을 잃었던 것. 다시 눈을 떠보니 인민군 야전병원이었다. 왼쪽 고막이 터지고 오른쪽 눈으로 사물이 희미하게 보였다.


"군번 3300895, 화랑, 사나이 결심" 전투전 새긴 문신에서 당시의 결연함을 느낄 수 있다.
"군번 3300895, 화랑, 사나이 결심" 전투전 새긴 문신에서 당시의 결연함을 느낄 수 있다.조수일
"주위를 둘러보니 모두가 인민군 부상병이었고 동료들은 아무도 없었지. 대대가 풍비박산이 났구나 싶었지."

치료를 마친 후 인민군 14포로수용소에 수용되었다가 얼마후 수용소 안에서 자신의 대대장을 만나 뿔뿔히 흩어진 대대원의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포로 수용소 시절의 고생은 더욱 참담했다. 포로로 잡히기 전 자신의 팔에'군번 3300895, 화랑, 사나이 결심'이라고 새긴 문신때문에 포로 수용소에 있는 동안 엄청난 고초를 당하였다. 문신은 당시 전투에 앞서 죽음을 각오하고 동료들과 함께 새겼던 것.

당시 인민군은 권옹을 포로소내 폭동주동과 소장 암살기도 등 7가지 죄목을 씌워 인민재판에 회부, 총살형을 내리기도 하였다. 또 옥수수 200g등 최소한의 식량만 지급하며 온갖 고문과 구타 협박을 하는가 하면 인민군 중령이던 포로수용소장이 '인민군에 입대하면 영웅 대접을 해 주겠다'며 회유하기도 하였다.

정전협정이 체결되고 포로송환을 위한 협상중에도 회유와 협박이 멈추지 않았고 그때마다 자신은 오로지 남으로 가겠다고 했다. 53년 8월 말 그토록 그리던 조국의 품으로 돌아온 그는 군병원에서 2년을 더 보낸 후 55년말에 일등중사로 제대하였다.

50년만에 되찾은 무공훈장은 그래서 권옹에게 남다르다.
50년만에 되찾은 무공훈장은 그래서 권옹에게 남다르다.조수일
"53년 11월께 군 병원에 있는데 무공훈장 대상자가 되었다는 말과 함께 훈장증을 받았지. 훈장은 나중에 준다고 했는데 그게 벌써 50년의 세월이 흘렀어"라며 "이제라도 가슴에 달게되니 기쁘다는 표현을 어떻게 말로 다하나"고 반문했다.

56년에 결혼, 슬하에 2남 2녀를 모두 출가시키고 지금은 부인인 지무선(67) 할머니와 조용히 노년을 보내고 있다. 당시 입은 상처로 왼쪽귀는 들리지 않고, 오른쪽 눈마저 시력을 잃었지만, 고희를 넘기고도 훈장을 가슴에 달고 그 당시를 회상하는 모습에서는 입대 당시 18세 소년병의 기백이 되살아 나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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