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중학교 봄 체육대회 모습최인
통폐합 발상 자체가 비교육적
농촌 지역 4개면 소재지 중학교의 통폐합은 처음부터 교육적 목적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것 자체가 처음부터 교육적 목적을 상실한 것이었기 때문에 지역 주민의 의견에 따라 통폐합이 무산된 것은 어찌보면 지극히 당연한 결과이다.
농촌 학교의 학력 신장에 교육당국이 깊은 관심을 보이는 것은 마땅하지만 이런 식의 발상은 안된다는 전례를 남긴 좋은 사례로 볼 수 있다. 실제, 현지 중학교 교사들은 자신들이 농촌에서 거주하지 않고 도시지역에서 출퇴근을 했기 때문에 이번 일에 대해서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히기는 어려웠지만, 객관적으로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고 전했다.
장수 계남중학교 김아무개 교사는 “이번 장수 4개면 지역 중학교의 통폐합 추진 움직임은 교육적 측면이 절대 아닌, 시장경제 논리로 접근한 사례이며, 지역 정치인들의 정치적 야심 때문에 비롯된 일”이라고 말했다. 또한 "교육관료들은 농촌 소규모학교를 통폐합하면 마치 인건비 등 교육재정을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또 그게 당연한 것처럼 말해 주민들에게 통폐합에 찬성하도록 유도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농촌학교가 문을 닫을 경우, 지역의 황폐화가 가속된다는 점이다. 그것은 이미 통폐합된 지역을 살펴보면 잘 알 수 있다. 지난 2002년까지 전북지역에서 통폐합으로 문을 닫은 학교는 초등학교가 무려 276개교, 중·고등학교가 16개교에 이른다.
그들 농촌 소규모 학교의 통폐합은 곧, 지역 공동체의 구심점 상실로 이어져 공동체의 분열을 가져오게 마련이다. 이는 다시 지역경제의 악화를 초래, 남아 있는 주민들의 이농을 거들게 되는 현상을 낳는 등 한마디로 악순환이 되풀이 되는 요인으로 작용한 사례를 우리는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전북지역에서 농촌, 산간지역으로 조금만 들어가면 가는 곳마다 문을 굳게 닫은 폐교를 쉽게 찾아 볼 수 있고, 그 지역 일대는 사람 흔적을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로 심하게 황폐화 된 것을 목격할 수 있다.
전북교육청은 오는 2005년까지 또 다시 69개 농어촌 소규모 학교를 통폐합 시킨다는 계획을 세운 바 있다. 전라북도 교육위원회 박일범 위원은 “농촌 소규모 학교를 통폐합하는 것보다 상치교사를 해소한다거나 또는 복식수업을 해소하는 등의 방식으로 농촌 학교에 대한 특별한 지원이 필요한 시점에 일방적으로 경제논리를 앞세워 통폐합을 추진하려고 했던 것은 그 발상부터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박 위원은 “장수군 일대 천천중학교 등 4개 학교의 통폐합 계획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되는 일이었다"며 통폐합 무산을 적극 환영했다.
우리는 교육당국에 따져 물어야 한다. 왜, 생기지도 않은 통폐합 학교에 대해서는 수백억원의 예산을 지원한다고 하면서, 현재 지역 공동체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는 농촌 소규모 학교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지원을 하고 있지 않은지를. 또 공연히 잘못된 정보만을 흘리며 학교통폐합을 유도할뿐, 개보수를 위한 최소한의 예산은 지원하지 않아 폐교처럼 방치하는 지를 말이다. 그것이 곧 농촌 교육을 살리는 최선의 방책이라 믿고 있는 것이 아니기를 간절히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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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1988~2014)와 프레시안(2018~2021) 두군데 언론사에서 30여년 기자생활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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