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릉도원 연상케 하는 화순 수락산 폭포

폭포 주변에 마고할매 전설과 연관된 바위 즐비

등록 2003.07.04 16:30수정 2003.07.14 10:02
0
원고료로 응원
a 화순 수락산 상수락 계곡에 있는 일명 선녀탕.

화순 수락산 상수락 계곡에 있는 일명 선녀탕. ⓒ 최연종

화순군 도암면 봉하리 수락산(水落山) 자락에 잘 알려지지 않은 5개의 폭포가 있다. 사계절 콸콸 쏟아지는 폭포가 3개요, 높이 30여m에 이르는 것이 2개나 된다. 이들 폭포는 세인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아 신성함마저 느껴지는데 주변 원시림과 어울려 무릉도원(武陵桃源)을 연상케 한다.

도암면 운주사를 지나 중장터에서 2km쯤 올라가면 봉하리 마을이 나온다. 봉하리(鳳下里)는 상수락(上水落), 하수락(下水落), 하고기, 청소, 봉학 등 5개 자연부락으로 이뤄졌다. 상수락 계곡 인근에 크고 작은 5개의 폭포가 옹기종기 모여 있다.


a 마고할매의 전설을 간직한 '마고할매' 폭포.

마고할매의 전설을 간직한 '마고할매' 폭포. ⓒ 최연종

봉하리는 화순, 나주와 경계에 있는 지역으로 화학산을 지척에 두고 있다. 하수락 마을에 사는 손규진(86) 할아버지의 자문을 받기 위해 함께 폭포로 향했다. 할아버지는 86세 답지 않게 지친 기색 한번 보이질 않는다.

계곡 제일 위쪽에 있는 폭포가 마고할매(마고선녀 麻姑仙女) 폭포다.
폭포 크기도 아담한데다 물줄기가 떨어지면서 생긴 웅덩이도 마치 대중목욕탕 '욕탕'처럼 생겼다. 깊이는 어른 어깨높이에 이를 정도로 꽤 깊은 편이다.

폭포 주변에는 마고할매에 얽힌 전설과 연관된 바위들이 곳곳에 즐비해 있어 전설 속의 이야기가 실제 이야기처럼 실감난다. 마고할매는 달 밝은 밤이면 하늘에서 내려와 목욕을 하는 신선으로 마고선(麻姑仙) 또는 마고할매라고도 부른다.

a 마고할매 폭포 주변에 있는 지팡이 바위.

마고할매 폭포 주변에 있는 지팡이 바위. ⓒ 최연종

어느날 마고할매가 하늘에서 내려와 운주사 천불천탑을 쌓기 위해 치마폭에 돌을 싸서 운주사로 가다 그만 닭이 우는 바람에 깜짝 놀라 넘어졌다. 이 때문에 치마폭에 있는 바위들이 폭포 주변에 흩어졌는데 이 바위들은 마고할매가 사용했던 머리빗, 거울, 지팡이 모습으로 변한 채 폭포주변을 감싸고 있다.

a 마고할매가 넘어지면서 생겼다는 마고할매 손바닥 자국.

마고할매가 넘어지면서 생겼다는 마고할매 손바닥 자국. ⓒ 최연종

마고할매가 넘어지며 손을 땅에 짚으면서 남긴 손가락 자국이 길 위에 있는 바위에 선명하게 남아있다. 길 옆 산에는 마고할매가 짚고 다녔다는 지팡이와 참빗 모양의 바위가 있어 전설을 뒷받침해준다. 이 전설은 도선국사의 운주사 창건 설화와 비슷해 아류작이 아닌가 싶다.


a 나무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선녀탕.

나무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선녀탕. ⓒ 최연종

마고할매 폭포를 타고 흐르는 물줄기는 다시 가운데 폭포로 이어진다. 일명 ‘선녀탕’이다. 마치 하늘에서 세차게 쏟아지는 듯한 물줄기를 보노라면 등골이 오싹해진다. 마고할매 폭포보다 규모도 커서 제법 폭포다운 맛이 난다.

a 상수락 계곡 마지막에 있는 폭포. 물길이 30여m에 이른다.

상수락 계곡 마지막에 있는 폭포. 물길이 30여m에 이른다. ⓒ 최연종

선녀탕을 지난 폭포수는 기다란 물줄기를 만들며 폭포를 이룬다. 바위 끝에서 부서지는 포말은 사방으로 흩어지며 아래로 흘러든다. 상수락 계곡에 있는 3개의 폭포는 아무리 가물어도 물줄기가 마르지 않는다. 폭포를 따라 상수락 마을 쪽으로 올라가면 두 지류가 합류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수락산 깊은 골짜기에서 흘러드는 물줄기가 합쳐지며 쉬지 않고 흐른다.


계곡 주변에는 옛 절터가 남아 있다. 옛날에는 인근에 절이 많았다고 한다. 아래 마을에 있는 중장터는 운주사, 불회사 등 주변 사찰을 위해 장이 선 장터. 화순과 나주의 경계에서 장이 서며 불가(佛家)의 필요한 물품을 서로 바꾸어가는 물물교환 장소였다. 전라도에서는 하나 밖에 없는 유일한 장이었다.

a 마을에서 바라본 무지개 폭포.

마을에서 바라본 무지개 폭포. ⓒ 최연종

수락마을은 마고할매 폭포에서 물이 떨어진다해서 수락(水落)이라 불렸으며 달리 '무지개'라고도 했다. 상수락은 '웃무지개'라고 하며 마을이 위쪽에 있다는 뜻. 지금은 사람이 살고 있지 않지만 전에는 50여 가구가 사는 꽤 큰 마을로 논도 50여 마지기가 있었다. 도암에서 제일 부자가 상수락 마을에서 살았다고 전한다.

상수락 계곡에서 내려와 민박집 앞을 지나 계곡쪽을 향해 가면 3개의 단을 이루며 떨어지는 3단 폭포가 있다. 심산유곡을 타고 흘러드는 폭포수를 보니 깊은 산중에 와 있는 것 같다.

a 무지개 폭포. 물가에 서 있는 사람이 작아 보인다.

무지개 폭포. 물가에 서 있는 사람이 작아 보인다. ⓒ 최연종

이 폭포를 지나 100여m를 오르면 수직으로 떨어지는 폭포를 만난다. 무지개 폭포다. 폭포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규모가 큰데 높이가 30m가 넘는다. 천연 암벽을 타고 아래로 떨어지는 물줄기가 장관을 이룬다. 마치 하늘에서 떨어지는 듯한 이 폭포는 마을입구에서도 하얀 물기둥이 뚜렷이 보인다.

옛날에는 나병환자가 이 폭포수를 맞으면 말끔히 낫는다고 소문이 나 물을 맞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로 늘 붐볐다고 한다. 하지만 이 폭포는 평소에는 가느다란 물줄기만 보이다가 비가 오면 굵어지는 건폭에 가깝다.

a 무지개 폭포 위에 있는 동굴. 빨치산이 은신처로 이용했다.

무지개 폭포 위에 있는 동굴. 빨치산이 은신처로 이용했다. ⓒ 최연종

이 곳에서 물길을 건너 왼쪽으로 30여m 올라가면 수십 명이 앉을 수 있는 바위 동굴이 나온다. 이 굴은 빨치산의 은신처로 이용됐다. 손규진 할아버지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빨치산은 동네마을에서 약탈한 쌀자루를 동굴 속에 숨겨 두고 인근 화학산을 오르내리며 군경들과 치열한 접전을 벌였지요. 하지만 군경이 동굴 속에 숨겨진 식량을 발견하고 동굴에 불을 질렀습니다.”

그때의 아픈 상흔을 말해주기라도 하듯 동굴 곳곳에 까맣게 그을린 흔적들이 보인다.

a 무지개 폭포 입구에 있는 3단 폭포.

무지개 폭포 입구에 있는 3단 폭포. ⓒ 최연종

전설이 있는 이처럼 아름다운 폭포들이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은 것이 이상한 일이다. 관계기관 등이 관심을 가져도 좋을 듯하다.

폭포주변에는 농원과 굿당 등 2개의 건물이 들어섰다. 무지개폭포 가는 길목에 '늘 푸른 농원'이, 건너편에 굿당이 있다. 최원규(42)씨가 늘 푸른 농원의 주인이다. 10여년 전에 이 곳에 정착한 최씨는 주변 경치에 반해 농원을 가꾸며 표고버섯재배에서부터 한봉, 멧돼지 등 가축 사육을 하는 선진 농업인이다.

올해는 농협중앙회로부터 농가민박프로그램(팜 스테이 Farm Stay)로 선정돼 홍보 등 각종 지원을 받게 됐다. 올 가을부터는 표고버섯 따기 체험을 시작으로 벼 탈곡장을 세워 벼가 쌀로 되는 정미과정 등을 직접 체험해보는 농촌체험학습장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한다. 8개의 민박시설을 갖췄고 멧돼지, 오리구이 등 각종 요리를 내놓고 있다.

올 여름에는 시원한 물줄기 아래에서 마고할매의 전설을 음미할 겸 가까이 있는 운주사와 중장터, 화학산, 나주호를 연계한 여행을 권하고 싶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하루가 지옥" 주차장에 갇힌 주택 2채, 아직도 '우째 이런일이' "하루가 지옥" 주차장에 갇힌 주택 2채, 아직도 '우째 이런일이'
  2. 2 억대 연봉이지만 번아웃 "죽을 것 같았다"... 그가 선택한 길 억대 연봉이지만 번아웃 "죽을 것 같았다"... 그가 선택한 길
  3. 3 체코 대통령, 윤 대통령 앞에서 "최종계약서 체결 전엔 확실한 게 없다" 체코 대통령, 윤 대통령 앞에서 "최종계약서 체결 전엔 확실한 게 없다"
  4. 4 알고도 대책 없는 윤 정부... 한국에 유례 없는 위기 온다 알고도 대책 없는 윤 정부... 한국에 유례 없는 위기 온다
  5. 5 28년 만에 김장 독립 선언, 시어머니 반응은? 28년 만에 김장 독립 선언, 시어머니 반응은?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