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허, 무슨소리!" 박상천·이재정의 논리 대결

3일 오전-오후 잇달아 기자간담회 자청... 전당대회 앞둔 여론전

등록 2003.08.03 16:39수정 2003.08.03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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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무회의를 하루 앞둔 3일, 민주당 신·구주류 양쪽 총책이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신당과 전당대회에 대한 입장을 밝히며 한판 논리 대결을 펼쳤다.

전당대회 개최가 임박한 상황에서 언론플레이에서 뒤지면 표결집에 실패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때문으로 풀이된다.

포문 연 박상천 "신주류, 2단계 개혁신당 속셈"

먼저 공격에 나선 측은 구주류 쪽 박상천 민주당 최고위원. 오전 11시께 당사 기자실을 찾은 그는 신주류가 채택한 '3불가 원칙'을 "2단계로 개혁신당을 추진하려는 전략 수정"이라고 분석한 뒤 "이것이 진심이라면 굳이 신당을 만들 필요가 없다"며 신당 프로그램의 폐기를 주장했다. 또 외부개혁세력과 절연하는 것이 내년 총선에 유리하다는 나름대로의 선거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박 최고위원은 이어 신기남·천정배·정동영 의원의 최근 발언을 근거로 들며 "신주류의 3불가 원칙은 세 파트의 개혁신당 세력이 1차에 합류하지 않고 그 다음 단계로 합당하는 형식을 취하게 하려는 신주류의 속셈"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외부 개혁세력의 반발 강도가 약하다는 점을 들며 "양쪽이 사전 연락이 있었던 것 같다"고 추측했다.

그는 또 "만일 신주류가 3개 개혁신당파와 연을 끊고 신·구주류와 명망가들로 신당을 만들면, 그것이 진정에서 나온 것이라면, 굳이 신당을 만들 이유가 없다"고 꼬집은 뒤 "그것이 진실이면 지금 민주당에 50∼100명의 명망가를 데려오면 되는데 뭐하러 신당을 만드냐"고 되묻기도 했다.

이같은 분석을 토대로 박 최고위원은 세가지 민주당 확대·강화 방안을 신주류 쪽에 제안했다. 제안에 따르면 (1)당헌개정기구와 외부인사영입기구를 당내에 구성하고 (2)당헌개정기구에서 실질적 상향식 공천, 원내정당화, 전자정당화 등을 포함하는 당 개혁안을 의결하고 (3)외부인사영입기구에서는 외부 전문가 그룹의 영입을 담당하자는 것.


다만 외부인사영입기구의 책임자를 신주류 쪽에서 맡도록 해 신주류 쪽이 원하는 인사를 수혈할 수 있도록 배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외부수혈인사의 총선 출마 편의를 위해 하향식으로 선출하는 방안도 용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재정 반격 "신당만이 제1당 되기위한 유일한 길


신주류측 이재정 의원은 오후 2시께 나섰다. 박 최고위원의 기자간담회 소식을 듣고 반박 간담회를 자청한 이 의원은 "신당 외에는 내년 총선에서 제1당이 될 희망이 없다"는 논리로 박 최고위원의 주장에 맞섰다.

그는 "지난 30년 동안의 민주당 역사를 들여다보면 정치적·사회적 변화가 있을 때마다 새로운 변신을 해 왔다"고 주장하며 신당 추진은 "역사적 요구이고, 시대적 상황에 대한 우리의 응답"이라고 말했다.

특히 신당 창당을 끝까지 거부하고 있는 구주류 쪽을 겨냥 "신당을 비판하는 입장은 정치적 변화에 대한 외면이고, 국민적 요구에 대한 저항"이라며 역사적 대의의 수용을 거듭 촉구했다.

이 의원은 박 최고위원의 '2단계 개혁신당 속셈' 비판에 대해서도 경륜있는 보수인사의 영입에 나서고 있다고 전하면서 "개혁세력 중심으로 신당을 만드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맞받아쳤다.

하지만 그는 '도로민주당'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설득력 있는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그는 "신당을 만드는 방법 외에 제1당이 될 희망이 없다"고 신당 불가피론을 역설하면서도, 그 근거에 대해서는 "지역구도 극복"이라는 원론적 답변으로만 일관했다.

'새천년민주당도 극복하지 못한 지역주의를 새천년민주당식 신당 창당으로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새천년민주당으로도 장족의 발전하지 않았냐"라고 답했다.

[비교] 민주당 신·구주류 양측의 2004 총선전략 논란

구주류 핵심인 박상천 민주당 최고위원은 민주당이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민주당을 그대로 유지하고 외부개혁세력과 절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부개혁세력이 독자 정치세력화 한다고 하더라도 민주당이 힘을 모은다면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그는 3일 기자간담회에서 "역대 총선에서 양대 정당을 놔두고 다른 당이 안 나오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자민련도 있었지 않나"면서 "개혁신당이라는 이념 정당이 만들어졌을 때, 민주당이 똘똘 뭉쳐 선거에 임하면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승패를 판가름하므로 영향이 없다"고 주장했다. 유권자들은 양대 정당에 투표하는 경향이 짙기 때문에 소수이념정당이 들어설 여지는 크지 않다는 논리다.

그는 특히 만약 신당을 만들어 총선에 임하면 한나라당 후보가 "노무현 신당의 후보"라고 공격해 오히려 표가 떨어질 공산이 크다고 분석하면서 "민주당을 유지해 50년 전통을 지켜온 당의 후보라고 홍보한다면 표를 더 많이 얻을 수 있다"는 주장했다.

그는 영남공략을 위해서도 민주당 확대·강화방안이 더욱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간판만 바꾼 신당이라는 비아냥 때문에 득표전략에 차질이 생기느니, 민주당은 조병옥·신익희 등 비호남 세력에 의해 출발한 정당임을 알리는 것이 유리하다는 계산이다.

게다가 현 대통령이 영남출신 민주당 후보였다는 점까지 아울러 홍보한다면 승산이 있다는 것이 박 의원의 주장이다. 그는 "이름 바꾸고 '경상도 당'이라고 하는게 바로 낡은 정치"라며 신주류의 신당 창당을 통한 영남공략을 비꼬았다.

반면, 이재정 의원은 민주당의 한계는 존재한다면서 신당 창당 외에는 제1당이 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주장했다. '호남당'이라는 인식을 불식시키지 않고서는 전국정당화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당 개혁안을 통과시킨다고 국민들이 새로운 당이라고 보겠는가"라며 리모델링론의 한계를, "개혁세력 중심의 신당은 상상해 본 적이 없다"며 개혁신당론의 한계를 설명하기도 했다. / 이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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