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츄프라카치아 책표지생각의 나무
첫 페이지에서-우츄프라카치아. 결벽증이 강한 식물이랍니다.
누군가 혹은 지나가는 생물체가 조금이라도 몸체를 건드리면 그날로부터 시름시름 앓아 결국엔 죽고 만다는 식물. 결벽증이 강해 누구도 접근하기를 원하지 않는 것으로 알았던 식물.
이 식물을 연구한 박사가 있었다는데 이 식물에 대해 몇 십년을 연구하고 또 그만큼 시들어 죽게 만들었답니다.
결국 박사는 이 식물이 어제 건드렸던 그 사람이 내일도, 모레도 계속해서 건드려주면 죽지 않는 것을 알게 되었답니다. 한없이 결백하다고 생각했던 이 식물은 오히려 한없이 고독한 식물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우츄프라카치아는 아프리카 깊은 밀림에서 공기 중에 소량의 물과 햇빛으로만 사는 음지 식물과의 하나라고 하더군요.
그 식물은 사람의 영혼을 갖고 있다고도 합니다. 누군가 건드리면 금방 시들해져 죽어버리는 그러나 한번 만진 사람이 계속해서 애정을 가지고 만져줘야만 살아갈 수 있다 합니다.
당신은 누구의 우츄프라카치아 입니까? 혹은 누가 당신의 우츄프라카치아 입니까? 내가 누군가에게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을 줄 수 있다는 것. 또는 누군가 나에게 지속적으로 애정과 관심을 주고 있다는 것. 우리는 그것을 잃어버리기 전엔 그 애정과 관심의 소중함을 잘 모릅니다.
오히려 우리는 그 관심과 애정을 부담스러워하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그것이 어느날 사라졌을 때, 그때서야 우리는 그 소중한 것을 기억하게 됩니다.
가까이 있어서 소중한 것. 그러나 너무나 평범한 일상 속에 있어서 소중함을 잘 모르는 것. 이젠 그런 것들을 찾아서 좀 더 아끼고 지켜나가야 할 것입니다.
당신의 우츄프라카치아를 위해서. 혹은 당신을 우츄프라카치아로 둔 누군가를 위해서...
우츄프라카치아에 관한 내용을 좋은 글귀 모음사이트에서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내용이 김하인이 쓴 <우츄프라카치아>란 책이었다는 것은 뒤늦게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츄프라카치아와 같은 소녀와 소년의 사랑이야기를 말하고 싶어졌습니다.
동화 같은 짧은 이야기는 마치 <소나기>란 책에서 느낀 가슴저린 사랑을 떠올리게 합니다. 경상북도에 소재 한 조금만 촌인 진남과 단비강을 배경으로 작은 소녀와 아름다운 손을 가진 소년의 사랑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우연히 소녀가 산기슭 아래로 기우뚱거릴 찰나, 소년이 그녀의 가슴과 허리를 않아 무사 할수 있었습니다. 늘 주머니에선 두 손을 꺼내지 않던 소년의 손은 하얗고 길어서 소녀는 소년의 손을 기억하게 됩니다. 소녀는 소년의 아름다운 손을 그리워하게 되고 진한 가슴알이를 하게 됩니다. 사랑은 이처럼 예상치 못하게 가슴속에 파고들어 자꾸만 생각나게 만듭니다.
소녀에게 있어 소년의 손은 아름다운 손 이상의 사랑을 상징합니다. 하지만 소년이 자신의 손의 아름다움을 깨닫기 전에 소녀는 그리움으로 점점 야위어 갑니다. 소녀의 마음처럼 지금 당신이 가장 보이기 싫은 그곳을 가장 사랑하는 누군가가 있을지 모릅니다.
소년이 소녀가 그리워지기 시작했을 때, 이미 소녀를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마술사였던 소년의 아버지의 손은 소년에게 있어, 무엇이든 될 수 마법의 손이었습니다. 그 손이 무섭고 두려운 손이 되었을 때, 소년은 자신의 손을 숨기고 자신만의 공간에서 쉬고자 합니다.
우리는 세상에서 우리를 필요로 하고 있는데 불구하고 자신만의 공간에 숨어 편안함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그 소년의 숨겨진 손은 우리 모두에게 있는 보이고 싶지 않은 무언가를 말해 줍니다. 하지만 하얀 손을 꺼내어 타인을 손을 잡아줄 때 더 큰 기쁨이 있을 것입니다.
가끔 펑펑 울고 싶은 날, 가슴에 남아있는 순수함을 찾아 눈물을 흘릴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츄프라카치아 - 사랑을 위한 아주 작은 소네트
하인 지음,
생각의나무, 2010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