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이냐는 듯이 제비가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다
그랬다. 아버지께서는 제비 부부가 막 제비집을 지으려고 초가지붕 처마 아래 흙을 물어다 붙히기 시작할 때면 그 아래 다 지어질 제비집보다 조금 더 큰 널판지를 받쳐 주었다. 이 널판지는 제비 새끼가 실수로 땅에 떨어지는 것도 막고, 제비 똥이 떨어지는 것도 막기 위해서였다.
"니 마루에 앉아가 뭘 그리 눈깔 빠지게 쳐다보고 있노?"
"쉿! 조용히 좀 해라. 지금 제비가 알을 품고 있다카이."
"오데?"
"저기~ 제비가 암탉맨치로 납작하게 엎드리가 있는기 안 보이나."
제비집을 다 짓고 나면 제비 어미는 하루종일 아무 것도 먹지 않고 제비집 속에 죽은 듯이 엎드려 있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 마침내 제비가 집을 잠시 비웠을 때 제비집 속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알록달록한 제비알이 대여섯 개 들어 있었다. 또 그때부터 제비 부부는 번갈아가며 알을 품었다.
제비는 정말 영리한 새였다. 제비 새끼들이 알에서 갓 태어나면 알 껍질을 갖다 버리는가 하면 부부가 쉴틈없이 모이를 물어 나르다가도 새끼들이 눈 똥을 부리로 콕 찍어 멀리 갖다 버리기도 했다. 또한 제비 새끼들은 집이 좁을 만큼 제법 몸집이 커지면 시도 때도 없이 꽁무니를 제비집 밖으로 내밀고 똥을 떨구었다.
하루는 이런 일이 있었다. 아버지께서 제비집 아래 받침대까지 만들어 주었는데도 부리가 노란 제비 새끼 한 마리가 마당에 떨어져 있었다. 내가 다가가자 그 제비 새끼는 다리를 절뚝거리며 달아나려고 했다. 너무나 불쌍하고 가엾었다. 그래서 나는 마치 흥부처럼 그 제비 새끼의 다리에 헝겊을 감아 제비집 속에 다시 넣어주었다.
"내년에 니 억수로 큰 부자 되것다."
"와?"
"니가 제비 새끼로 구해줬으니까, 제비가 금돈 은돈 나오는 박씨 몇 개 물고 안 오것나."
"그런 거는 책에서나 나오는 이야기 아이가?"
근데 그 다음 날, 내가 학교를 파하고 집으로 돌아와 보니 그 제비 새끼 한 마리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아침에 볼 때 분명 여섯 마리였던 제비 새끼가 이상하게 다섯 마리 뿐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제비집 속을 가만히 살펴보았다. 하지만 다리에 헝겊을 감은 그 제비 새끼는 끝내 보이지 않았다.
"니 또 와 눈 빠지구로 제비집 속을 들여다 보고 있노. 부정 타구로."
"누가 제비 새끼 한 마리로 훔쳐 갔어예."
"훔쳐 간 기 아이라 아까 에미가 갖다 버렸다 아이가."
"와예?"
"내가 제비들의 세계로 우째 알것노."
그래. 결국 그 제비 새끼는 그렇게 사라지고 말았다. 내가 정성껏 치료를 해 준 보람도 없이. 그때부터 나는 제비 새끼들에게 가끔 파리를 잡아 먹이는 일도, 잠자리를 잡아주는 일도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내가 그렇게 하는 것이 제비 새끼를 돕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기 때문이었다.
해마다 이맘 때면 나는 제비 새끼들이 노오란 부리를 한껏 벌리고 경쟁이라도 하듯이 요란스럽게 지지배배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자랐다. 근데 요즈음은 모가 시퍼렇게 자라는 들판 사이로 잠자리떼가 수없이 날아다니는데도 제비 한 마리 보이지 않는다. 대체 그 많던 제비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