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할만한 이 주의 새 책들

<평화의 미래> <짬뽕과 소주의 힘> <현대 꿈풀이 큰사전> <피할 수 없는 전쟁>

등록 2003.07.23 15:26수정 2003.07.23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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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보다 무서운 그들이 무기는 '평화'
- 스코트 A. 헌트의 <평화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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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사람들

갈등과 반목, 질시와 싸움은 인간세상이 끝나지 않는 한 지속될 문제다. 오늘도 인류는 인종이 다르다는 이유로 혹은, 숭배하는 신이 같은 이름으로 불리지 않는다 하여 서로의 가슴에 총부리를 겨누는 비극을 되풀이하고 있다. 학살과 전쟁이라는 이름의 야만은 공생해야할 사람들의 가슴에 지울 수 없는 생채기를 남겼다.


최근 출간된 스코트 A. 헌트의 <평화의 미래>(김문호 역·아름다운사람들)는 바로 이 학살과 전쟁의 야만에서 벗어나고자 몸부림치는 사람들에 관한 보고서다.

하버드대학에서 정치철학을 전공한 저자는 미얀마에서부터 베트남과 캄보디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 이르는 전세계의 분쟁지역을 발로 뛰며 그곳에서 '평화'를 무기로 야만과 싸우고 있는 성자(聖者)들을 만났다.

헌트에게 '총의 공포에 대항할 수 있는 힘은 평화 뿐'이라는 사실을 들려준 평화운동가들은 미얀마의 아웅산 수치 여사를 비롯해, 티베트의 정신적 스승 달라이 라마, 베트남의 틱 캉도, 캄보디아의 마하 고사난다 등 모두 7명.

헌트는 이들의 삶을 조명하는 것은 물론, 각각의 나라가 분쟁과 내전에 휩싸인 배경 등을 조목조목 짚어냄으로써 <평화의 미래>가 '평화를 위한 역사교과서'로까지 역할하게 만들었다.

평화의 소중함을 설파하는 것이 어디 이 나라들에게만 중요할까? 북핵과 전쟁위협이 날마다 그 강도를 높여가며 이야기되는, 아직도 끝나지 않은 냉전시대를 사는 한국의 독자들에게도 이 책이 던지는 메시지는 의미심장하다. 아래 인용하는 아웅산 수치의 말 역시 '진정한 평화란 무엇으로부터 오는가'라는 뼈아픈 질문을 우리에게 던지고 있다.


'평화라는 건 그저 어떤 소극적인 상태만은 아닙니다. 평화란 단순히 폭력이 없는 상태만은 아니지요. 평화란 폭력도 없을 뿐만 아니라 두려움도 없기 때문에, 다시 말하자면 두려움으로부터 해방되어 있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마음의 평온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요.'

이제는 전설이 된 인도의 평화운동가 마하트마 간디의 손녀 엘라 간디(남아공 의회 의원)는 <평화의 미래>를 두고 "행동을 향한 부름이며, 우리에게 인류의 평화와 발전을 위한 영감을 줄 것"이라고 평했다.


짧은 호흡으로 세상을 읽어내다
- 김종광의 <짬뽕과 소주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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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가서

좌충우돌하는 세상사와 기기묘묘한 인간사를 70년대산(産) 특유의 시각으로 읽어내는 소설가 김종광(32)이 원고지 10매에서 100매에 이르는 비교적 짧은 분량의 글들을 묶어 작품집을 냈다. 이름하여 <짬뽕과 소주의 힘>(이가서).

제목에서 풍겨나는 재기발랄의 향기는 작품들로까지 이어지고, 독자들은 쉽게 읽은 책에서 오랫동안 웃을 수 있는 행복을 맛본다.

<짬뽕과 소주의 힘>에선 김종광의 트레이드마크처럼 인식돼온 충청도 입말과 의도된 어눌함이 거세된 작품이 여럿 발견된다. '뭔지 모르지만 어쨌건 소설은 진지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떨치고 책과 만난다면 '화장실' '배달소녀의 첫사랑' 등은 또 다른 소설쓰기의 방식과 만나는 즐거움을 독자들에게 선사할 듯하다.

무심을 가장하지만, 실상은 아들에 대한 사랑이 생을 영위하는 에너지에 다름 아닌 아버지와 중국집 테이블에서 대작하는 풍경을 그린 표제작에선 웃음 뒤에 숨겨진 눈물까지 엿볼 수 있다.

김종광의 대학선배이자 소설가인 전성태는 "그가 전력질주로 돌파해가는 삶과 문학은 결코 짧지 않을 것이다"라는 말로 출간을 축하했다.

'꿈'의 바다 속을 탐험하는 지도
- <현대 꿈풀이 큰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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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남

사람이라면 누구나 잠을 자고 꿈을 꾼다.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는 일찍이 "꿈은 억압당한 현실의 무의식적 발현"이라는 고상한 말로 꿈의 세계를 과학적으로 분석하려했지만, 우리들이야 어디 그럴 수 있나.

그저 지난밤 꿈이 어떤 의미일까 정도를 궁금해하는 것이 보통이다.

대학시절 칼 융을 전공한 소설가 김영현과 문학평론가 현준만이 책임감수를 맡은 <현대 꿈풀이 큰사전>(화남)은 단순한 해몽이 아닌 꿈에 따른 심리분석과 미래 예측까지 담고있어 천편일률적인 기존의 해몽서와 변별된다.

책에는 6000가지가 넘는 꿈의 사례가 적시돼있어 머리맡에 두면 꿈에서 깨어나는 아침이 재미있어질 듯하다.

출판사측은 "무학대사에서 프로이트와 칼 융에 이르기까지 동서고금을 총망라한 꿈에 대한 대탐구인 동시에 단순한 해몽에서 벗어나 꿈에 따른 제반 심리분석과 문제해결 방안까지를 모색하고자 했다"는 책의 기획의도를 전하기도.

미국의 다음 목표는 북한?
- 히다카 요시키의 <피할 수 없는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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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풀빛

폭력과 전쟁의 시대인 20세기를 살아온 우리. 바뀐 세기는 평화와 공존의 시대가 되길 많은 사람이 원했지만 그 기대는 너무도 쉽게 깨졌다.

2003년 3월20일 시작된 미국의 이라크 침공. 최첨단 미사일과 전투기가 동원된 이라크전은 단 26일만에 예정된 수순처럼 미국의 승리로 끝났다. 이 전쟁으로 중동에서의 안정적 원유수급 루트를 확보한 미국. 그들의 다음 공격목표가 북한이라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려오고 있다.

히다카 요시키의 <피할 수 없는 전쟁>(이정환 역·풀빛)은 미국과 소련을 정점으로 20세기 후반 40년에 걸쳐 지속된 냉전이 '제3차 세계대전'이라고 규정하고, "제4차 세계대전 역시 이미 시작됐다"고 말하고 있다. 저자는 "4차 세계대전의 1막이 이라크전이었다면 2막은 북한과 미국의 전쟁이 될 것"이라는 무서운 예측을 덧붙여 들려준다.

저자인 히다카 요시키는 NHK 워싱턴특파원과 뉴욕 지국장을 지냈으며, <세계의 대변동이 시작되었다> <아메리카 국수주의> 등의 책을 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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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꽃> <한국문학을 인터뷰하다> <내겐 너무 이쁜 그녀> <처음 흔들렸다> <안철수냐 문재인이냐>(공저) <서라벌 꽃비 내리던 날> <신라 여자> <아름다운 서약 풍류도와 화랑> <천년왕국 신라 서라벌의 보물들>등의 저자. 경북매일 특집기획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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