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인동의 한 어린이집. 하늘과 구름 구름이 창에까지 펼쳐지고 있다.박태신
서양식 건물의 창은 다소 폐쇄적인 면이 있습니다. 들어오고 나감의 개념이 없습니다. 조망과 일조와 환기의 차원에서만이 의미가 있습니다. 그래서 격식이 있고 크기도 큽니다. 커튼과 차양과 스탠드 글라스라는 추가적인 부수 장치를 많이 사용하는 것은 외부와의 경계 구별 차원에서 필요한 것이기도 하지요.
요즘은 벽화가 많이 상용화되었습니다. 그 벽화가 창에까지 연장되기도 합니다. 작년 늦겨울에 들른 종로구 통인동에 있는 한 어린이집이 그렇습니다. 1, 2층의 벽면과 창 모두가 하나의 그림책 지면이 되어 상상의 나래를 펴는 곳이 됩니다. 유치원에 맞는 싱그럽고 화사한 그림은 보는 이의 눈을 즐겁게 합니다. 전선줄의 그림자조차 대보름날 날리는 연의 갬치 먹인 연줄 같습니다. 사기 그릇 빻은 것을 부레풀에 넣어 연줄에 묻혀 연 싸움을 하지요.
지나가는 사람들이 자신을 한번 더 쳐다보고 흐뭇해 한다면 그 외양은 좋은 역할을 한 것이 될 것입니다. 그것은 어린이집 주인의 신념이기도 할 것입니다. 자기의 모든 외관을 일의 성격에 걸맞게 갖추고 투신하는 것이니까요.
통인동과 그 주변 옥인동, 누상동, 누하동, 체부동은 서민적인 한옥이 많은 동네입니다. 걷다 보면 정이 드는 동네입니다. 이 유치원의 벽화와 창은(비록 그림으로 닫혔지만) 행복을 위해 할 일이 뭔가를 암시해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