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뺏지, 그들이 알고 싶다"?

'뺏지'와 '배지' 그리고 "보람"

등록 2003.07.02 11:12수정 2003.07.02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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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힘'이 지난 6월 30일 유권자 운동에 대한 기자 회견을 하고 있다. '금뺏지'라는 낱말을 뚜렷하게 볼 수 있다.
'국민의 힘'이 지난 6월 30일 유권자 운동에 대한 기자 회견을 하고 있다. '금뺏지'라는 낱말을 뚜렷하게 볼 수 있다.오마이뉴스
생활정치네트워크 국민의 힘(http://www.cybercorea.org)이 새로운 유권자 운동을 선언하고 나섰다 한다. 정치 개혁, 언론 개혁, 국민 통합을 추구하는 네티즌 모임인 '국민의 힘'은 지난 6월 30일 국회의원 정보 공개를 요구하며 "금뺏지, 그들이 알고 싶다"는 유권자 운동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금뺏지, 그들이 알고 싶다"고 소리 높이며 지저분한 국회의원들을 두렵게 만들고 있는 '국민의 힘'에게 '금뺏지'가 잘못된 표기라고 소리 높여 알려 주어야 할 것 같다. '금뺏지'가 아니라 '금배지'다. 'badge'는 '배지'라고 표기해야 한다. '뺏지'나 '뱃지'는 잘못된 표기이다.


자기들이 하려는 운동의 내건말(캐치프레이즈)로 삼고 있는 말을 이렇게 잘못 표기해도 되는가. 내로라 하는 지식인들이 모여 있는 이 곳에 잘못 표기된 외래어를 지적해 줄 만한 지식인이 한 명도 없다는 말인가. 부끄러운 일이다. '국민의 힘'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지금도 "금뺏지, 그들이 알고 싶다"는 문장이 웅장한 음악과 함께 번쩍거린다. 창피한 줄도 모르고 며칠째 저러고 있다.

며칠 전 '국민의 힘'에 전화하여 담당자에게 이런 말을 해 주었을 때, 고맙다고 말하면서 곧 고치겠다고 해 놓고서는 지금도 그대로다.

여기서 제안 하나 해 본다. 이렇게 표기도 제각각인 '배지' 대신에 좋은 우리말을 찾아 써 보면 어떨까? 여기에 어울리는 우리말이 있다. '보람'이라는 말이 바로 그것이다. '보람'은 '다른 물건과 구별하거나 잊지 않기 위하여 해 두는 표'를 뜻하는 말이다. '표(標)'나 '부(符)'를 뜻하는 말이다. 이 말을 우리가 별 생각 없이 쓰고 있는 '배지(badge)'나 '마크(mark)'를 대신하여 쓰면 어떨까?

'반전 배지'를 '반전 보람'으로 '학교 마크'를 '학교 보람'으로 써 보자는 말이다. 어감도 좋고 토종 우리말도 살려 쓰고 좀 좋은가.('서명(署名)하다' 또는 '사인(sign)하다'는 말을 대신하여 '보람하다'라는 말을 써봄직도 하다.)

그런데 국회의원을 상징하는 말로 굳어진 '금배지' 대신 '금보람'을 쓰면 안 어울릴 것도 같다. 우리 사회에서 '오염물'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국회의원을 일컬을 때는 '금보람'이라는 예쁜 말보다는 부정적인 어감이 느껴지는 '금배지'를 붙여주는 게 낫겠다는 생각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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