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지쳤을 때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나요?

저에게 지혜를 주세요

등록 2003.07.19 13:50수정 2003.07.19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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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서른 둘이니 삶이 지졌다고 하면 건방진 말일까? 삶이 뭔지도 모를 나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그 삶이라는 것이 내 인생 전부의 삶이 아니라 현재의 삶이라고 변명하면서 그래도 "난 지금 삶에 지쳤다"고 말하고 싶다.


a 아내는 소주를 먹지 말라고 한다. 그런데 지금은 술이 유일한 위안이다.

아내는 소주를 먹지 말라고 한다. 그런데 지금은 술이 유일한 위안이다. ⓒ 장희용

지쳤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무엇이 나를 지치게 만들었는지 그것조차 모르겠다. 처음에는 알 수가 있었을 것 같았는데 그 지침이 오래되다보니 사소한 일들까지 그 지침에 합세해 지금은 내가 왜 지쳤는지조차 모르겠다. 하지만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지혜를 달라고 했으니 조금은 말해야 할 것 같다.

나는 결혼 4년 차로 한 아내의 남편이며, 23개월 된 딸을 둔 아빠이기도 하다. 아내는 지금 두 번째 임신 중이다. (첫 아이보다 입덧을 심하게 해 보기가 안쓰럽다.)

직장은 두 번째 직장으로 다닌 지 5년이 되었다. 흔히 말하는 연공서열 다섯 번째다.(높은 것 같지만 직원이 20명인 조그만 회사니 굳이 서열을 따질 필요도 없다) 직책은 한 부서의 부서장이다. 월 140만원 정도. 저축은 한 달에 20만원 정도 한다.

현재 24평 2,800만원짜리 주공아파트에 살고 있으며 차는 아반떼 엑스디를 타고 있다. 내가 생각해도 나란 사람은 큰 욕심이 없는 사람이다. 그냥 평범하게 살고 싶은 그런 생각밖에 없다.

지금 내가 지쳐 있는 건 시간이 지날수록 금방 말한 그 평범한 삶을 살기가 힘들어 진다는 사실이다. 아마 누구나 겪고 있을 삶에 지침일지도 모르겠다.


아이가 커 가니 들어가는 돈이 많아진다.

둘째를 가졌다고 하니까 주위 사람들이 하는 말 "야! 너 용감하다. 어떻게 키우려고 그러냐"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요즘들어 실감이 난다.


회사가 소규모다 보니 월급이 그리 많지 않다. 이 역시 예전에는 욕심 없는 내 성격에 '이 정도면 되지 않나?' 생각했는데…. 현실이 그렇지 않다는 걸 요즘 깨닫고 있다.

회사도 점점 먹고살기 위해서는 참고 다녀야 하는 곳이라는 생각이 옅어지고 있다. 신입사원일 때는 그저 주어진 일만 열심히 하면 됐는데 시간이 흘러 부서장이라는 직책을 가지면서 기존에 하던 일은 그대로 있고(오히려 더 많아진 것 같다.) 직책상 책임져야 할 일은 많아지고, 부서직원들의 요구사항은 많아지고...샌드위치 신세다. 하루가 끝나고 나면 몸과 마음이 지친다.

집에 가서는 입덧에 고생하는 아내 때문에 힘들다고 표시 내기도 미안해 그냥 꾹 참는다. 말이라도 하면 속이라도 시원할텐데 대놓고 말할 상대도 없으니 무언가 가슴을 꾹 누르는 것만 같다.

그래서 요즘 술을 많이 먹는다. 많이 먹는 만큼이나 자주도 마신다.

아내는 "술 먹이면 해결되냐"고 잔소리(?)를 하지만 그래도 술에 취한 시간만큼은 삶의 고단함을 잊을 수 있으니 어떡하랴. 마시는 수밖에 어제도 변함없이 술을 마셨다.

아내가 "마시면 알지?"하면서 엄포를 놨지만 "오늘만 먹고 안 먹을께. 한번만 봐 주라" 잔뜩 측은한 목소리로 사정해서 겨우 허락을 받았다. 소주잔을 한 잔씩 기울일 때마다 고단함의 이유를 제공하고 있는 말들이 뇌리 속에서 맴돈다. 한 잔이 두 잔 되고, 두 잔이 세 잔 되고 하다보면 그 말들조차 지쳐 버린다. 아침에 일어나면 머리 아프고 속도 쓰리다.

아주 일상적인 삶에서의 지침을 이제 벗어 던지고 싶다. 여러분들의 지혜를 나누어 받고 싶다. 이럴 때 어떻게 해야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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