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나무밑의 나무탁자김대호
인근에 박경리 소설 토지의 배경이 된 최참판댁을 찾아 양반댁 서희와 머슴 길상의 흔적이라도 찾아볼 요량이었다.
바쁜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선배는 박경리 선생과 악양면의 인연으로 시작해 서희와 길상의 사랑, 동학농민혁명과 갑오개혁·을미사변 등이 지나간 1897년 전형적인 한국의 농촌평사리를 비롯해 지리산, 서울, 간도, 러시아, 일본 등에서 펼쳐지는 최씨 집안의 가족사를 자세히도 늘어놓는다.
"사람이 조급한 것은 사람과 시간에 대한 믿음이 없기 때문이다."
선배는 이곳 관장인 강동오씨가 한 이야기를 꺼내 놓았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선행되어야 할 첫 번째 조건은 "진정성" 이다. 서로의 마음을 알고 그 마음에 답하여 주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상대의 진정성보다는 자신의 생각과 과거의 습관대로 상대방을 재단하고, 인간이 만들어 논 여타의 경험, 그리고 인간의 입술로 만들어 낸 알량한 약속으로 상대의 "진정성" 자기식 감정대로 관계를 형성하고 만다.
그 과정에서 서로 상처받고 "진정성"을 보낸 상대방의 삶은 이로 인해 서서히 소멸되어 가는 것이다. 사람의 일/ 세상사람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랑도 감정으로 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진정성"을 진실로 인정한다면 싸움과 이별은 없다'
나는 참 바쁘게 살아 왔던 것 같다. 바쁘게 산다는 것은 살아온 시간을 뒤돌아보고 자신의 면상에 묻은 땟국물을 발견하는데 그만큼 소홀해 지게 할 것이다. 또한 사람을 만나면서 과연 내 마음속에 '진정성'을 담고 있었는지…. 내 마음을 살펴보는 '느림'이 없는데 그것이 있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