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호순 교수오은진
이날 토론회 발제를 맡은 장호순 교수(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지역언론개혁연대 정책위원장)는 장문의 발제문을 통해 지역언론이 제대로 발전할 수 없었던 역사적 근거와 향후 발전의 필요성에 대해 말했다.
장 교수는 “우리나라는 유독 언론분야에서 중앙집중이 강하다. 전 세계적으로도 언론이 그 나라의 한 부분에 집중된 나라는 없다”며 이런 현상이 발생한 원인에 대해 일제시대의 언론탄압과 군부정권시절의 ‘1도 1사제’등을 들었다.
그는 “한국 정부가 언론을 검열하는 방법으로는 사전검열과 사후처벌, 사전시장진입제한의 세 가지 방법이 있는데, 사전검열은 쉽지 않고, 사후처벌 역시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다. 그러나 언론사의 숫자를 줄여서 시장진입을 제한한다면 검열이나 사후처벌의 필요가 없게되는 것이다. 이는 일제와 군부정권 때 쓴 방법이다”고 말했다.
언론의 중앙집중화를 비판하면서 장 교수는 “중앙언론에게 지방은 타인이다”며 대구지하철사고를 그 예로 들었다. 지난 몇 달간 타 지역민에게 ‘대구’에 대한 이미지를 떠올려보라면 대부분이 지하철사고를 생각할 것이다.
이에 상응하는 큰 사고가 나지 않는 한 사람들은 ‘대구는 지하철 참사가 일어난 살기 힘든 도시’ 같은 것으로 인식하게 된다. 장 교수는 “중앙언론이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이상, 대구 지역민들이 그 위기를 얼마나 슬기롭게 극복했고, 잘 살고 있는지 사람들은 관심을 갖지 않는다”며 안타까워했다.
지방분권시대가 도래해 권력이 이양되거나 분산되면 지방정부의 권한이 전에 비해 증가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역언론이 현재의 부실을 그대로 안고 있는 다면 권력이양으로 비대해진 지방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내지 못할 것이다.
장 교수는 “시대에 발맞춰 지역언론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면 지역단위의 여론수렴도 없게 될 것이다”며 “분권이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지역언론이 활성화되는 것이 우선이다”고 지역언론 활성화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장 교수는 다른 나라에서는 비교적 지역언론이 질적으로 떨어진다고 해도 경쟁력이 있다는 점이 다행스럽다면서 “미국에서는 매일 5800만 부가 발행되는데 이중 뉴욕타임즈 등 주요 신문들은 200만부 밖에 되지 않는다. 지역신문이 질이 떨어져도 사람들은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보기 때문이다. 지역언론이 지역민들의 관심에 맞는 수준에만 올라선다면 관심을 받을 수 있지 않겠는가”라는 다소 낙관적인 시각을 밝혔다.
▲강길호 교수오은진
그러나 강길호 교수(영남대 언론정보학과·참언론대구시민연대 제도개선팀장)는 “미국사회와 한국사회구조는 첨예하게 다르다”며 “한국사회의 근접성은 지역적인 것이 아니라 심리적인 것이다”는 점을 강조했다. 우리나라 사람들 대부분이 직계가족이 서울에 있으며, 이들은 가족이 사는 지역이기 때문에 서울에서 발생하는 정보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정보의 질과 양적인 측면에서 한국사회를 단순히 외국과 비교해서 생각하지 말고 지역의 현실을 고려해서 생각해야 한다”며 “그나마 지역언론개혁연대에서 백서 발간 등 현실적인 부분을 고려하려는 노력이 있기 때문에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참언론대구시민연대, 대구경북기자협회가 공동주최했고, 김재경(사회학 박사ㆍ<김재경의 여론현장> 진행)씨의 사회로 장호순(순천향대 교수)가 “지역언론 정상화를 위한 개혁과 지원“을 주제로 모두 발제를, 토론에는 강길호(영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참언론대구시민연대 제도개선팀장), 최정암 (매일신문 기자·매일신문 노조위원장), 김봉규 (영남일보 기자·대구경북기자협회 영남일보 지부장), 김배(전국공무원노조 동구청지부장)씨 등이 함께 했다.
| | 토론회 이후 진행된 질의 응답 내용 요약 | | | | - 지자체에서 지역언론 관련 예산은 크게 촌지나 기자 접대비를 포함하는 업무추진비, 광고비 등의 홍보예산, 방송사 등의 협찬으로 나뉜다고 본다. 공무원노조에서 공직사회개혁 차원에서 홍보실에 추진되는 업무추진비를 감시할 수는 없는가. 그리고 단체장의 언론 길들이기용으로 쓰이는 광고비의 기준은 무엇이며 공무원노조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 김배 (전국공무원노조 동구청지부장) : "간단히 말해서 이런 문제에 대해 공무원 노조측에서는 최선을 다하려하고 있다. 그러나 기관장들이 잘 들어주지 않고 있다. 앞으로 기자실, 계도지 폐지 등을 구의회와 대화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기관장들은 언론이 정치적으로 이용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언론에 과민반응을 보인다. 그래서 우리의 요구를 잘 들어주지 않는 편이다. 투쟁은 열심히 했지만 실제로 큰 성과는 없다. 하지만 앞으로도 강도 높게 추진해나가겠다." - 기자실 폐지를 동구청에서 가장 먼저 실천했다고 하는데, 이에 대한 악의성, 보복성 기사 등은 없었나. 기자들의 반발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김배 (전국공무원노조 동구청지부장) : "기자실 폐지 직후 3일 동안 기자들이 구청장실을 점거하는 등의 행위와 일련의 보복성 기사도 있었다. 조합원의 97%가 기자실을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있었기 때문에 지난 2월 14일에 기자실 자진반납이 있었다. 그 후 17일에 TBC 8시 프라임 뉴스에 '졸속행정, 예산낭비'라는 기사가 났었다. 그러나 지하철 참사 때문에 얘기가 잠잠해졌다."
최정암 (매일신문 기자· 매일신문 노조위원장) : "실제로 어떤 압박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기자들이 기사를 쓸 때 보복성 기사를 쓰는 기자는 많지 않다고 본다. 그 정도로 기자들의 수준이 낮지는 않다. 따라서 기자실 문제에 대한 공감이 이뤄졌으니 이제는 기자실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 기자실 문제는 기자단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관과 언론의 유착이 그 공간에서 쉽게 일어난다는 것이지 공간만 없앤다고 문제해결이 되는 것이 아니다. 기자들이 변화하고 있다는 점만 강조하는데, 후배기자들이 선배들의 잘못을 뛰어넘기 위한 뼈를 깎는 노력 없이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최정암 기자(매일신문 노조위원장) : "변명 뿐이 아니다. 기자 사회도 변화하려 하고 있다. 너무 부정적으로만 보지 말아 주길 바란다."
- 읽히는 신문이 되려면 독자와의 유대가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독자 게시판에 대한 답변이 명확하지 않다. 일례로 7월 11일자 매일신문에 기사와 상관없는 엉뚱한 사진이 실린 경우가 있었으나 이를 지적한 독자에 대한 답변이 없었다. 또 독자위원회 활동은 활발한가. 최정암 기자(매일신문 노조위원장) : "독자위원회는 사내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해서 실질적으로 효과는 별로 없다. 또 독자 의견이 게시판 등을 통해 들어오면 본사에서 사실 조사까지 한다. 방금 지적한 기사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기 때문에 경위파악을 해 보겠다."
- 경품 제공은 비단 중앙지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얼마전 지역 일간지에서 신문구독을 요구하면서 선풍기부터 내미는 경우를 보았다. 주변에서 경품대신 3개월 무료구독을 제공받고 그 기간 내에 신문구독을 중단하려다 지국에서 해주지 않아 계속 신문을 받아보는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경우가 많은지, 또 노조에는 신고가 얼마나 들어오는지 궁금하다. 최정암 기자(매일신문 노조위원장) : "돈이 없어서 본사에서는 지국에 경품 등을 지원하지 못한다. 지국이 알아서 하는 경우가 있겠지만 잘 모르겠다. 부수확장차원에서 자체 제작한 시계 등을 제공하고 있긴 하다. 경품제공 대신에 신문구독비의 20%를 할인해주도록 하고 있는데, 이렇게 계산하면 1년 구독에 2~3개월 정도 할인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위에 말한 경우처럼 신문을 끊는다는데 계속 넣는 경우는 있을 수 없다. 만약 그런 경우가 발생한다면 노조에 신고하면 조치를 취할 것이다."
- 최 기자의 발제지 중 '제대로 된 지역신문'을 육성해야 한다고 언급했는데, 이는 무슨 의미이며 '제대로 된 지역 거점 신문'은 또 무엇을 뜻하는 가. 이것이 80년도의 1도 1사와는 무엇이 다른가. 최정암 기자(매일신문 노조위원장) : "위의 두 말은 같은 의미로 쓴 것이다. 조중동의 대항세력을 만들어야 한다면 어느 정도의 규모를 갖춘 언론사가 육성이 돼야 외부의 논리를 차단하고 지역민의 요구를 제대로 수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 지역거점언론이란 말은 지역 언론을 독점하겠다는 것인가? 최정암 기자(매일신문 노조위원장) : "지역 언론을 독점할 수도 없고 독점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지역 어느 언론사보다 활발히 언론개혁에 대한 논의가 되고 있다고 본다. 우리신문만 여론 독점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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