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숲에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동요 소리를 들어 보셨습니까이형덕
나무 그늘에 앉아 가시내들은 간식을 나눠 먹는다. 친구 입에 과자를 넣어 주고, 반토막은 자기 입으로 가져간다. 그리고 맑은 물에 발을 담근 아이들의 입에서 동요가 나온다. 내가 어린 시절 듣던 '나뭇잎 배'라는 동요를 아느냐고 묻자, 안다고 한다. 그리고 아이들과 나는 나지막히 그 슬프고도 아름답던 동요를 부르기 시작했다.
오래된 동요를 아는 아이들이 신기하여, '섬그늘'이라는 동요를 아느냐고 묻자, 아이들은 대번에 노래를 흥얼거린다. 그런데, 가사가 좀 이상하다.
엄마가 캬바레에 춤 추러 가면
아기는 혼자 남아 담배 피다가…
머리가 아찔해진다. 허위적거리며 부르지 말라고 했더니 아이들은 그런 내가 더 재밌는지 소리 높여 부른다. 그냥 재미로 부른다고 하지만, 고쳐 부르는 노랫말이 너무 현실적이고, 풍자적이다. 아이들은 우리 동요는 슬프다고 하면서도 이내 나무 그늘에 옹기종기 모여 '나뭇잎 배'를 부른다.
푸르른 나무 그늘 아래, 맑은 물에 발을 담그고 나지막히 동요를 부르는 아이들의 모습에 나는 홀려 버렸다. 효선이는 벌써 나뭇잎을 주워, 배를 만들고 있다. 아이가 띄워 보내는 저 배는 어디로 갈까.
냇물아, 흘러 흘러 어디로 가니
희미해지는 노랫말 가운데서 홀연히 그 가락이 되살아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