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농심으로 남북화해 기여할 것"

[인터뷰] 전남남북교류협의회 상임대표 조충훈 순천시장

등록 2003.07.03 10:39수정 2003.07.07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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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천시청

조충훈 전남 남북교류협의회(상임대표 조충훈 정옥성 외 3인·이하 남북협의회) 상임대표이자 순천시장은 인터뷰 내내 거침이 없었다. 조 시장의 자신감은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는 최초로 결성된 남북협의회의 전망과 성과에 대한 확신에서 기인했다.

조 시장은 남북협의회 결성의 의미를 "통일에 이바지 할 수 있는 남북교류협력사업의 축이 이제는 중앙에서 지방으로 이전됐다"고 평가하는 한편 "남북교류협력사업이 시·도민의 일상적이고 대중적인 사업으로 정착되도록 시스템화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북핵문제로 인해 한반도에서 점차 고조되는 긴장에 대해 조 시장은 "지속적인 지자체의 교류협력사업으로 신뢰를 쌓아간다면 정세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화해협력사업을 계속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조 시장은 협의회가 교류협력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조건으로 "정치색을 뛰어넘을 수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성격"을 들었다. 또 "전남의 농심(農心)이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 수 있다"고 밝혀 전남의 특성이 남북화해에 커다란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오마이뉴스>는 남북교류협력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바쁜 행보를 보이고 있는 조충훈 순천시장을 만나 남북협의회의 역할과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내용.

- 전남 남북교류협의회는 지역의 상공인과 시민단체 그리고 기초자치단체와 의회가 참여해 구성된 조직인데 이 조직이 갖는 의의는 무엇인가.
"그동안 남북교류사업은 내용적으로나 교류주체가 중앙에 한정됐던 경향이 있었다. 특히 북한의 경우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나 '민족화해협의회' 등으로 창구를 일원화해 교류협력사업의 다양성을 확보하기에는 어느 정도 어려움이 따랐던 측면도 있었다.

전남 남북교류협의회의 출범은 중앙정부만 남북교류협력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지방에서도 민족의 화해와 협력사업을 주도적으로 할 수 있을뿐만 아니라 북측의 일원화된 창구에서 한발 더 나아가 북측의 지방간 교류협력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차원에서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또 정부나 시민단체 차원에서 추진했던 교류협력사업이 이제는 지역의 지방자치단체와 시민단체, 상공인들이 자발적으로 합심해 민족의 일원으로서 화해와 협력의 길을 모색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남북교류협력사업의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 전남 남북교류협의회는 평안남도 대동군과 지속적인 교류사업을 하기로 합의했다. 앞으로 어떤 사업으로 교류·협력의 내용을 충실히 이행할 계획인가.
"잘 알다시피 전남은 농도(農道)이다. 때문에 교류협력사업도 전남의 특성에 맞는 항목부터 시작해 점차 내용과 외형을 넓혀갈 장기적 계획을 가지고 있다. 우선 첫 사업으로 중고 콤바인 50대와 부속품, 못자리용 비닐을 3일 북한으로 보냈다. 이와 함께 평안남도 대동군에 농기계 수리센터를 건립하기 위해 수리기계와 공구도 함께 보냈다.

전남 남북교류협의회의 이같은 활동은 우리의 발전된 기계영농기술을 전수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다. 이는 기계영농을 통한 식량증산 방법을 이식해 직접적인 쌀 지원 효과를 뛰어넘어 식량난의 근본적 해소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장기적으로는 남한과 북한간 인적교류와 문화교류를 활성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것은 한번에 될 수는 없어 지금 뭐라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각 지방자치단체의 특성에 맞도록 세분화된 교류사업을 진행할 것이다."

a 전남 남북교류협의회가 마련한 중고콤바인.

전남 남북교류협의회가 마련한 중고콤바인. ⓒ 전남 남북교류협의회 제공

- 현재 북핵문제 등으로 국내외에 긴장국면이 조성되고 있는데, 전남 남북교류협의회는 긴장완화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지금까지 남북교류협력사업은 국내외의 정세에 많은 영향을 받아왔다. 정세가 호조건일때는 여러 사업이 추진되다가도 정세가 악화되면 화해 분위기는 급속히 냉각돼 그간 쌓아온 신뢰와 성과가 물거품으로 변해버린 적이 비일비재했다.

중앙정부와 국민의 중간단계에 있는 지방자치단체는 정치적인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조건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민간과 지방자치단체가 중심이 된 교류협력사업은 지속적으로 추진돼 같은 민족끼리 신뢰를 쌓는 일이 중요하다.

교류의 목적은 궁극적으로 접촉의 범위를 넓히는 것이다. 때문에 지금 여러가지로 한정돼있는 교류의 범위와 주체를 넓혀가면 맑음과 흐림을 반복하는 국제정세와 상관없이 화해협력사업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된다면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됐을 때 이를 완화시킬 수 있는 완충장치를 만들 수 있다."

- 교류협력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각종 지원사업을 두고 '일방적인 퍼주기'라는 비판적 시각도 있다.
"실용주의적 관점에서 봤을 때 6·15공동선언 이후 3년간의 정세가 얼마나 실용적이었고 경제적이었나? 이는 냉전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들인 유형·무형의 비용보다 훨씬 경제적이다.

나는 지금의 상황을 물을 뽑아 올릴 때 쓰는 펌프에 곧잘 비교한다. 펌프가 물을 잘 뽑아올리기 위해서는 먼저 몇 바가지의 물을 펌프에 부어야 하듯이 지금 북한과 진행중인 교류사업을 넘어 본격적인 경제협력시대로 발전하게 되면 우리가 지원한 것보다 훨씬 많은 이익을 볼 수가 있다. 이것은 우리와 민족을 위한 투자라고 생각한다.

'일방적인 퍼주기'라는 비판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교류협력사업을 충실히 진행시키면서 나올 수 있는 대차대조표를 먼저 생각해봤으면 한다.

또 민족의 숙원인 통일을 반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전남 남북교류협의회의 궁극적인 목표도 통일에 이바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역사적 경험에 비춰볼 때 아무리 분위기가 좋더라도 화해와 협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하루아침에 허사가 된 일이 많았지 않나. 지금 우리의 교류협력사업도 통일로 가기 위한 도로의 기초를 튼튼히 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 지금까지 두차례 방북을 했고 오는 8월에 또 방북할 예정인데 북한에 대해 어떤 인상을 받았는가.
"2번 방북을 하니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 첫번째와 두번째 방북을 비교할 수 있었다. 첫번째 방북후 6개월만에 방북하니 역시 북한은 변하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 중 한 예가 가게에 들어갔더니 물건값 흥정이 가능해졌다. 가게 점원이 '많이 사면 값을 깎아줄 수 있다'고 말하는 것에 내심 놀랐다. 그리고 우리를 안내하는 사람들이나 일반적인 시민들의 표정이나 태도도 많이 유연해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민족의 동질성이 크게 훼손되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어서 큰 다행으로 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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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천시청

- 전남 남북교류협의회 활동을 해오면서 가장 힘들었던 사항은 무엇이고 보람된 일은 무엇인가.
"전남지역의 시·군이 함께 참여하다보니 협의회를 구성할 때 각 기초자치단체간의 입장을 조율하는 것에 약간 애로사항이 있었지만, 모두들 대승적인 자세로 타협과 양보정신을 발휘해 무난하게 처리됐다. 무엇보다도 지난 4월 5일 평안남도 대동군과 교류협력사업을 확정하는 합의과정이 제일 힘들었다.

우리는 교류협력 지역과 주체를 명확히 하자는 입장이었고, 북한은 자기네들이 제일 급하고 필요한 곳에 지원해주면 될 것을 무슨 지방간 교류냐는 입장이어서, 일정을 마치고 출발예정일 새벽까지 서로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을 때다. 결국 북한이 우리의 요구사항을 수용하는 것으로 합의서는 작성됐다.

보람된 일은 역시 교류의 폭을 넓히고 통일운동의 새로운 장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즉 지방자치제가 정착이 되면서 자치단체가 통일사업에 기여할 통로와 몫을 찾았다는 것이다. 앞으로 전남의 농심(農心)이 경색되는 남북관계를 풀어가는 역할을 할 수 있어서 기쁘다."

- 전남 남북교류협의회의 장기적 비전을 소개한다면.
"전남 남북교류협의회는 북한과 단순한 교류협력사업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우리는 열가지 복합적 목표를 가지고 장기적 사업을 추진하고자 한다. 우선 지방자치단체의 성숙에 도움을 주는 것이다. 협의회의 사업이 계속 진행되면 사업의 깊이도 깊어질 것이며, 교류협력과 통일에 대한 하나의 아젠다를 구성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다. 이를 각 지역에 전파해서 각 지역의 특성에 맞는 세분화된 사업을 발굴해 인적·문화적 교류를 활성화시킬 계획이다.

또 중앙정부차원에서 벗어나 보편성을 띤 교류협력사업으로 발전시키는 것을 장기적 목표로 삼고 있다. 다시 말해 교류협력을 통한 통일운동의 대중화와 일상화를 기하는 것으로, 정세의 영향을 덜 받고 전남 시·도민이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교류협력사업의 주체로 나서고 효과를 체감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서의 교류협력사업을 정착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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