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릿느릿 박철
한겨울 창 밖으로 칼바람이 소리를 내며 스칠 때였다. 아내와는 냉전 중이었다. 사소한 말다툼으로 시작한 싸움은 고성이 오고가고 육박전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자못 심각했다. 슬몃슬몃 애들 눈치 보아가면서 시간을 끌다가 저녁 무렵, 싸움의 기세가 조금 시들어지면서 피차 아무 말이 없다. 집안 분위기는 살얼음판이다. 아이들까지 조용하다.
나는 아내와 싸울 때 아내가 연약한 여자이므로 힘의 균형을 맞추어 싸움의 수위를 조절한다. 그래서 화가 폭발할 지경이지만, 속으로 분을 삭인다. 반면 아내는 자기가 약자라고 생각하는지, 밀리면 진다고 생각하는지 한발도 물러서지 않고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덤빈다. 사생결단할 태세이다.
아침이다. 여전히 겨울바람이 윙윙 소리를 내며 지나간다. 마음은 차분해졌지만, 싸움의 후유증이 남아 있어 마음 한 구석이 찜찜하다. 내가 아내에게 너무 심했다는 생각도 들고, 내가 이 정도밖에 안 되는가 자책감이 몰려든다. 아내는 아침밥을 줄 생각도 안 한다. 예상했던 바다. 아마 일주일동안 아무 말도 안 할 것이다.
나는 밖에 나가 군불을 지핀다. 이럴 때에는 무심하게 부엌에 나가 군불을 지피면 마음이 차분하게 정리가 된다. 탁탁 소리를 내며 참나무 장작에 불꽃이 튄다. 그렇게 한참 아궁이 앞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데, 아내가 다급한 목소리로 나를 찾는다.
“여보, 여보! 큰일 났어요. 애들이 열이 너무 심하고 아무래도 심상치 않아요.”
내가 안방으로 뛰어 들어가 두 녀석 머리에 손을 얹었더니 열이 심하다. 체온계로 열을 재어 보았더니 두 녀석 모두 38도에 가깝다. 입을 벌리고 목젖을 보았더니 편도선이 심하게 부어올랐다. 감기에 걸린 것이 틀림없다. 아무래도 병원엘 가야겠다 싶어 외출차비를 한다. 아내는 아이들 옷을 입히면서도 여전히 아무 말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