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교육청이 26일 일선학교에 삭제계획 통보한 보도자료
교육인적자원부는 자녀의 개인정보를 NEIS 상에서 삭제해 달라는 학부모들의 내용증명이 학교별로 접수되자, 지난 6월 1일 발표만 해놓고 그동안 미뤄왔던 NEIS 교무학사 등 3개 영역 삭제 대상 항목의 시행 지침을 24일 각 시도교육청에 내려 보냈다.
이에 따라, 각 시도 교육청은 각급 학교에, NEIS 체제의 교무학사 영역에서 삭제되는 메뉴 및 항목 가운데 입력된 자료는 이달말(30일)까지 출력 관리하고 학교별로 담당자가 직접 삭제하도록 통보했다.
교육부가 삭제 대상 항목으로 분류한 항목은 NEIS의 교무학사 등 3개 영역의 세부 입력 항목 358개 가운데 66%(236개)에 해당하는 것으로, 교육부는 ‘이제는 NEIS에서 인권침해 논란이 해소됐다’고 주장한다.
교무학사 170개 항목 가운데 56개를 뺐고, 보건영역도 143개 가운데 8개 항목만 남겼다는 얘기다. 따라서, 나머지 34%, 122개 항목은 인권침해 소지가 없다는 주장이다.
"인권침해 없다는 것은 교육부의 판단이며 기만행위"
지난 5월 12일 국가인권위원회가 교육부에 삭제를 권고한 교무학사 등 3개 영역을 양적으로 100%라고 하면, 교육부는 무려 66%의 항목을 삭제하는 셈이다. 그러나 이제 34%만 남았으니 NEIS에서 인권침해 소지가 없어졌다고 하는 것은, 교육부의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지적이다.
국가인권위원회와 헌법학자들의 시각은 여전히 인권침해 소지를 안고 있다고 강조한다.
국가인권위원회 관계자는, 교육부가 삭제 지침을 일선 학교에 내려 보내면서 인권침해 소지가 없다고 밝힌 것과 관련, ‘국가인권위는 지난 5월 12일의 권고가 여전히 유효하고, 그 권고에 대해 교육부가 답변한 게 없다. 지금 상황에서는 권고 자체가 국가인권위 입장이다.
첫째는 NEIS 가 법적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초중등교육법 제 25조항에 비춰볼 때 교무학사영역의 항목은 교장의 권한이지 교육감이나 교육부 장관이 수집 관리할 대상이 아니다.
두번째는 교무학사, 보건 입,진학 영역이 프라이버시 침해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네이스에서 제외돼야 한다고 했던 것이고, 그 두가지 권고가 여전히 유효하다. 그 교무학사 영역이 네이스에 포함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국가인권위는 주장하는 것이며 그것은 제외돼야 한다‘고 밝혔다.
"한글 이름, 주민등록번호 집적이 무슨 위험성이 있냐고?"
좀더 구체적으로 들어가, 교육부가 이번에 NEIS에서 삭제했다고 하는 개인 정보 외에 미삭제 항목을 살펴 보자.
교무학사 영역의 미삭제 항목 가운데 기본신상에서 한글성명, 한자성명, 주민등록번호, 성별, 생년월일, 사진, 성적관리에서 교과평가, 생활통지표에서 가정통신문 등이 주요 미삭제 항목이다.
물론, 교육부가 주장하는대로 학생에 대한 최소한의 기본정보이다. 초중등교육법 제25조에 따라 학교장이 수집, 관리할 수 있으며 그것은 수기로 학적부를 기록했을 때에 적용되던 법이다. 당연히 학교 울타리 안에서 관리돼야 할 정보들이다.
문제는, ‘법적 근거가 없는 NEIS에 학생정보의 수집, 관리권한이 없는 시도교육감과 교육부장관이 우리나라 전체 학생의 개인정보를 온라인상인 NEIS에 이미 집적해 관리한다는 것’이다.
전북대학교 법과대학 김승환 교수는, "미삭제 항목중 기본신상문제, 특수학교 학부모 정보, 진로지도, 행동발달, 성적관리 등 이런 중요한 정보들이 온라인상에 올려짐으로해서 학생인권은 언제든지 침해당할 수 있는 그런 위험성에 처하게 됐다"고 지적한다.
"물론, 입력하는 그 순간 침해가 된 것이지만 그 침해가 NEIS 라는 서버에 집적되면서 위험성이 더욱더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고 강조한다. 또한 인권에 대한 기본 마인드와 지식이 없고 사명감도 없는 교육관료들로 인해 이런 엄청난 사태가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사소한 정보는 없다
그렇다면 교육부는 학생의 이름조차 입력할 수 없다면 학적관리는 어떻게 하고 NEIS를 활용할 필요가 있냐고 물을 수 있다. 물론 답변은 NEIS는 가동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헌법학자들은 "NEIS에서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를 99.9% 삭제했다 해도 0.01%라도 남아 있다면, 99.9%의 삭제 의미는 전혀 없다"고 잘라 말한다.
성균관대학교 법과대학 김일환 교수는,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한글이름과 주민번호는 개인식별에 가장 효과적인 정보)는 다 보호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더더구나, "NEIS에 학생과 학부모 개인정보를 올려 놓기 전에,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법적 근거가 있냐?"고 되묻는다.
"NEIS는 여전히 위헌이고 위법인 것이다"
NEIS 시행은 몇 %의 개인 정보를 삭제해서 정당성을 부여받는 시스템이 아니라, 처음부터 위헌이고 위법이며 그 자체가 법적 근거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교육부가 몇 %의 정보를 삭제했으니 인권침해 소지가 없다고 국민들을 호도하면서 시행하고 있다.
성균관대 김일환 교수는, "처음부터 우리 사회에 개인정보 보호라는 인식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NEIS 문제 해결이 이토록 힘든 것"이라고 말한다.
더구나 이같은 인식 자체가 없는 상황에서 전두환 독재 정권 때부터 정보화 사업이 추진돼 왔고, 김대중 정권 말기에는 전자정부가 공식 출범했는데, 전자정부 사업 자체가 위헌이라고 지적한다.
이처럼 개인정보 보호라는 인식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국가 정보화 사업은 당연히 행정의 효율성에만 초점이 맞춰져 왔고, 교육부는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중요한 기본권의 하나인 사생활 보호 원칙을 보기 좋게 무시한 채, 어느 순간에 미성년자인 학생들의 소중한 개인정보까지 NEIS라는 하나의 서버에 집적시킨 것이다.
김일환 교수는 "교육부가 지금 뭐라 하든 NEIS는 위헌이다"라고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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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1988~2014)와 프레시안(2018~2021) 두군데 언론사에서 30여년 기자생활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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