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총련 수배자 최원석씨의 어머니 방영숙씨가 법무부를 향해 '사랑하는 나의 자식 보고싶다, 수배조치 해제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다 울먹이고 있다.오마이뉴스 남소연
저보고 '한총련'이냐고들 하십니다. '주사파'나 '빨갱이'라고 하시는 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모두 '오해'입니다.
'取중眞담'으로 처음 인사드립니다. 빨갱이도 주사파도 아닌 <오마이뉴스> 사회부 김지은 기자입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과 다르다고 해서 차별 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대한민국 국민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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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보고 빨갱이냐구요?
사내에서 '한총련 담당'으로 활동한 지 1년. 그간 오해도 참 많이 받았습니다.
이메일로 호된 비판을 보내오는 독자도 계셨습니다. 독자 의견 게시판에는 각종 '의혹'이 올라왔습니다. "너 한총련 맞지?", "김지은은 주사파가 확실하다" 등이 그것입니다. 제 기사마다 찾아와서 '안티 김지은'을 자처하며 "또 너냐, 니가 썼을 줄 알았다"고 냉소를 퍼붓는 분도 숱했습니다.
이 기회를 빌어서 '진실'을 말씀드립니다. 저는 한총련이 아닙니다. 제가 다닌 대학은 한총련 가입학교도 아니었고, 저 또한 한총련 학생들과 구호 한번 외쳐본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한총련 내의 간부중심·상하수직적인 구조, 남성 중심 구조를 비판하며 대학생활을 했습니다. 하지만 한총련을 비판하는 것과 한총련이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장애인이라고 해서 동성애자라고 해서 차별 받아선 안 된다는 논리와 같습니다. 홍세화 <한겨레> 기획위원은 이를 톨레랑스(용인)로 설파했지요. 설사 한총련이 주체사상을 공부했다고 해서, 마르크스주의를 추종한다고 해서, 그들을 억압할 명분은 서지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사상과 양심을 법의 잣대로 잰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입니다.
한총련 취재하며 느낀 언론의 서글픈 자화상
저는 올해 수많은 한총련 어머니들의 눈물을 보았습니다. 7년째 흘리는 눈물이었습니다. '한총련'을 자식으로 둔 탓입니다.
그 어머니들이 뒤에서 눈물만 흘리다 세상 속으로 걸어 나온 것은 올해가 처음입니다. 어머니들은 더 이상 뒤에서 숨 죽여 눈물 흘리지 않고 거리로 나와 구호를 외쳤습니다. 항상 냉정을 지켜야 할 기자이지만 '눈물 흘리는 모정'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픈 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 어머니들을 볼 때마다 언론의 부끄러운 자화상 또한 느껴야 했습니다. 취재과정에서 한총련 수배자 부모들이 기자들에게 항상 하는 당부 때문입니다. "제대로 보도해달라"는 주문이었습니다. 모든 언론이 당연히 지켜야할 사명을, 그 어머니들은 부탁하고 또 부탁했습니다. 한마디로 "언론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올해 한총련 관련 뉴스는 여느 해보다 몇 배 이상 많았습니다. 주목받을 일이 많았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가족들은 보도가 많은 만큼 언론 때문에 입은 상처 또한 큰 듯 했습니다.
2년째 수배 중인 한 수배 학생의 아버지는 매일 한총련 관련 언론 보도를 스크랩하고 모니터 해 분석한 자료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특히 그분은 지난 '5·18 시위' 관련 언론 보도에 대해 성토했습니다. 지난 5월은 강금실 법무부 장관의 '수배해제 검토' 입장으로 한총련 문제 해결 분위기가 한껏 고조된 때였습니다. 하지만 5·18 시위로 분위기는 급랭됐었지요.
"나도 지금까지 큰 신문이 좋은 줄 알고 봐왔고 신문에 난 것은 모두 진실로 알고 믿어왔어요. 그런데 이렇게 따지고 보니 아니더라고. 시위 건만해도 처음에는 애들이 잘못한 줄로만 알고 이제는 정부에 어떻게 선처를 호소하나, 했어요. 그런데 언론이 진실을 가린 것이더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