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조차 인정않는 '이동권', 어디에 호소하나

장애인이동권연대, 8차도로서 기습 점거시위

등록 2003.07.16 17:51수정 2003.07.16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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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장애인이동권연대는 7월 16일 오후 1시경 종로3가 8차선도로 중앙선을 기습 점거하여 사법부의 판결에 항의했다.

장애인이동권연대는 7월 16일 오후 1시경 종로3가 8차선도로 중앙선을 기습 점거하여 사법부의 판결에 항의했다. ⓒ 박신용철

장애인이동권연대는 16일 오후 1시 15분경 단성사 부근 왕복 8차선 도로 중앙선에서 온몸에 쇠사슬을 감고 '장애인의 이동권은 사회적 기본권의 한 부분에 불과하다'고 판결한 사법부에 항의하는 기습시위를 전개했다.

지난해 박경석 장애인이동권연대 공동대표외 8명의 장애인들은 서울시·서울시지하철공사·서울시도시철도공사를 상대로 "지하철을 이용할 때 필요한 휠체어 리프트, 엘리베이터 등 장애인 편의시설을 설치할 의무가 있는데도 이를 게을리 해 자유로운 이동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45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서울시·서울시도시철도공사·서울시지하철공사가 계속 편의시설의 설치, 관리 및 시설개선 등에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어떠한 불법행위를 행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이로 인해 이동권을 침해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내용의 원고 패소판결을 내렸다.

특히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장애인들이 편의시설의 설치, 관리를 요구할 수 있는 구체적 권리가 헌법에 의하여 직접적 및 필연적으로 도출된다고 보기 어렵고, 장애인들이 편의시설의 설치, 관리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는 장애인들의 사회활동참여와 복지증진을 위하여 국가가 구현해 주어야 할 사회적 기본권의 한 부분에 불과하다"고 판결했다.

a 기습시위에 참여한 20여명의 장애인들은 몸에 쇠사슬을 감고 야만적 현실에 분노했다.

기습시위에 참여한 20여명의 장애인들은 몸에 쇠사슬을 감고 야만적 현실에 분노했다. ⓒ 박신용철

이에 대해 장애인이동권연대 박경석 공동대표는 "인간의 기본적 권리인 이동권 보장을 법을 통해 해결하려고 했지만 법원은 장애인의 이동권이 헌법에서 직접적으로 도출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며 "사람은 누구나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고 강변했다.

박경석 공동대표는 "대한민국은 슬픈 나라다. 이 사회가 합법적으로 이야기하라고 해서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면서 다치고 죽고, 편의시설이 없어 이용하지도 못하는 것을 차별'이라고 소송을 제기했는데 사법부는 우리의 이동권리가 헌법으로 도출되지 않는다고 했다"면서 "도대체 우리의 권리는 어디에서 도출되는 것인가? 우리의 이동권은 어디에서 보장받아야 하나?"라며 울분을 토했다.

a 누가 장애인 스스로의 몸에 쇠사슬을 감게 만드는가?

누가 장애인 스스로의 몸에 쇠사슬을 감게 만드는가? ⓒ 박신용철

장애인이동권연대는 이날 기습시위에 앞서 발표한 성명서에서도 "'누구나 안전하고 편리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권리'가 헌법으로부터 직접적 및 필연적으로 도출된다고 보기 어렵다면 헌법 제34조에 규정한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라는 것은 단지 허울좋은 구호일 뿐인가?"라고 반문하면서 "장애인이 현재 지하철을 이용하면서 불안해하고 심지어 떨어져 다치고 죽어도 오로지 장애인의 잘못이라고 치부하는 현실은 장애인에게 인간다운 현실이란 말인가"라며 분노를 표했다.


아울러 "장애인이 이동하지 못해 이 사회에서 철저히 배제되고 소외되어 '창살없는 사회감옥'에서 고통받는 현실이 단지 그들에게는 사회적 기본권의 한 부분에 불과하단 말이냐?"라며 "헌법에서 부여한 권리에서 조차도 직접적으로 도출되지 않는 장애인의 이동권 문제는 분명히 현재의 법의 한계를 명백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애인들이 사법부의 판결을 거부하고 나선 것은 누구나 편리하고 안전하게 이용해야 할 지하철에서 1년에 한 명 꼴로 장애인들의 사망사고가 발생하고 사고도 빈번하게 발생되는데도 헌법에 보장된 장애인의 이동권을 국가가 책임지지 않는다면 인간의 기본권인 '장애인 이동권'을 보장해 줄 것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날 기습시위는 20여명의 휠체어 장애인들이 동참했고 출동한 경찰들은 장애인들이 온몸에 감은 쇠사슬을 절단기로 자른 후 지하철 종로3가역 10번 출구 부근으로 들어 옮겨져 해산되었으며, 10여분동안 지속된 기습시위 과정에서 도우미들 3명이 경찰에 연행되었다.

기습시위에 참여한 장애인들은 '발산역·송내역 추락참사 책임인정과 공개사과'를 요구하면서 △장애인 편의증진법 개정 △장애인이동보장법률 제정 △장애인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해왔다.

한편, 법원의 이번 판결은 지난해 11월 18일 국가인권위원회가 '발산역 장애인 리프트 추락사고가 서울시와 서울시도시철도공사에게 책임이 있다'고 결정한 것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어서 논란의 소지가 클 것으로 보인다.

a 이동권리는 헌법에 보장된 권리이자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임에도 장애인이동권은 아무도 보장해주지 않는다

이동권리는 헌법에 보장된 권리이자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임에도 장애인이동권은 아무도 보장해주지 않는다 ⓒ 박신용철

법원도 판결문에서 "장애인 등의 경우 신체상의 장애 등의 사유로 인하여 사회적인 활동에 제약이 다르게 되어 사회적 약자의 입장에 처하게 되고, 그러한 사회적 약자가 자유행사의 실질적 조건을 스스로 갖추려면 어려움이 많으므로 국가로서는 이들에 대하여 자유를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조건을 형성하고 유지하여야 할 의무가 있고 이러한 점을 헌법 제34조에서 천명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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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2002년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위원 2002년 3월~12월 인터넷시민의신문 편집위원 겸 객원기자 2003년 1월~9월 장애인인터넷신문 위드뉴스 창립멤버 및 취재기자 2003년 9월~2006년 8월 시민의신문 취재기자 2005년초록정치연대 초대 운영위원회 (간사) 역임. 2004년~ 현재 문화유산연대 비상근 정책팀장 2006년 용산기지 생태공원화 시민연대 정책위원 2006년 반환 미군기지 환경정화 재협상 촉구를 위한 긴급행동 2004년~현재 열린우리당 정청래의원(문화관광위) 정책특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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