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못가에 있는 활래정의 오른쪽 방. 연못에 반사된 빛이 물기를 안고 들어온다박태신
먼저 손님맞이 방이나 다실이라고 할 '활래정(活來亭)' 한쪽 방의 창문입니다. 우리가 보통 '창문'이라고 하듯이 문 같은 창입니다. '활래정'은 연못과 뭍 양쪽에 걸쳐 지어진 정자입니다. 사진에 보이는 안쪽의 한지창문 밖으로 연못이 펼쳐져 있습니다. 둘레에 좁은 들마루가 있으니 창문을 열면 밖으로 나갈 수 있는 문이 되기도 하겠으나 뭍으로 향하는 쪽은 반대쪽이므로 창 성격에 가까운 창문입니다.
살대 사이로 많은 빛이 들어옵니다. 따가움이 걸려진 은은한 빛은, 신을 벗고 들어가고 높은 가구가 별로 없는 우리네 옛날 가구방식에 어울려 녹아듭니다. 벽면을 다 차지하는 창은 앉은뱅이 책상 위에 그대로 비칩니다. 의자와 그 의자에 어울리는 높은 책상이 있었다면 이렇게 넓은 창을 만들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책을 읽고 잠을 자고 밥을 먹는 일이 낮은 높이에서 이루어지는 일상이고 보면, 더욱이 조명기구가 발달하지 않은 시대에서는 이런 넓은 창이 적절합니다. 한지로 들어온 빛이, 무게 중심이 낮게 깔려 있는 방바닥 부분의 기운을 북돋습니다. 강렬하거나 어둡지 않은 색이 자연의 주된 색이고 보면, 자연을 닮아 지은 우리네 한옥의 여러 색도 그런 자연의 빛깔을 닮은 은은한 것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두 번째 사진은 선교장에서 서고에 해당하는 곳의 사진입니다. 서별당이 그 곳인데 서고 겸 공부방 겸 할머니 거처였다고 합니다. 사진은 서별당 중 서고에 해당하는 부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보통 서고는 습기 차지 않도록 땅바닥보다 높은 곳에 둡니다.
도산서원의 '동 광명실', '서 광명실'은 특히 그런 배려를 많이 했습니다. 주인의 거처인 '열화당'의 오른쪽 누각마루와 마주 보고 있는 이 서고는 특히 열화당과 서별당의 지붕 처마가 서로 엇갈려 겹치도록 하는 거리로 떨어져 있어서 비바람의 영향을 덜 받게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