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석
이 2곳의 바리케이드는 모두 교통 혼잡을 이유로 외부차량을 막기 위해 설치됐지만 거기에는 숨겨진 '차이'가 있다.
D아파트 외부 경계선에 설치된 2개의 바리케이드는 그 이유대로 인접한 주변 지역과 구분을 지어 외부 차량의 통제를 막고 있다. 그러나 3단지 앞에 설치된 바리케이드는 그 설치 의도와는 달리, D아파트 내 2단지(분양)와 3단지(임대) 외부 차량은 물론 3단지 주민들의 차량마저 막고 있어 주민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사실, 이 바리케이드로 인해 가슴을 칠 뻔한 사건들도 간혹 발생했다. 몇 개월 전, 3단지에서 작은 화재가 있었다. 그러나 이 바리케이드를 치우지 못해 3단지 진입이 불가능했던 소방차가 다른 길로 돌아오려다 경사진 언덕길을 오르지 못해 급기야 시동이 꺼졌던 일까지 발생했다.
또 한 번은 3단지 내에 응급환자가 발생해 구급차가 달려왔으나 이 바리케이드로 인해 3단지 앞에 차를 주차시키지 못했다. 단 1초가 아쉬운 상황에서 차가 진입하지 못해 응급 구조원들이 들것을 들고 정신없이 뛰어야만 했던 기막힌 상황도 연출됐다.
그러나 3단지 주민들을 더욱 불쾌하게 만든 것은 단순히 바리케이드 설치 때문만은 아니다. D아파트 단지에는 총 3곳의 출입구가 있다. 그러나 차량을 가진 3단지 주민들이 출입할 수 있는 문은 오로지 1곳에 불과하다.
바리케이드로 인해 두 개의 출입문을 통해서는 3단지로 진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분양아파트인 1,2단지 정문에서조차 '다른' 차량 마크가 붙어 있는 3단지 임대아파트 주민들의 차량 출입을 금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2,3단지 관리 사무소 관계자들은 "임대와 분양은 같은 D아파트가 아니기 때문에 차량에 붙이는 마크가 당연히 다르다. 관리하는 사람이 다르고 소속이 다르기 때문에 마땅히 구분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반면 3단지 주민인 정도영(40)씨는 "1,2단지와는 다른 아파트임은 인정하지만 가까운 샛길을 두고도 멀리 돌아가 시간과 기름 값이 더 들게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불쾌함을 드러냈다.
가끔 술김에 기분이 나빠 바리케이드를 발로 차다 몇 번 다친 적도 있다는 정씨는 "지난 화재시 아파트에 설치된 스프링클러, 비상 화재 벨 등이 작동이 안돼 문제가 발생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또 바리케이드까지 생기니 화가 난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2단지 사람들 중에는 분명 좋은 분들도 계실텐데 다 같이 나쁜 사람으로 욕먹는 것 같다"며 "있는 사람들의 여유와 아량이 아쉽다"고 한숨 지었다.
부동산을 운영하고 있는 신동기(35)씨는 "임대 아파트가 옆에 있다고 해서 집값이 떨어진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라며 "3단지 앞에 설치된 바리케이드는 아파트 주변에 설치된 2개의 바리케이드와 같은 의미일 뿐이다"고 설명했다.
D아파트 1,2단지 앞에는 외부 차량을 통제하는 차단기가 설치돼 있는 반면 3단지 앞에는 차단기가 설치돼 있지 않다. 이에 차단기를 대신해 설치해 있는 것이 단지 내 바리케이드일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또 신씨는 "앞으로 B아파트에 3000가구가 입주할 것이다. 최소한 자녀가 한 명이라도 있으면 1000명인데 이들이 결국은 D아파트 내 도로를 이용할 것이다"며 "한쪽만 보지 않고 전체적으로 크게 봤을 땐 3단지 앞에 설치된 바리케이드가 외부 차량을 막기 위한 타당한 방법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만약 3단지 앞에도 1,2단지처럼 외부 차량을 통제하는 차단기가 설치된다면 굳이 바리케이드는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3단지 부녀회장 총무 박선미(39)씨는 "우리도 차단기 설치에 대해 생각한 적이 있다. 하지만 '임대 주민들이 무슨 돈이 있겠는가?'라고 생각을 했는지 우리의 의사조차도 물어보지 않았다"며 "단지 내에 저런 바리케이드를 설치하려면 최소한 통보 정도는 해줬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강하게 반문했다.
또 박씨는 "기분이 상해 차라리 우리가 먼저 울타리를 치자고 했는데 2단지 쪽에서 반대를 했다"며 "법률적인 이유도 있지만 초등학교를 가로질러가는 2단지 학생들이 더 많이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모든 걸 2단지 편의에 맞춰가고 있는 것이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솔직히 2단지 사람들이라고 다 그런 건 아닌 것 같다"며 "심지어 왜 설치됐는지조차도 모르는 분들이 있고 가끔 미안하다고 말씀하시는 분도 계신다"고 말했다.
이어 박씨는 "못사는 것도 억울한데, 이건 자존심 문제 아닌가?"라며 "임대 아파트에 살았다는 이유만으로 행여 상처받을까 딸의 졸업 앨범 주소마저 다른 곳으로 옮겨놨다"고 토로했다.
| | | "교통 혼잡을 막기 위한 것일 뿐이다" | | | 2단지 동대표 인터뷰 | | | | - 바리케이드를 설치한 이유는 무엇인가? "원래 처음 설계할 때부터 그 위치엔 구분을 짓는 턱이 있었다. 그런데 사정이 바뀌어 뚫려졌고 이에 따른 외부차량의 무분별한 통행이 시작되었다.
그간 외부 차량의 통행으로 인해 소음, 공해, 안전 문제 등 굉장히 많은 피해가 있었다. 게다가 어린이들도 자주 지나다니는 곳이기에 아이들을 위한 안전문제도 무시할 수 없었다. 이에 2단지 주민들의 합의하에 사람이 아닌, 외부 차량만을 통제하기 위해 설치한 것이다."
- 2년 전에 설치한 바리케이드와 어떤 차이가 있나? "똑같다. '집값' 얘기는 3단지 주민들만의 일방적인 주장이다. 그때도 교통상의 문제로 똑같이 설치한 것이었다."
- 서울시가 7월 10일까지 자진 철거토록 통보하지 않았나? "우리나라가 공산주의 국가는 아니지 않는가? 내가 법은 잘 모르지만 솔직히 서울시에 그런 권한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 아이들이 뛰어노는 자기 집 앞 마당에 외부 차량이 함부로 드나들면 어쩌겠는가?
아이들이 뛰어노는 앞 마당에 외부차량을 막기 위해 바리케이드를 설치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때도 서울시가 철거하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3단지 주민들의 사정이 있는 만큼 우리 2단지도 나름의 고충과 입장이 있다. 다 제각기 나름대로의 입장과 사정이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 김은성 | | | | |
한편 3단지에 거주하는 A씨는 "차단기 설치와 바리케이드 문제는 별개일 것이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예전에 쓰레기 분리수거장이 바로 옆에 붙어 있을 때 우연히 우리 쪽 쓰레기가 바람에 날려 2단지로 넘어간 적이 있다"며 "그걸 빌미로 2단지에서 문제를 제기해 결국 쓰레기 분리수거장도 다른 곳으로 옮겨 버렸다"고 밝혔다.
또 그는 "3단지 주민들을 그저 아무 것도 없는 빈민으로만 보는 것 같다"며 "2단지와 3단지 사이엔 터놓고 시원히 말 못 할 문제가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임대아파트는 이미 처음 지을 때부터 분양아파트와 차별적으로 지어지고 있다"며 "임대와 분양을 구분 짓는 그릇된 인식이 너무 안타까울 뿐이다"고 전했다.
이를 지켜본 관악 구청의 한 관계자는 "건교부나 변호사 등에게 그간 자문을 구해봤으나 구청의 입장으로선 솔직히 답이 없다"며 "행정 조치를 통해 법의 판정을 기다릴 예정이다"고 말했다.
또 그는 "교통 차량으로 단지 내가 몸살을 앓고 있는 건 사실이다"며 "각자 자기 입장만을 내세우지 말고 서로가 좋은 방향으로 마무리됐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연이어 그는 "서울시에서도 임대와 분양의 논란을 없애기 위해 고민을 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며 "임대와 분양의 논란 소지를 없애기 위한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제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지난 6월 3단지에 사는 주민 한 명이 이명박 시장에게 항의 메일을 보냈다. 다음은 3단지 주민이 보낸 메일을 읽고 서울시가 보낸 답신 중 일부이다.
"비록 관리주체가 다른 별개의 단지일지라도 봉천 8구역이라는 하나의 단위로 사업 계획이 수립되고 승인되어 건축한 것이므로 단일 사업에 의해 설치된 단지 내 도로 또한 그 기능을 사업 계획 승인 당시 용도와 역할로 사용하는 것이 타당하다. 하므로 우리 시에서는 관할 관악구청으로 하여금 종전과 같이 차량통행이 가능하도록 하여 3단지 주민의 통행 불편이 없도록 조치할 것을 통보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그 후 지난 7월 10일까지 자진 철거하라는 서울시의 통보에도 불구하고 바리케이드는 철거되지 않았다. 이에 관악 구청은 바리케이드를 설치한 2단지 대표와 D아파트 분양 관리 사무소를 상대로 행정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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