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아니라 군인이라 생각해 대응"

[단독인터뷰] 여성장교 A씨 "사병이 간부 방에 침입하다니..."

등록 2003.07.29 16:01수정 2003.07.30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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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대 내 사기 저하를 우려해 그냥 조용히 해결하려고 했는데 일이 이렇게 커져 버렸다. …여자가 아니라 군인이라고 생각했기에 대응한 것이다."

육군 당국이 밝힌 모 공병대대 여성 장교 성추행 사건의 피해자인 대위 A씨는 29일 오후 <오마이뉴스>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언론에 대대적으로 이 사건이 보도된 것에 대해 당혹감을 표시하면서도 당당했다.

그는 "본인이 말하고 문제 제기를 하지 않는 이상 성폭력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묻혀버리는 상황에서, 성폭력 사실에 대해 그냥 덮어두지 말고 원칙대로 처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면도칼로 텐트 찢는 것을 미리 감지했다"
육군본부, 29일 성추행 사건 해명 및 대책마련

육군본부는 29일 오전 10시 기자브리핑을 통해 일부 언론에 보도된 여성 장교에 대한 성추행 사건에 대해 해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다음은 육군본부 하수철 대령이 <오마이뉴스>에게 밝힌 사건 대강이다.

"지난 6월 10일 새벽 3시50분경, A장교는 동해선 남북연결 공사장에 처놓은 자신의 소형텐트를 면도칼로 찢고 B병장이 침입한다는 것을 감지했다. B병장은 A장교의 배 위에 손을 댔으나, 곧바로 일어나 말로 야단을 치고 내보냈다.

A장교는 이날 오전 8시30분경, 대대장에게 이 사실을 보고했고, 징계 조치를 요구했다. 이어 A장교는 이날 오후 B병장을 불러 공개된 장소에서 야단쳤다. A장교는 B병장이 쓴 자술서가 제대로 기술되어 있지 않다고 판단해, 그때부터 '구타'했다.

A장교는 6월17일경 원대복귀했고, 7월8일경 대대장에게 병장의 징계를 재차 요구했다. 그뒤에 헌병이 수사에 들어갔다."


하 대령은 "지난 7월13일 국방부내에 '성군기 위반 사고예방 대책회의'가 구성됐고, 육군사고 예방 종합대책회의로 확대개편됐다"면서 "이미 각 부대내 정밀진단을 벌였고, 지난주에는 육군참모총장 주관으로 지휘관 간담회를 통해 대책 마련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하 대령은 또 "장병들의 인관관계 개선에 초점을 두고 구타 및 가혹행위, 언어폭력, 성군기 위반 사고 예방을 위한 장병병영생활 행동강령을 제정 시행할 예정이며, 병영상담사 제도를 신설하는 등 사고 관련자에 대한 신상필벌 내용을 구체화시키는 등 종합대책을 마련해 시행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A씨는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통화중에 수차례에 걸쳐 "나는 육군 내의 사람이기에 육군에 피해가 가지 않았으면 한다"며 말을 극도로 아꼈다.

"군인들은 사고가 발생해도 자신의 신상에 위해가 가해지기 때문이 아니라, 그 사고로 인해 군 조직에 피해 줄 것을 걱정하기 때문에 극도로 두려워한다"며 자신의 경우에도 그러했다는 것이다.

A씨는 자신의 부대가 동해선 남북 연결 공사라는 국책사업으로 추진하고 있고, 부대 내 분위기가 나빠질 것을 우려해 단지 대대 차원에서만 자신을 성추행 하려 한 B병장을 징계하려고 했다고 한다. 그런데 간부들을 비롯해 부대 내 소속원들 사이에 소문이 돌게 되면서 육군 차원의 내사가 시작된 것이라고.

<조선일보> 29일자에 보도된 바로는, A장교가 B병장을 상대로 성추행 사실에 대한 진술서를 받는 과정에서 B병사가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지 않자, A장교는 B병사에게 발로 차고 각목으로 때리고 땅에 하반신을 파묻는 등의 가혹행위를 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A장교는 "언론 보도가 과장됐다"면서 "공개된 장소에서 B병장에게 얼차려를 주는 과정에서 행정계원에게 나무막대기를 가져오라고 지시했고, 주위에 있던 얇은 나무 막대기로 사병을 때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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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또 '병사를 땅에 파묻었다'는 것에 대해서도 "하반신을 완전히 묻은 것은 아니며 그 정도 깊이의 구덩이를 파는 것은 꽤 시간이 걸리는 일"이라고 말했다. 언론을 통해 심각한 가혹행위가 있었던 것처럼 과장된 측면이 없지 않다는 주장이다.


현재 육군은 사건 발생 후 한 달이 지나도록 상부에 보고하지 않은 대대장을 '보고 태만과 사건의 미온 처리'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군사령부 징계위원회에 회부한 상태다.

'가해한 병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A씨는 다음과 같이 밝혔다.

사단장이 부하 여장교 성추행해 전역조치

지난 2001년에는 당시 현역 사단장이었던 김 아무개 소장이 부하 여성 장교인 김 아무개 중위를 1999년 말부터 9~10차례에 걸쳐 상습적으로 성추행해 온 혐의가 인정되어 전역한 사건이 있었다.

당시 군대 징계위원회에서는 피고소인인 김 소장의 보직해임과 3개월 정직 처분을 내렸으나 이에 불복하여 항고했다.

그러나 한국성폭력상담소를 비롯한 여성인권단체들은 공동 대책 위원회를 결성되어 징계위원회 처분과 항고에 대한 규탄·반대 성명을 발표했고 전·현역 여성 군인의 피해사례가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접수되면서 성희롱의 사각지대라고 할 수 있는 군대에 대한 비난의 여론이 집중되었다.

결국 2001년 3월에 사법처리 대신 김 소장이 전역 지원서를 제출하여 수리되는 것으로 사건이 마무리되었다.

군 공보과에 따르면 당시 고소인이었던 김 아무개 중위는 김 소장의 전역 이후 다른 부대로 전출되었으며 작년 6월 경 전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은 여성 군인에 대한 성추행한 혐의가 사실로 드러나 현역 장성이 징계를 받은 것은 최초의 사건으로 기록되었다. / 전준홍 기자
"만약에 내가 스스로 '여자'라는 생각을 했다면 성추행을 당했다는 사실 자체를 두려워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군인이라고 생각했기에 대응한 것이다. 물론 그 뒤로 가끔 악몽에 시달린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일개 병사가 간부 방에 침입해서 그런 일을 한 사실 자체가 걱정된다. 군 기강이 그만큼 해이해졌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조선일보>는 이 사건과 관련 여성 군인 사이에서 대대적인 구명운동이 일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A장교는 "나도 신문을 통해 그 사실을 알았다. 과장된 보도일 것"이라고 일축했다. 사실 '힘내라'라고 위로하는 경우는 있지만 군 조직체계상 집단적인 움직임이 일어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얘기다.

오히려 A씨는 "조직적인 구명운동이 일어나면 오히려 여군의 군대 내 입지가 축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조용히 덮어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런 일을 겪었거나 겪을 여군들에게 원칙대로 하라고, 처음부터 상급자에게 당연하게 보고하고 응당한 조치를 받으라고 말하고 싶다. 만약 보고해서 잘 안되면 대대에서 기다리지 말고 더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나의 경우 대대장과 더 많은 얘길 하고, 상급부대에 보고해서, 헌병대의 조사받았으면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현재 A장교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 상태다. 그를 성추행했던 B병장은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돼 현재 군헌병대에 수감되어 있다. B병장은 11월에 제대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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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연호의 기자만들기> 18기 김윤정입니다. 강의를 듣고 시민기자로 활동하지 않는다면 제 자신에게 부끄러울 것 같아 등록합니다. 기사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르포나 인터뷰를 하고 싶습니다. 소외되고 버려진 곳, 주변 사람들의 소소하지만 특별한 이야기 등을 찾아 기사화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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