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중산층 생활안정대책 강화해야

참여정부 첫 경제·민생점검회의 결과를 보고

등록 2003.07.17 10:56수정 2003.07.17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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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이번 주 초 과천청사에서 대통령 주재 하에 첫 경제·민생점검회의를 개최, 올해 상반기 주요 경제정책과제의 추진실적을 점검하고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을 확정하였다. 청와대 브리핑자료에 의하면 이 날 회의에서는 특히 서민·중산층의 생활안정 대책이 초점이었던 같다. 그 내용을 몇 가지 관점에서 짚어보도록 한다.

중산층 약화 및 서민층 확대 추세의 원인 점검

서민·중산층에 대한 공식 정의는 없지만 통상 OECD 방식에 따라 중산층은 소득 수준이 국민 중위소득의 50~150% 사이에 있는 계층, 서민층은 중산층 이하의 계층을 의미하는 것으로 사용되고 있다. 오늘날 중산층은 그 사회경제적 구조와 기능이 점점 약화되어 가고 있고, 서민층은 그 폭이 점차 확대되어 가고 있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다.

회의에서 그 원인에 대한 분석과 점검이 있었는지 여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실질적인 대책을 세우기 위해서는 다각적인 측면에서의 분석이 필요하다. 우선 경제성장률, 고용상황, 수출현황 등 경제적 측면에서 분석해야 할 것이다. 부동산 투기, 사교육비 과다 등 사회적 측면을 분석하는 것도 중요하다.

한편 현실적 관점에서 뿐만 아니라 근원적 관점에서도 분석해야 한다. 즉 정치적으로도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중산층의 취약과 저소득층의 확대 현상은 근본적으로 신자유주의의 확산으로 인한 경쟁의 심화와 상시적 구조조정과 불평등의 심화 등으로 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대책의 다양성과 적극성 및 실질성

정부가 확정한 올 하반기 서민·중산층 생활안정대책은 4개 영역(청년 및 취약계층의 고용안정 지원, 사회보장제도의 내실화 및 서민생활 보호, 근로자 세제 지원, 서민 주거생활안정 지원)으로 구분되어 있다.


◇ 청년 및 취약계층 고용안정 지원대책

회의자료에 의하면 전체 실업률(5월 현재 3.4%)과 청년실업률(5월 현재 7.2%)만 나와 있으나, 실업대책을 세우기 위해서는 실업률을 경기침체에 의한 실업률, 만성실업률, 청년실업률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 전자에 대해서는 실업보험의 차원에서, 중·후자에 대해서는 직업훈련의 차원에서 그 대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실업대책과 관련하여 올해 첫 추경예산안에서 산업인력양성사업 예산만을 증액 요구했으나, 국회가 첨단직업훈련, 트레이드 인큐베이터(무역인력양성), 군 부사관 증원 등 세 개 사업의 예산을 새로 증액하고, 산업인력양성사업(이공계 미취업자 현장연수)의 예산을 추가로 증액 조정했다. 모처럼 보는 국회의 긍정적인 모습이다.

여성고용촉진을 위해서는 공기업에 대한 채용목표제의 도입 권고만을 대책으로 수립하였으나, 공기업에 대해서는 여성고용할당제, 사기업에 대해서는 세제혜택 등의 대책을 좀더 적극적인 관점에서 고려해야 할 것이다. 50대 이상의 취업기회 확대를 위해서는 고령자 신규고용 장려금, 정년퇴직자 계속고용 장려금 등의 대책과 함께 임금피크제, 기업연금제의 확대 적용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

◇ 사회보장제도의 내실화 및 서민생활 보호대책

우선 사회보장제도의 내실화를 위한 대책으로는 국민연금의 합리적 운영과 고용·산재보험의 효율적 운영을 강조하고 있다. 전자는 현행 저부담-고급여체계를 조속히 적정부담-적정급여체계로 전환하겠다는 것이고, 후자는 양 보험의 적용과 징수절차를 일원화하고, 보험사무대행제도를 개선하며, 보험적용의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대책을 추진하기 위해 마련한 법령(안) 중에는 이미 국회에 제출되었거나 관련 상임위에 상정된 것도 있다. 연내 국회제출을 위해 준비 중에 있는 것도 있다. 모두가 시급한 정책과제들인 만큼 한편으로는 빠른 시일 내에 법령(안)이 심의통과될 수 있도록 대국회 및 대정당 정치력을 발휘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법령(안) 준비에 박차를 가할 필요가 있다.

서민생활보호를 위한 대책으로는 급여대상자의 확대와 급여수준의 향상을 강조하고 있다. 전자는 현 수급대상자의 차상위 계층에 대한 일제조사를 9월부터 실시하겠다는 것이며, 후자는 자활사업 참가자에 대한 근로소득공제제도를 하반기 중에 시범 적용하고, 근로소득의 30%를 공제한 소득을 기준으로 생계급여액을 산정함으로써 실질적인 급여수준을 향상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밖에도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내실화를 위해서는 국가의 보호가 필요한 저소득층이 급여대상에서 누락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의료급여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적정한 급여수준을 보장하며 의료보호재정의 안정화를 지속적으로 도모해야 한다. 한편 사회복지업무의 효율성을 증대시키기 위한 대책 즉 복지전담공무원의 업무보조인력 확보 및 전문교육훈련 강화 등은 위의 모든 대책들과 함께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할 과제다.

◇ 근로자에 대한 세제 지원대책

근로자에 대한 세제 지원대책으로는 특히 저소득자의 세부담 경감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과세자 비율을 유지하면서 저소득자의 근로소득 공제율을 확대하는 등 저소득자 위주로 세부담을 경감하겠다는 것이다.

근로자에 대한 세제 지원은 서민·중산층의 생활안정을 위한 근로자 재산형성 지원의 한 방안에 불과하다. 이를 위해서는 세제 지원 외에도 근로자 재형저축에 대한 지원과 주식투자에 대한 지원 등이 보다 적극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 서민 주거생활안정 지원대책

서민 주거생활안정 지원대책으로는 주택공급의 확대, 부동산 보유세제의 개편, 부동산과세 인프라 구축을 강조하고 있다.

전자는 금년 중 총 50만호의 주택을 건설함과 동시에 국민임대주택 건설을 위해 재정지원을 확대하고 국민임대주택특별법(안)의 재입법을 빠른 시일 내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중자는 종합토지세의 세율체계를 조정하고 매년 3%씩 부동산 보유세제의 과표 현실화를 추진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재방재정의 수입원인 재산세제를 지방분권화계획과 연계하여 전면 개편하겠다는 것이다. 후자는 부동산매매 시, 시․군․구청에 부동산 거래내역을 신고토록 제도화하겠다는 것이다.

주요 선진국의 경우 사회정책의 핵심인 주택공급정책은 공공임대주택의 보급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 유럽의 주요 국가는 공공임대주택 비율이 20%를 상회하고 있다. 2002년 1월 현재 그 비율이 6% 정도인 우리나라는 정부의 방침대로 빠른 시일 안에 공공임대주택의 건설과 보급을 확대함으로써 서민․중산층의 주거생활안정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공공임대주택의 확대는 특히 주택수요가 집중된 대도시에서 필요하다.

◇ 네트워크형 정책추진체제의 구성

서민·중산층의 생활안정 대책을 보다 효율적으로 실행하기 위해서는 정부·기업·시민사회로 구성되는 네트워크형 정책추진체제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 이 체제는 한편으로는 정부와 기업과 시민사회가 수행하는 고유한 사회복지기능의 독자성과 자율성을 보장해 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이들 세 주체간의 파트너십을 중심으로 한 협력관계를 강조하는 체제를 말한다.

정부가 수행하는 고유한 사회복지기능으로는 사회보험, 공공부조, 사회보장 등을 들 수 있다. 기업의 경우는 종업원을 위한 기업연금, 기업의료보험, 학비보조, 사원주택, 탁아프로그램 등을 들 수 있다. 시민사회의 경우는 개인, 민간사회복지단체, 지역사회에 의해서 이루어지고 있는 각종 사회사업을 들 수 있다.

이러한 고유의 기능을 수행하는 세 주체의 독자성과 자율성은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 동시에 세 주체의 기능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 실현, 국민의 행복 보장이라는 복지이념의 관점에서 통합․조정되어야 한다. 세 주체가 상호 파트너십을 중심으로 협력체계를 형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정부는 세 주체간의 의사소통을 촉진하고 갈등을 중재하는 조정정부로 그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 기업은 경영복지주의의 관점에서 종업원의 복지향상을 위해 노력하되, 기업복지를 시민사회에 개방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 시민사회는 공동체주의에 입각한 참여복지를 지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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